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10530022006

 

방금 EBS를 틀었더니 작년에 방영했던  '모성의 대물림'이 다시 나오네요.

사랑하는 자녀에게 언어폭력, 무관심, 신체적 폭력을 행사하는 엄마들,

어렸을 때 겪었던 부정적인 정서로 인해 괴로워하는 엄마들,

그로 인해 아이들에게 사랑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엄마, 아니 여자, 아니 인간의 모습.

엄마에게만 그럴까요? 남자들이라면 아빠에게도 특히 그렇겠지요?

어렸을 때 부모님과의 애착을 통해 긍정적인 정서가 경험되어 높은 자존감으로 건강한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데,

정서적 대물림이 이렇게도 강력해서 마음에 상처로 남고, 뇌에도 각인되어 공감에 필요한 거울뉴런 작용 부족으로

부모가 되어서도 아이들의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자녀와의 접촉이 힘들어진다니 정말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분명히 내가 낳은 자녀이고, 사랑하는 아이인데도 아이와의 관계가 왜 이리도 어려운지...

 

과연 나는 어떨까?

우리반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어떨까? 그로 인해 애들이 어떻게 영향을 받았을까?

나는 나를 가르친 선생님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몇년 전 까지만 해도 나도 마대 자루로 애들을 때린 적이 있고, 작년까지만 해도 꿀밤이란 이름으로 손으로 머리를 쥐어 박았다.

 

나는 의식적으로 내가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께 받지 못했던 사랑은 예수님께 충분히 사랑을 받았다고 되뇌였다. 아버지는 말수가 별로 없으셨다. 그에 반해 나는 말수가 많다. 아빠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그것도 아버지께 영향받은 것이었다. 아버지가 말이 없으시니 애들과의 관계에는 소극적이었지만, 나는 어른들에게 누구보다도 많이 말을 걸었으며, 어른들이나 선배들과의 대화가 훨씬 편했다. 오히려 친구들이나 후배들과의 대화가 별로 편하지 않았다. 이것은 일반대를 졸업하고 교대에 와서 교육심리와 상담을 공부하면서 얻은 결론이었다.

 

이후 2010년부터 우연히 알게된 부모와 자녀의 대화법을 공부했고, 그것이 매달 한번씩 부모님들과의  대화법 나눔으로 이어졌다. 2년간 10명 정도 꾸준히 모인 부모님들과 대화법을 하면서 부모님들께 주문했던 대화법의 전제-독립된 인격체, 자존감형성, 공감하는 마음, 협력적 문제해결, 제대로된 칭찬, 벌의 제한적 사용, 욕구의 자연스러운 표현, 분노의 표현과 조절-는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먼저 부모님들에 의해서, 교사인 내가 먼저 자연스럽게 되어져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모성의 대물림은 인간 경험의 대물림이요, 인류의 태초부터 내려온 인류역사의 대물림이었다.

 

   우리나라에 정서적 상처의 치유바람을 몰고온 '상한 감정의 치유'의 저자 데이빗 씨맨즈가 마지막으로 쓴 책이 바로 '탓'이었다.

 

'만약 당신(부모, 형제, 교사, 선배)이 나에게 (사랑으로 긍정적으로)~~ 했더라면,

나는 ~~~(부정적인 모습으로, 상처받은 좌절의 모습으로)되지는  않았을텐데'

 

상처의 치유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으나, 언제까지 과거에 얽매일 수는 없는 일이다.

자기 치유, 자가 상담, 집단 상담, 치유상담, 감정 코칭연습이 필요하나, 이 모든 것을 끝마쳐도 계속

과거 상처의 굴레에 얽매이는 경우를 본다. 어쩌면 과거 상처의 유지도, 상처의 치유도 단순히 현실안주와 자기행복으로만 끝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얼마전 충무공을 모신 현충사를 다녀왔다. 사화의 피바람을 피해 평민처럼 지방에 내려와 살았고, 두 형의 죽음, 어머님의 엄한 교육, 평생 고질병인 복통에 심한 구토에 시달려 앓아 누운 적이 많았고, 28세에 무관시험에 낙방하고 32세에 뒤늦은 합격, 세번이나 억울한 모함으로 파직과 복직을 반복,  선조의 오해와 시기 질투, 백의종군 상황에서 모친의 임종을 지키지 못함, 전란중 세째 아들의 전사.

  과연 이순신 장군만큼  고통스럽고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것을 극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이순신은 자신의 어려운 상황에 사로 잡히지도 않았고, 좌절된 욕구를 채우기 위해 백성들을 침탈하거나 부정부패하지 않았으며,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어 무려 10단계를 뛰어 넘는 벼슬에 임명되었고(이마져도 대간들의 반대로 무산됨), 갖은 고초 속에서도 미래를 대비해서 자신을 준비하고, 역사 앞에 본인의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자신을 버린 것인 아니라 자신의 확장인 무인으로서의 삶, 자신-백성-나라를 동일시 한 것이다. 상황이 좀 다르긴 하지만, 클린턴,오바마, 스티브잡스의 가정환경도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고난으로 성숙하든지 나락에 떨어지든지 하는 것은 고난에 직면한 인간의 몫이다. 고난이 클수록 성장도 클수 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으나, 인간에게는 골(고난)이 깊을수록 산(성장)이 높을 수 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분명 과거의 자신이 경험해온 인간관계망, 우리나라 인간관계 문화, 인류역사 대물림의 자궁이

오늘날 내 모습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통제하고, 인간존엄의 방향을 인간존중의 실천으로 혁명하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인류 선구자들의 몫이다. 바로 그 주인공이 나와 우리 모두이기를!  


[레벨:1]마음다함

2012.01.27 (09:05:34)

일면식도 없지만 항상 상우샘 글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해서 특별히 많이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구요. 감사드립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672 2010년 신년사 [양모] 12 양을 쫓는 모험 2010-01-02 3543
3671 가입인사.. 16 상동 2012-12-24 3542
3670 정치적 목적을 위해 기차를 고생시키는 경우(한국의 사례) image 1 風骨 2013-11-04 3542
3669 메신저 쓰는 회원 친구추가 해주시오 기준님하 2011-03-31 3542
3668 아시아나 기장 경험미숙 기사를 보고 2 약수동목장갑 2013-07-09 3541
3667 세계배낭여행 떠난 차우님 요즘 글이 없네요. 9 까뮈 2014-06-24 3540
3666 나의 범위 6 아란도 2013-04-14 3540
3665 차의 세계사< 긴 리뷰 - 요약본 포함> image 6 아란도 2012-05-06 3540
3664 아기장수....... 1 폴라리스 2009-05-24 3540
3663 아이패드용 리디북스 책장(인증샷) image 7 Ra.D 2014-08-02 3539
3662 기 소르망의 한국문화에 대한 강연 3 아란도 2011-02-23 3539
3661 제의.. 1 지공이산 2009-07-30 3539
3660 딴나라를 이끄는 민중의 영웅들 image 4 김동렬 2011-01-03 3537
3659 podcast., 영어를 말하다. image 3 조영민 2011-12-18 3536
3658 다시 획득한 말할 자유 아란도 2010-06-07 3536
3657 댄 애리얼리의 주장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의 저자) 1 이른새벽 2015-06-09 3535
3656 뒤뚱뒤뚱 <꽃보다 누나> image 2 냥모 2013-12-08 3535
3655 비밀에 숲(누가? 진범!) image 6 아나키 2017-06-18 3533
3654 NLL의 진실 image 1 김동렬 2013-06-25 3532
3653 유튜브 동영상 "이전 소스 사용" 안뜰 때 대처법 차우 2014-11-25 3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