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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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719 vote 0 2011.12.06 (01:22:00)

 


스티브 잡스는 영웅인가?

 

스티브 잡스에 대한 입장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하나는 스티브 잡스를 억지 신격화 하며 영웅전의 공식에다 끼워 맞추려는 사람이다. 이들은 스티브 잡스가 구루이며 시대를 앞서가는 예언자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단지 말을 그렇게 할 뿐이다. 이들은 정작 스티브 잡스 본인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단지 자기 생업에 스티브 잡스를 이용할 뿐이다. 그들은 책을 팔거나 혹은 조회수를 올리려는 실용적인 목적을 가졌다.

 

둘은 스티브 잡스의 인간성이 영웅전의 공식과 맞지 않는다고 화를 내는 사람이다. 이들은 험담 수준의 자질구레한 에피소드들을 쇼윈도에 진열한다. 이들 역시 스티브 잡스보다는 자기 PR에나 관심이 있을 뿐이다.

 

스티브 잡스를 시비하지만 가만이 들어보면 모두 변형된 자기소개다. ‘나 이런 사람이야.’ 이 한 마디를 길게 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물어나 봤나 말이다. 이들은 지식인 흉내를 내며 우쭐대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흥’ 하고 콧방귀를 뀌며 시니컬한 표정을 지으면 지식인이 되는 줄 아는 3류들 있다. 자기를 개입시키면 실패다. 이들은 스티브 잡스에게 화가 난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자기 자신의 콤플렉스 때문에 화가 나 있다.

 

◎ 스티브 잡스 영웅파 - 이들은 돈벌이 의도를 가지고 있다.
◎ 스티브 잡스 찌질파 - 이들은 자기과시 의도를 가지고 있다.

 

건조하게 구조를 봐야 한다. 감정은 단속하고 인간성은 논외여야 한다. 실험용 생쥐를 다루는 과학자처럼 무심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험담은 금기다. 다만 스티브 잡스의 방향제시가 인류에게 이득이 되는지를 논해야 한다.

 

누구나 양면성이 있다. 금과 돌이 섞여있다. 진짜라면 금에만 주의가 쏠려야 한다. 매력적인 측면과 찌질한 측면이 공존할 때, 그 사람의 매력에만 주의가 가야 한다. 결함은 보고도 못본 척 하는 것이 군자의 자세다.

 

구태여 스티브 잡스의 잡다한 결함에 주의가 간다면 그게 콤플렉스다. 백 가지 단점보다 한 가지 장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이제부터 그 장점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단점은 우리와 상관이 없다.

 

인간성의 문제는 굳이 스티브 잡스 아니라도 얼마든지 논할 수 있는 거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두 가지 시선과도 같다. 하나는 ‘바보 노무현’을 주장하는데 하필 ‘바보’를 가져다 붙이는 이유는 영웅전의 공식에 맞추기 위해서다. 고우영 화백이 유비를 바보로 묘사한 것이 다 이유가 있다.

 

◎ 영웅 공식 – 영웅은 바보다. 예) 고우영 삼국지의 유비 캐릭터.

 

이들은 바보 노무현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노무현을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다. 자신이 친노세력의 대표주자인척 해서 뭔가 얻으려는 거다. 이들은 본질에서 장사꾼이다. 노무현의 노선보다 노무현의 인기에 관심이 많다.

 

그들은 노무현의 자산을 상속받으려 할 뿐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를 계승하는데는 무관심하다. 노무현의 길을 가야 진짜다. 그런데 관심도 없다. 알지도 못한다. 감상적으로 접근하여 눈물을 짜는 데만 능하다.

 

◎ 바보 노무현파 – 이들은 노무현의 자산을 상속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 실망 노무현파 – 이들은 자기 콤플렉스를 보상하려는 의도를 가졌다.

 

다른 하나는 노무현에게 실망했다며 인신공격을 가하는 무리들이다. 이들 역시 쇼윈도에 자질구레한 험담을 진열한다. 그들은 수집가들의 행태를 보인다. 문제는 그들이 그런 일에 상당히 관심이 있다는 거다.

