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론의 교육적 의미
인간은 추상적 사고에 약하다. 개념적 사고에 약하다. 그루핑에 약하다. 폭넓게 전개된 자연 속에서 패턴을 찾고 공통점을 찾아 정의하고 인식하는데 약하다. 왜인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기 때문이다.
구조는 추상적 요소들을 개념화시킨다. 그 방법으로 구체화시킨다. 투명한 세포질을 염색하여 염색체를 찾아내듯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한다. 우리가 추상이라 믿는 것은 대부분 구조를 몰라서 구상에 실패한 것이다.
개념은 정보가 인식의 장 안에서 질서를 획득하여 그 인식의 주체인 나에 의해 대상화 된 것이다. 주체인 나와 대칭을 이루며 독립한 것이다. 나타나는 그림자의 상(像)에서 실재하는 존재로 포지션이 상승한 것이다.
개념에는 구상과 추상이 있다. 구상은 자연에서 덩어리져 있다. 따로 분리되어 있으므로 발췌하여 가리킬 수 있다. 구분할 수 있다. 추상은 요소들의 공통적인 속성을 뽑아 임의로 그룹을 짓고 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추상이라고 믿는 것도 실상은 구상인 경우가 많다. 그것을 보는 기술이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에 의해 검출되기 전까지 추상으로 존재했다.
전자현미경이 발명되기 전 까지는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악령, 저주, 기(氣), 마법 등의 모호한 개념으로 표현되었다. 에너지라는 모호한 표현도 실상 자연의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주어진 이름이다.
계 내부에서 내적 정합성을 성립시키는 질서가 있다. 가치, 의미, 진리 등의 추상적인 단어들도 그 질서 안에서 자기 포지션을 얻어 구체화 될 수 있다. 특정될 수 있다. 이거다 하고 꺼내보일 수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댈 수 있다. 하드웨어는 보이지만 소프트웨어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추상이다. 과연 그럴까? 소프트웨어도 누군가가 자판을 쳐서 입력시킨 것이다. 들여다보면 기호들이 보인다.
점, 선, 면, 입체 등의 개념은 자연에서 어떤 공통적 속성을 발췌하여 임의로 지시한 추상개념이지만 종이 위에 그려보일 수 있다. 마찬가지다. 구조론의 성과는 추상개념의 구조를 가시적으로 그려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주의 교육론은 인간으로 하여금 추상개념에 강하게 한다. 인체라면 신체의 장기로 구성된 기관이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를 꾸리고 있고, 또 신경계와 조직계가 나름대로 독립적인 왕국을 꾸려 봉건영주들처럼 할거하고 있다.
컴퓨터라도 그러하다. 하드웨어와 전기회로와 정보회로가 각각 독립적인 왕국의 구성을 가지고 있다. 각자 자기 질서를 가지고 있다. 그 부분을 발췌해서 독립적인 단위로 파악하고 생각하게 하는 힘이 추상이다.
왜 추상하지 못하는가? 내부의 숨은 질서를 모르기 때문이다. 알면 조작할 수 있다. 조작될 때 이미 구상이다. 인간에 의해 통제될 때 이미 구상이다. 알지 못하고 조작하지 못하므로 추상인 것이다.
메스로 배를 가르고 환부를 드러내어 수술을 해야 한다. 환자의 배를 가르지 않고 그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 환부와 직접 접촉하지 않고 멀리서 약으로, 침으로, 뜸으로 치료하려 드니 추상인 것이다.
대칭과 평형을 모르고, 닫힌계를 모르고, 완전성을 모르고, 일을 모르고, 그 일의 1사이클 진행과정을 모르고, 피드백을 모르기 때문에 추상이다. 구조를 모르기 때문에 구상에 실패하여 추상인 것이다.
전기는 전기대로 정보는 정보대로 장치는 장치대로 독립왕국을 가지고 있다. 각자의 완전성이 있다. 그 완전성을 추적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대칭과 평형을 알아야 한다. 만남과 맞물림과 맞섬과 하나됨과 소통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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