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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0370 vote 0 2018.07.27 (10:59:15)

 

    군인은 의리에 죽는다


    정치인은 다 뻔뻔하다. 뻔뻔하지 않으면 정치할 자격이 없다. 정치는 개인의 희망을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를 여망을 대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노회찬은 왜 죽었을까? 양심 때문에 죽었다거나, 체면 때문에 죽었다거나, 쪽팔려서 죽었다거나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전쟁에 나가는 장수는 애초에 아내를 베고, 자녀를 베고, 자기 목을 벤 다음에 나가는 것이다.


    군인은 왜 죽는가? 그곳이 전쟁터이기 때문에 죽는 것이다. 계백은 죽으면 혼자 죽지 왜 애꿎은 가족을 죽이냐고 말하겠지만 군인의 아내는 아무나 되는게 아니다. 목숨을 내버린 자만이 갈 수 있는 위치다. 그것은 미리 정해져 있다. 지하철 선로에 사람이 떨어져 있다. 제 목숨을 던져서 구하는 사람은 왜 그랬을까? 원래 그렇게 훈련되어 있다. 판단하면 늦는 것이다.


    대통령 경호원이 목숨을 내걸고 대통령을 구할까 말까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기로 훈련되어 있다. 기무사 개들은 상관이 시켜서 상명하복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지만 그것은 군인의 언어가 아니다. 군인이 죽는 이유는 하나다. 그곳이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지뢰를 밟으면 죽는다. 재수가 없으면 죽는다. 이는 예정되어 있다. 강제로 끌려온 사병은 다르다.


    사병은 다른 병사도 많은데 왜 하필 내가 죽어야 하느냐고 항의할 수 있지만 직업군인은 애초에 그러기로 하고 월급 받고 수당 받는다. 전투수당이고 생명수당이고 죽으면 의미가 없지만 말이다. 김재규의 부하들처럼 당당하게 죽는 것이 군인의 운명이다. 월남전에서 민간인 학살을 자행한 병사도 마찬가지다. 상관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 아니고 전쟁 때문에 죽는다.


    바둑을 둔다면 가장 큰 자리가 있다. 그 자리에 두는데 그 자리가 죽는 자리면 죽는다. 전투에 이기려면 차지해야 할 고지가 있고 그 고지가 죽는 자리라면 군인은 거기서 죽는다. 버텨야 될 자리라면 얼굴에 철판 깔고 버티는게 맞고 죽을 자리라면 논개처럼 죽어야 군인이다. 노회찬은 뻔뻔한 사람이다. 그래야 한다. 부인은 40만 킬로를 뛴 낡은 차를 타고 다녔다고 한다.


    왜 새 차로 바꿔주지 않고 버텼을까? 두꺼운 거다. 뻔뻔한 사람이 그런 짓을 한다. 자신의 도덕성을 과시하기 위하여 아내를 희생시킨다. 철판이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철판이다. 범죄를 감추는 이명박 철판이 아니고 부인을 베는 계백의 철판이다. 버티는게 맞다면 철판깔고 버티는게 군인의 임무요 죽는게 맞다면 치마 뒤집어쓰고 바다로 뛰어드는게 군인의 임무다.


    그렇게 훈련되어 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것은 오래전에 결정된 것이며 상황을 당하여 판단하면 늦다. 정치에 뛰어들 때 내 목을 베고, 가족을 베고, 천하를 베고, 신을 죽이고 유서 써놓고 출정하는 것이다. 나는 도덕군자인 척하는 안철수 부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무균질 박찬종을 혐오하고 대쪽 이회창을 경멸한다. 도덕성은 개에게나 갖다주라고. 바보짓이다.


    나는 싸울 줄 아는 파이터를 존경한다. 의리가 도덕성보다 위다. 노회찬은 도덕 때문에 죽은 게 아니고 의리 때문에 죽은 거다. 그곳이 죽을 자리였고 우연히 그 자리에 갔기 때문에 죽은 것이다. 도덕군자가 되려는 자를 나는 혐오한다. 의리를 지키다 보면 죽게도 되는 것이 정치의 세계다. 원래 그런 거다. 바둑을 두다가 보면 가장 큰 자리가 있다. 그런데 꼭 죽는 자리다.


    노무현이 죽은 것은 그 자리가 그런 자리였기 때문이다. 당선 후 1년 안에 청와대에서 죽어 나올 수 있다고 말한 사람이 노무현이다. 그는 알고도 그곳으로 간 것이다. 사석작전으로 한 몸을 써서 만인을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게 군인의 기개요 영웅의 면모다. 독립군들이 제 살려고 싸웠겠는가? 누군가는 죽어야 한다면 내게 죽음이 떨어질 때 피하지 않을 뿐이다.


    정치판은 온통 지뢰밭이다, 재수 없으면 죽는다. 비겁한 자는 피하고 용감한 자는 피하지 않는다. 왜 ? 내가 피하면 남이 다치기 때문에. 내가 지뢰를 밟았는데 안 죽으면 남이 죽는다. 도덕성이 중요하지만 도덕성은 개인의 영역이고 의리는 집단의 영역이다. 집단의 대표성이 개인을 희생시킨다.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의리의 사람만이 정치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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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치련

2018.07.27 (12:55:18)

정치는 뻔뻔하고 개인의 희망이 아닌 다수의 여망을 대표한다.

명확성이 느껴집니다.

[레벨:5]김미욱

2018.07.27 (13:11:08)

타인과의 공존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기에 누구보다 열정적인 정치활동을 했지만 이번엔 그 방법이 삶과의 이별이었나 봅니다.

죽음으로써 오히려 삶의 한가운데에 들어선 그의 천재성에 감복하며 그의 선택이 진보를 향한 소중한 거름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레벨:8]scofield

2018.07.28 (22:16:12)

드루킹의 대형지뢰가 이미 본인의 정치적 순수성은 물론 정의당, 김경수를 포함한 민주당까지

연속적인 파괴로 나타날걸 알고 본인 발밑에서 터트리는걸로 의사결정한거네요.  

[레벨:17]눈마

2018.07.29 (11:35:14)

음모론 이런건 비겁자들이 하는거고,


https://www.youtube.com/watch?v=jjFxivdDep4


위의 사진을 봐도, 죽을 준비를 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80년대에 이미 8년형정도는 가볍게 했고, 의리를 지켜 권영길을 밀었고,

민중연합당 밀어내고, 진보당까지 왔는데, 기회의 순간에 잃었던 동지들 생각하면,

죽음으로 답할 밖에요. 음모론은 저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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