 

남의 단점에 흥미가 있다면 열등감에 빠져 있다는 증거다. 문제는 뇌가 반응한다는 거다. 타인의 단점에는 주의가 가지 말아야 하고 뇌가 반응하지 말아야 한다. 증거수집 말아야 한다. 보아도 못 보아야 한다.

 

중요한건 당신이다. 스티브 잡스가 어쨌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당신이 이제부터 어쩔거냐가 중요하다. 노무현이 어쨌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당신이 이제 어쩔거냐가 중요하다. 노무현의 길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스티브 잡스의 단점이 보이면 당신은 이미 실패, 노무현의 단점에 흥미가 가면 당신은 이미 실패. 당신의 실패가 당신이 관심을 가져야 할 진짜다. 자기 구원조차 못 하면서 세상을 향해 발언할 자격은 없는 거다.

 

북극성이 태두인 것은 그 별에 다이아몬드가 박혀서가 아니다. 당신이 밤길을 가야하기 때문이다. 중요한건 당신이다. 북극성은 그냥 밤하늘에 빛나는 무수한 별들 중 하나일 뿐이고 우연히 북쪽에 있었을 뿐이고.

 

그냥 그랬을 뿐이고. 노무현은 그냥 노무현일 뿐이고. 어쩌다 그렇게 되었을 뿐이고. 중요한건 당신이다. 만약 당신이 이제부터 밤길을 가야 한다면 북극성을 믿어야 한다. 어쩔 것인가? 밤길을 갈 것인가 말것인가?

 

이 쯤에서 결론을 내리자. 잡스는 영웅인가 아닌가? 아니 그 전에 영웅이란 무엇인가? 영웅전의 공식은 과연 옳은가? 사실은 영웅전의 공식이 틀렸다. 이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영웅은 맞는데 영웅전은 틀렸다.

 

영웅전의 공식이 틀렸으므로 스티브 잡스를, 노무현을 억지 영웅전 공식에 끼워맞추면 안 된다. 영웅이니까 당연히 이랬을 것이라는 추측은 곤란하다. 소설이나 영화의 영웅상이야말로 아주 잘못된 것이다.

 

영웅전, 위인전의 영웅상, 위인상이 오히려 평면적인 캐릭터다. 문학성을 인정받으려면 결점도 있고 변덕도 있고 발전도 있는 입체적인 캐릭터여야 한다. 모든 위인전 작가들이 오히려 위인을 흠집내고 갉아먹었다.

 

위인전 작가들은 영웅들을 지루하고 평면적인 범생이 캐릭터로 만들어 놓았다. 위인전이 위인을 죽이고 영웅전이 영웅을 죽였다. 그러므로 영웅전에 끼워맞춰서 안 되고 영웅전과 맞지 않다고 화를 내도 안 된다.

 

왜 유비는 찌질이로 묘사되는가? 나관중이 유비상을 찌질이로 왜곡하기 전부터 거리의 소설가(어린이 상대로 거리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무리.)들이 유비를 찌질이로 묘사하고 장비를 코미디언으로 묘사하였다.

 

나관중도 거리의 소설가들에게 들은 것을 옮긴 거다. 삼국지는 일종의 집체창작이다. 거기에는 집단의 열망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그 집단이 찌질하다는게 문제다. 자기네가 찌질하니까 유비를 찌질하게 묘사한 거다.

 

영웅전의 공식은 역시 구조론의 마이너스 법칙을 따른다. 결함있는 캐릭터로 설정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비는 찌질해야 한다. 그래야 감정이입이 되기 때문이다. 복잡한 마동탁보다 단순한 설까치가 먹힌다.

 

◎ 대중은 영웅을 통제하려는 의도에 따라 찌질한 인물로 설정한다.

 

왜 람보는 말을 바보처럼 하는가? 실베스터 스탤론은 태어날 때 돌팔이 의사가 쇠집게로 신경을 잘못 건드려서 왼쪽 눈과 입술이 아래로 처져서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야 영웅이 되는 것이다.

 

왜 록키는 말을 바보처럼 하는가? 같은 이유다. 구영탄의 눈이 꺼벙해야 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영웅은 결함있는 캐릭터여야 한다. 유비는 바보여야 하고 장비는 코미디언이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의 사실은 다르다.

