윤석열도 안다. 사죄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양아치 허세가 먹히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라퐁텐의 우화다. 전갈도 안다. 물 위에서 개구리를 물면 자신도 물에 빠져 죽는다는 사실을. 그런데 그렇게 한다. 그러니까 전갈이지. 그러니까 소인배지. 윤석열은 왜 씨도 먹히지 않는 사죄를 했을까? 알아도 행하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다음 단계 액션이 생각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은 다음 단계가 생각나야 움직이는 동물이다. 루틴에 집착하는 이유다. 교회에 가는 이유다. 그나마 교회가 조금 숨통을 틔워준다. 옳은 길과 그른 길이 있다.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알지만, 그른 길로 간다. 옳은 길로 가봤자 익숙하지 않아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스트레스받고 다시 그른 길로 돌아온다. 윤석열의 옳은 길은 하야하는 것이다. 하야한 다음에 어떻게 하지? 그게 생각나지 않는다.
하야한 다음에는? 이재명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 그렇게는 못 하지. 죽어도 내 손으로 자결하지, 남의 칼에 죽지 않는다. 스스로 살길을 끊어버린다. 인간이 이성으로 알지만 본능으로 행하는 동물이다. 윤석열은 동물의 본능을 따라 막힌 길로 가는 거다. 옳지 않다는 걸 알지만 적어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안다. 익숙한 길로 가는 이유다. 그 길은 위엄의 길이다. 내가 두목 침팬지의 위엄을 과시하면 암컷 침팬지들이 꺼뻑 죽겠지. 안 그렇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렇게 한다. 그래야 호흡이 되고 두통이 가라앉으니까. 올바른 길로 가면 실제로 통증을 느낀다. 공황장애가 온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아 숨을 못 쉰다. 결국 나쁜 길로 빠진다. 위엄은 자발적 복종을 끌어낸다. 실제로 위엄에 넘어가서 꺼뻑 죽는 인간 많다. 서부극에도 묘사된다. '용서받지 못한 자'의 잉글리시밥. 미국 대통령은 황제 폐하의 위엄이 없어서 암살시도를 당하는 거야. 살바도르 달리는 공산당이었다. 어느 날 길에서 황태자 전하의 마차 행렬을 보고 압도되어 감격한 나머지 우파로 변절했다. 잔재주가 있었지만 머릿속이 비었다. 괴테와 베토벤의 일화가 있다. 둘이 딱 한 번 만났는데 골목에서 황족행렬과 마주쳤다. 베토벤은 무시하고 뚫고 나갔는데 괴테는 행렬이 지나갈 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너무 황송스럽지 않아? 전하의 위엄이 넘치셔. 베토벤은 이별을 통보했다. 천하의 괴테가 저런 쓰레기 속물일 줄이야. 이 에피소드는 누가 꾸며낸 말이라고도 한다. 군에서 경험한 일인데 고졸파와 대졸파가 대립하고 있었다. 대졸파는 제대 날짜만 세는데 고졸파는 권위와 명예에 집착했다. 국방일보에 나야 우리 소대의 영광이라는 식이다. 다른 소대를 이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뭔 개소리여? 제대하면 그만인데 짬밥에 무슨 영광이 있고 명예가 있고 위신이 있냐? 그런데 집착하는 인간이 있다. 그런 부류는 자기가 위엄을 과시하면 다들 꺼뻑 죽는다고 믿는다. 엄숙한 의전으로 상대를 제압해 버려야지. 나의 권위로 누르면 다들 넘어가지. 인간은 그냥 할 줄 아는 것을 하는 동물이다. 머리로 알아도 훈련이 안 되어 못한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게 비겁한 인간이다. 누가 물에 뛰어들라고 명령해야 움직인다. 윤석열에게 명령할 인간이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