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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김동렬*
read 9062 vote 0 2012.10.21 (21: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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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한 고리를 보호할 때 조직은 견고해진다. 약한 고리를 보호하는 것이 자연에서 진화의 법칙이며

    사회에서 조직 발전의 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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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한 고리는 어떤 둘이 만나는 지점이다. 교차로와 같다. 조직은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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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한 고리는 타자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특별히 부드럽게 세팅되어 있다. 입술은 음식과 만나야 하므로 부드럽다. 손바닥은 물건을 쥐어야 하므로 부드럽다. 피부는 타인과 접촉해야 하므로 부드럽다. 그 부분은 가장 민감하고 섬세하게 반응한다. 건드리면 소리가 난다. 예술은 바로 그곳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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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기의 현과 같고 북의 가죽과 같고 미인의 입술과 같고 꽃의 꽃잎과 같다. 그것은 매혹적이면서 치명적이다. 타인으로 하여금 다가오도록 손짓하지만 함부로 덤비지 말아야 한다. 그 꽃이 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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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차려야 한다. 그 바다와 그 파도가 숨 죽이며 그 민감한 부분을 조절하려 애쓰고 있다. 그 태양과 그 칼라가 숨 죽이며 그 섬세한 부위를 조절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대 역시 그 현장에서 호흡을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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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컵이 깨질 때는 손잡이가 깨지고 항아리가 깨질 때는 주둥이가 깨진다. 그 부분이 약한 고리다. 외부와 교통하는 부분이다. 마음이 깨질 때는 어디가 깨지는가? 그 부분이 약한 고리다.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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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이 외부와 교통하는 부분이 있다. 마음이 드나드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을 보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부분은 에티켓과 매너와 예의와 교양과 패션과 트렌드와 그것들의 결합체인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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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하고 창피하고 부끄럽고 안타까운 것이 마음의 결이다. 떳떳하고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멋진 것이 마음의 결이다. 그 안에 민감한 조절부가 있다. 그 결을 보호하고 그 결을 살려나가야 한다. 어색함과 자연스러움의 치열한 쟁투를 그대로 노출시켜야 한다. 예술의 답은 그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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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고, 불편한 것을 감추려고만 들므로 서로간의 오해는 깊어진다. 상황은 교착되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예술은, 사랑은, 깨달음은, 스타일은 약한 고리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은폐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 거꾸로 그것을 발달시켜야 한다. 요리사가 쓰고 맵고 짜고 시고 비린 것을 잘 다루어낼 때 오히려 진정한 맛에 이르게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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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은 나쁜 것을 버리고 좋은 것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그 둘의 상호작용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다. 그럴 때 예술은 풍부해진다. 그럴 때 인생은 풍부해진다. 그럴 때 삶의 밀도는 향상된다. 그럴 때 사랑은 견고해진다.

 

 

    스타일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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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은 스타일이다. 스타일은 창조성이다. 그 안에 방향성과 대칭성과 활동성과 순수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스타일은 외부에서 어떤 작용이 주어질 때 그것을 내부에서 처리하여 다시 외부로 배출한다. 김기덕 감독은 자극받을때마다 영화를 배출한다. 싸이는 자극받을때마다 음악을 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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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상주의는 주로 빛의 효과로 가둔다. 마네는 명암에 가두고, 고흐는 질감에 가두고, 세잔은 형태에 가두고, 드가는 동작에 가둔다. 다빈치는 소실점에 가두고, 동양화는 음양에 가둔다. 그 안에 일정한 조형적 질서가 있다. 빛이 이렇게 되면 색은 이렇게 변한다는 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호흡한다. 그림에 활기가 있다. 에너지가 있다. 기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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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은 관계의 자궁이다. 관계맺기에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것은 낳음이다. 낳지 못한다면 만나도 부부가 될 수 없다. 개와 닭은 낳지 못하므로 부부가 될 수 없다. 갖추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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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에너지를 얻어야 한다. 밀도를 얻어야 한다. 팽팽하게 긴장되어야 한다. 외부와의 충돌을 일으켜야 한다. 그것으로 하여 견고하게 가두어져야 한다. 자유는 그러한 가두어짐 안에서 작동한다. 그러한 관계의 장 안에서 작동한다. 가두어지지 않은 것은 자유가 없다. 그것은 버려진 것이다. 가두어진 상태에서 내적인 질서를 얻으면 자유다. 적이 침입한다면 긴장 안에 가두어진다. 적을 이기면 자유롭다. 사랑을 만난다면 긴장한다. 사랑의 열정에 가두어졌을 때 파트너와 호흡이 맞는 만큼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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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모순된 둘이 충돌할 때 에너지는 얻어진다. 그 충돌이 강렬할수록 내 안의 열정은 끓어넘치게 된다. 처음 그것은 춥고 아프고 힘들고 부끄럽고 어색하고 창피하지만 어떤 둘이 만나 접촉하는 부드러운 손잡이를 획득하게 되면 점차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추울수록 따뜻하고, 아플수록 행복하고, 힘들수록 편안하고, 부끄러울수록 떳떳하고, 어색할수록 자연스럽고, 창피할수록 당당하다. 그리하여 삶은 풍성해진다. 사랑은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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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너와 교양과 에티켓과 예의와 배려라도 부족하다. 결정적으로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다. 선천적인 신체조건까지 따라주어야 한다. 그래도 부족하다. 결정적으로 매력이 필요하다. 매너와 교양과 에티켓으로는 짧으면 30분 길면 두어시간을 견뎌낼 뿐이다. 돈이라도 일 이년을 버틸 수 있을 뿐이다. 그것도 껍데기의 관계로만 가능할 뿐 이혼법정이 대기하고 있다. 매력 하나로 그 모든 것을 갈음할 수 있다. 그 매력은 스타일의 완성으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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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일은 상호작용의 밀도를 높인다. 화가로 하여금 쉬지 않고 그리게 하고 악사로 하여금 쉬지 않고 연주하게 하고 작가로 하여금 쉬지 않고 쓰게 하고 연인으로 하여금 쉬지 않고 대화하게 한다. 무언가를 계속 낳아낸다. 한 방향으로 일제히 달려간다. 부단히 상호작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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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난다고 화내지 말고 그것을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게 하라. 그리고 거기에 박자를 실어라. 기쁘다고 웃지 말고 그것을 하나의 방향을 바라보게 하라. 그리고 거기에 리듬을 실어라. 그것으로 기운을 얻어라. 그것으로 풍성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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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에도 물결이 있고 슬픔에도 바람결 있다. 인생에 나이테 있고 사회에도 질서가 있다. 내 안의 조형적 질서가 있다. 사랑에 사랑결 있다. 웃지말고 웃음의 물결치라. 슬퍼하지 말고 슬픔의 바람결치라. 사랑결을 연주하라. 결따라 가라. 그것이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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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주보고 교착되지 말고 나란히 걸어가는 것이 스타일이다. 부단히 상호작용 하며 한 방향으로 끝없이 나아간다. 다툴수록 화음이 좋고, 떠들수록 박자가 맞고, 요란할수록 깨가 쏟아지고, 타오를수록 낳아진다. 싸이의 노래처럼 거침없이 달려갈 수 있다. 내 안에 스타일이 있다면 말이다. 조형적 질서가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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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지말고 기쁨을 연주하라. 울지말고 슬픔을 연주하라. 그리고 끝없이 나아가라. 세상을 온동 뒤덮을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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