 

삼국지의 많은 전쟁은 유비가 촉발한 것이다. 유비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인물이었다. 유비는 고의로 자신을 조조의 맞상대로 설정했다. 아무도 인정 안 하는데 혼자 그렇게 주장한 거다. ‘조조의 라이벌은 나 뿐이야.’

 

삼국지의 유비 에피소드들 중 다수는 원작자가 나관중이 아닌 유비다. 유비 자신이 자신을 PR하기 위해서 지어낸 것이다. 그의 언론플레이는 성공했다. 낙양이 불타자 형주로 남하한 지식인들이 대거 유비를 따라갔다.

 

장비 역시 영리한 인물이었다. 코믹한 이미지는 영웅전의 공식과 맞추려고 지어낸 거다. 장비의 지모는 익주를 침공하고 한중을 정벌할 때의 잇다른 승리로 확인된다. 유비는 의외로 교활하고 장비는 의외로 영리하다.

 

그렇다면 왜? 삼국지의 주인공은 관우다. 충의의 화신 관우의 캐릭터가 너무 무거우므로 균형을 맞추려면 찌질이와 코미디언이 받쳐줘야 한다. 김병만 옆에서 류담과 노우진이 받쳐주는 것과 같다. 구조론의 밸런스 원리다.

 

대중이 원하는건 감정이입이다. 영웅이 영웅같으면 감정이입이 안 되기 때문에 일부러 그러는 거다. 이는 나꼼수 4인방이 코믹한 분위기로 가는 것과 같다. 정치라는 사나운 이야기를 할 때는 일부러 코믹하게 가야 한다.

 

정리하자. 유비가 알고보니 교활한 인물이었다고 해서, 언론플레이에 능하고 의제설정에 능한 인물이었다고 해서, 상대를 갖고 노는 용의주도한 자였다고 해서 실망할텐가? 아니어야 한다. 오히려 그게 더 멋있다.

 

그 정도로 실망한다면 어른들의 대화에 낄 자격이 없다. 동화책이나 읽으시라. 영웅이 영웅전의 공식과 맞아야 한다는 관념은 그저 편견일 뿐이다. 스티브 잡스의 이중적인 면모야말로 오히려 입체적인 영웅의 모습과 맞다.

 

실제로 역사를 되돌려서 삼국지 시대의 유비 아저씨를 인터뷰 해본다면 어떨까? 유비에게서 스티브 잡스의 냉혹한 면을 발견하고 실망할텐가? 오히려 유비의 냉혹한 점이야말로 결함있는 영웅상과 일치한다.

 

오히려 스티브 잡스의 여러 인간적 결함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상과 일치한다. 만화의 영웅상 말고 진짜 영웅 말이다. 이중성 없고 결함이 없고 콤플렉스가 없는 영웅은 원래 없다. 만화의 영웅은 만화에만 나오는 거다.

 

◎ 징기스칸의 일대기를 읽는 독자들은 그의 이중성에 놀라게 된다. 너무나 냉혹한 일면과 반대로 너무나 인간적인 일면이 한 인물 안에 공존한다. 역사의 진짜배기 영웅들은 원래 입체적인 캐릭터다. 만화의 영웅상은 지루하고 평면적이다. 만화가 틀렸고 실화가 더 멋었다.

 

스티브 잡스의 방향제시가 인류에 유익한가? 유비의 방향제시가 인류에 유익한가를 논해야 한다. 정답은 ‘그렇다’이다. 조조가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만 인류문명차원의 스케일이 큰 기획은 없었다. 단지 개인의 업적일 뿐이다.

 

유비는 선비들을 끌어들여 공론을 통한 정치를 기획했다. 힘이 부족하니까 선비들에게 아부한 것일 수도 있다. 유비가 중국을 통일하지 못했지만 유비의 이념은 지금까지 계승되고 있다. 역사는 유비가 제시한 방향대로 갔다.

 

유비는 초야에 묻힌 선비의 대표자격인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았다. 선비를 우대한다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한 일종의 자기 PR이었다. 탁월한 홍보전략이었다. 홍보효과는 무려 이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후 중국의 역대 왕들은 선비를 우대하는 척 해야 했다. 심지어 조선의 왕들도 형식적이나마 선비를 우대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유비가 엄청난 일을 해낸 것이다. 원래는 그냥 생쇼였지만 말이다.

 

반면 조조는 자기의 역량을 믿고 선비들을 무시했다. 열받은 선비들이 조조를 깎아내렸다. 역사상 가장 많이 욕먹은 인물이 되었다. 유비의 교활한 홍보 때문에 말이다. 어쨌든 역사는 유비가 제시하는 방향으로 왔다.

 

진실은 조금 복잡하다. 유비는 영웅 맞다. 조조는 의외로 순진한 인물이다. 유비의 자기과시에 홀려서 그를 제거할 기회를 놓쳤다. 조조는 많은 업적을 이루었지만 영웅은 아니다. 개인적 역량이 뛰어난 인물에 불과하다.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인간성에 집착하지 말고 역사의 흐름에 주목하라. 패왕 항우는 뛰어난 인물이지만 개인적으로 뛰어날 뿐이다. 고조 유방은 적어도 400년은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시스템을 만들어야 진짜다.

 

역사의 맥락에서 봐야 한다. 역사는 유비의 손을 들어주었다. 유비가 역사의 편에 섰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또한 이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 인격은 사적 영역이다. 그가 제시한 방향을 봐야 한다. 그게 진짜다.

 

가장 위대한 창의는 시스템을 만들고, 세력을 만들고, 계통을 만들고, 흐름을 만들고 에너지를 순환시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전쟁을 멈추게 하는 것이다. 왜 공자가 추앙받는가? 선비집단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공자가 활동하기 이전에 사(士)라는 자들은 그저 임금에게 잘 보여서 출세하려는 무리에 지나지 않았다. 일종의 호위병이었다. 소크라테스가 활동하기 이전에 지식인은 재능을 팔아 먹고 사는 소피스트에 지나지 않았다.

 

공자에 의해 사(士)가 세력화 된 것이며, 임금을 떠나 독립적인 위상을 획득한 것이다. 소크라테스에 의해 지식이 세력화 된 것이다. 지식이 먹고 사는 직업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신분이 된 것이다. 지식은 네트워크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관계를 생각하자. 테슬라는 창조했고 에디슨은 주워먹었다. 업적으로 말하면 테슬라가 위대하고 에디슨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테슬라에게 배울 수 없고 에디슨에게 배워야 한다.

 

에디슨은 발명공장을 차렸고 세력을 이루었다. 그게 더 구조론적이다. 테슬라가 한 일은 단지 테슬라만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에디슨이 한 일은 당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팀이라야 한다.

 

조조가 한 일은 오직 조조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유비가 한 일은 당신도 할 수 있다. 공자가 했고 소크라테스가 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아무나 할 수는 없다. 팀을 꾸리는거 쉽지 않다.

 

징기스칸이 한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징기스칸 사후에 징기스칸의 부하들인 4준4구가 모두 징기스칸 이상의 역량을 보였다. 그의 아류인 티무르도 아랍일대에 거대한 제국을 만들었다.

 

징기스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모범적으로 해낸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본받았고 다들 성공했다.

 

◎ 잡스만이 할 수 있다. 잡스는 위대하다. ( X )
◎ 누구나 할 수 있다. 잡스는 별 것 아니다. ( X )
◎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에겐 특별한 것이 있다. ( O )

 

무엇인가? 스티브 잡스 역시 팀을 만들었다. 이 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한 일을 두고 ‘사실은 그거 내 아이디어인데.’ 하는 이야기 숱하게 들었을 것이다. 이거야말로 잡스를 높이 평가해야 할 점이다.

 

손정의가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팟에 전화기 기능을 넣어달라. 이건 잡스 당신만이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뭐야? 스마트폰은 손정의 아이디어잖아’ 하고 말한다면 넌센스다.

 

이 점이 도리어 스티브 잡스의 위대성을 나타낸다. 그 순간에 팀이 만들어진 것이며 그 팀이 진짜이기 때문이다. 그 시점에, 그 장소에서 손정의와 잡스 사이에 형성된 무형의 신뢰가 우리가 본받을 진짜다.

 

징기스칸은 뛰어난 전투력을 가졌지만 20세에 일어나 40세가 될 때까지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많은 전투를 했지만 라이벌 자무카에게 쫓겨다니는 신세였다. 그런데 왜 징기스칸은 탁월한가? 그가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누구든지 그 시스템에 올라타기만 하면 손쉽게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그래서 그의 사후에 제국이 더 팽창했다. 심지어 아류인 티무르도 징기스칸 덕에 무수히 공짜먹었다. 그러므로 우리도 티무르처럼 공짜먹어야 한다.

 

공짜먹으려면 오직 자기만 할 수 있는 특별한 일을 성공시킨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나 로마교범과 같이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일을 성공시켜낸 모범이 필요하다.

 

◎ 공자는 세력을 만들었다.
◎ 소크라테스는 학문을 직업과 분리했다.
◎ 유비는 선비의 공론을 통한 세력화를 꾀했다.
◎ 스티브 잡스는 천재들을 모아 최고의 팀을 만들었다.
◎ 징기스칸은 법률에 의거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 카이사르는 로마를 확대하여 세계국가 개념을 제창했다.
◎ 알렉산더는 그리스 문화를 퍼뜨려 세계국가 개념을 고안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일을 했다. 무엇인가? 그것은 자기 대에서 끝나지 않고 계속 가는 기승전결의 기에 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사업을 이어받아 계속 간 것이다. 공자가 벌인 일을 맹자와 주자가 이어받았다.

 

소크라테스의 일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이어받았다. 유비의 일을 선비들이 물려받아 이후 선비집단이 세력을 이루고 공론정치를 했고 그 문화는 조선에서 꽃을 피웠다. 사람 안 죽이는 정치는 조선 외에 없었다.

 

유럽사는 거의 대부분 골육상쟁의 기록이다. 아비가 자식을 죽이고 자식이 아비를 죽이고, 형이 동생을 죽이고 동생이 형을 죽인다. 3세기 로마 황제들은 3년에 하나씩 죽어나갔다. 남북조시대 중국도 마찬가지다.

 

송나라 이후 중국이 안정된 시기와 유비가 영웅으로 뜨는 시대는 일치한다. 선비들이 집요하게 유비타령을 해서 중국에 안정된 통일왕조가 들어선 거다. 유비가 제갈량 찾듯이 임금이 선비세력에게 숙여야 한다는 거다.

 

징기스칸의 정복은 징기스칸의 사후에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마치 목수가 집을 짓듯이 제국을 건축하기 시작했다. 징기스칸은 설계도를 제공했을 뿐이다. 카이사르가 죽고 난 뒤에 로마의 정복이 계속되었다.

 

카이사르의 보편주의 사상이 전파된 것이다. 알렉산더가 지식인을 동쪽으로 가는 길에 데려갔기 때문에 그리스의 조각술이 머나먼 한국에까지 전해져서 석굴암의 본존불을 일으켰다.

 

알렉산더가 지식인들 데리고오지 않았다면 석굴암의 본존불은 없는 거다. 유비가 선비세력의 나팔수를 자임하지 않았다면 고려시대의 무신정치, 일본의 전국시대, 중국의 남북조시대 같은 혼란기가 계속되었을 수 있다.

 

징기스칸은 단지 전쟁을 잘한 것이 아니라 전쟁을 잘할 수 밖에 없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었다. 어떤 전쟁이든 군대가 흩어지면 곧 패배다. 징기스칸은 군대를 흩어놓고도 이기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불리하면 분산해서 도주했다가 다시 집결해서 집요하게 공격하는 찰거머리 군대를 만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약속이 지켜지는 군대, 신뢰를 중시하는 군대가 필요하지만 유목민 세계에 신뢰는 원래 없다.

 

징기스칸 스토리의 9할은 배신 이야기다. 그런데 징기스칸의 부하 중 누구도 징기스칸을 배신하지 않았다. 이건 대단한 거다. 반면 징기스칸의 라이벌 자무카와 옹칸은 무수히 배신했다가 마지막에는 자신이 배신당했다.

 

◎ 유목민의 삶은 배신으로 시작하여 배신으로 끝난다. 징기스칸이 멈추었다.

 

잡스 개인의 능력이 탁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빨아들이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 더 중요한 거다. 좋은 것을 만드는 재주보다 좋은 것을 알아보는 안목이 더 윗길이다. 그리고 이 재능은 누구나 공유할 수 있다.

 

잡스는 손정의의 재능을 빼먹었고 손정의도 잡스의 재능을 빼먹었다. 이런게 멋진 거다. 그런데 잡스보다 손정의가 더 뇌구조가 구조론과 비슷하다. 잡스는 항우의 역량과 유방의 합리성을 동시에 갖추었다.

 

반면 손정의는 유방의 합리성만 갖추었다. 구조론은 유방의 합리성을 제공할 뿐 항우의 역량은 제공하지 않는다. 구조론은 팀으로 이기고, 세력으로 이기고, 장기전으로 이긴다. 끝까지 가면 우리가 이긴다.

 

잡스가 세계의 천재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아이디어를 흡수할 수 있는 베이스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에 점수를 주어야 한다. 대부분의 천재들은 편협하고 고집불통이라 대화가 안 된다. 다른 사람의 재능을 소화 못한다.

 

징기스칸은 부하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원래 이익은 군주 1인이 독식하는 구조다. 군주는 삼성이 그러하듯이 폐쇄구조에 가둬놓고 이익을 독점하며 충성을 요구하는 방법을 쓴다.

 

부하들은 전쟁 중에 민간인을 약탈하여 제 몫을 챙기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유목민 세계는 끝없는 분열을 계속한다. 애초에 팀 플레이가 안 된다.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팀이 부족이 다르다고 패스 안 하듯이.(중국 축구도 비슷하다는 설 있음.)

 

잡스가 앱 생태계를 만들어 개발자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징기스칸의 방법과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징기스칸 공식은 분산도주후 재집결이다. 삼성은 가둬놓기 때문에 분산도주도 재집결도 없다.

 

반면 잡스는 개발자를 세계 곳곳에 흩어놓고 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때에 집결하게 한다. 징기스칸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했기 때문에 그의 사후에 제국이 더 번성했고 심지어 티무르라는 아류도 등장했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아류가 많은게 오히려 좋은 거다. 세력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숙주를 죽이지 않는 법이니까. 공자가 한 일도, 예수가 한 일도, 소크라테스가 한 일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팀을 만드는 일이고 신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신뢰를 얻는 데는 평생이 걸릴 수도 있다. 죽어서야 신뢰를 얻은 경우도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건 팀이다. 나꼼수도 4인의 팀으로 떴고, 왕년의 서프라이즈도 7인의 팀으로 뜬 것이다. 팀플레이를 할 수 있는 베이스를 만드는 것이 진짜다. 평생이 걸려도 우리가 신뢰의 시스템 건설해야 한다.

 

사람이 좋아서 따른다면 가짜다. 현실은 냉혹하고 배신은 일어난다. 각자 이익의 밸런스가 맞아서 그 시스템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진짜다. 이익의 밸런스를 재는 저울을 내장한 합리적인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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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11.12.06 (10:10:20)

신뢰의 시스템 건설.

좋구랴!!!

[레벨:4]eastmerit

2011.12.06 (16:58:22)

'스티브 잡스를 시비하지만 가만이 들어보면 모두 변형된 자기소개다'
[레벨:6]1234

2011.12.06 (17:20:26)

맞습니다!

우리는 인간 스티브 잡스에 별 관심 없습니다.

오직 구조만을 보아야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철저하게 이용해야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7]정나

2011.12.06 (19:09:31)

오늘도 멋있는 말 얻어갑니다.

 

신뢰의 시스템은

"이익의 밸런스를 재는 저울을 내장한 합리적인 시스템을 건설해야 한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12.06 (20:35:27)

스티브 잡스의 단점과 가카의 본질의 한계를 구분할 방법은 뭘까요?

 

한 인간이 가진 인격의 사이즈는 자기 인생의 대척점을 어디에 세우는가에 달려있다. 흔히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프로이드는 이걸 얄궂게 해석해놨지만 대략 뻘소리다.

 

어떤 한계를 넘어서겠다는 열망은 소년기에 형성된다. 즉 누구에게나 일종의 오이디푸스콤플렉스가 있으며 그것이 굳이 아버지와는 상관없다는 거다. 오히려 아버지의 부재라고 볼 측면이 있다.

 

스티브 잡스에게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명박에게도 그런게 있다. 그런데 정반대다. 어떤 한계를 발견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가는 본인이 결정하기 나름이다.

 

스티브 잡스는 최고의 인재를 만나고 그들과 소통하며 창조하는 기쁨에 중독되어 있고, 그것이 지나쳐 단점이 된다. 이명박은 정주영의 꼬봉으로 인정받고야 말겠다는 인정투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푸틴에게 부채질 해주고, 부시 카트 몰아주고, 그것을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매우 흡족해 한다는게 문제다. 명박은 지금 너무나 행복해서 국민의 비판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지하에 계신 왕회장님! 제가 오바마와 악수를 했습니다. 이래도 저를 인정 안하실랍니까? ! 감격입니다. 감격. 감격이라니까요.”

 

이러고 있다. 국민과 국가는 안중에 없다.

 

*** 자부심이 지나친 오만 - 스티브 잡스

*** 영원한 콤플렉스의 노예 이명박

 

아버지의 부재콤플렉스의 대표적인 예는 클린턴(아버지가 네명), 오바마(아버지가 떠남) 노무현대통령(아버지격인 큰형을 잃음) 이에 아버지의 역할을 대신하려 함.

 

반대로 아버지의 독재콤플렉스의 대표적인 예는 이명박(상득이 형님 밑에서 신음하는 중에 왕회장 아버지까지 가세.) 엄한 가부장형 아버지 밑에서 눈치형 인간으로 성장함.

 

여기서 콤플렉스를 열등감으로 해석하면 곤란. 말 그대로 콤플렉스다. 심리적 억압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1.12.06 (23:00:58)

사람을 판단할 때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보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달을 바라보고 있는지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정상을 보고 있는 사람은 안전합니다. 

달을 바라보고 있으므로 안전합니다.

그 사람은 설사 결함이 있어도 오히려 거기서 에너지를 얻습니다.

그 사람의 결함은 그 사람이 에너지를 축적하고 발동을 거는 과정입니다.

정상이 아닌 다른 데를 보는 사람이 위험합니다.

손가락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 말입니다.

이런 사람은 2등까지는 잘 가는데 1등을 못 합니다.

어쩌다 운좋게 1등이 되면 반드시 사고를 칩니다.

이들은 대개 라이벌이 있고 상대가 있고 롤모델이 있고 인정투정을 벌이는 대상이 있습니다.

그 라이벌 밑에 있을 때, 상대와 싸우고 있을 때, 투쟁하고 있을 때는 그래도 낫습니다.

라이벌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서로 커나가는게 있다는 말이지요.

라이벌도 크고 자신도 크고 윈윈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자가 리더가 되면 반드시 사고를 칩니다.

그 상호작용할 라이벌이 없으면, 혼자가 되면, 고독한 리더가 되면

억지로 라이벌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때가 인간이 위험한 폭군으로 변하는 순간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때까지 사고를 칩니다.

싸울 라이벌이 없으면 제 그림자와 싸웁니다.


그렇다면 달을 바라보는 사람과 손가락을 바라보는 사람의 차이는 무엇인가?

결함있는 영웅 스티브 잡스와 어떤 쥐새끼의 차이는 무엇인가?


정상에 무엇이 있는가?

정상에는 세력이 있습니다.

대중의 바다가 있고 에너지의 흐름이 있습니다.

정상에는 대중의 민심이 있습니다.

이것을 바라보는 사람은 안전합니다.

이런 사람은 믿어도 좋습니다.

이런 사람은 실수를 해도 전화위복이 됩니다.

사고를 쳐도 언젠가 복구합니다.

이것이 달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손가락을 바라보는 것은 역할게임에 빠져 있는 사람입니다.

이들은 니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응수의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이벌이 가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입니다.

무조건 적이 하는 행동의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이들은 언뜻 일관되게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적이 변덕을 부리거나

상황이 변화거나 환경이 변하면 허둥댑니다.

자신이 철썩깥이 믿고 있는 기준이 있는데 그게 시소의 저쪽에 타고 있습니다.

시소가 움직일때는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잘 하다가도

시소의 축이 움직여버리면 어쩔줄을 모르고 

'이게 다 니 때문이야' 하고 남탓하기 신공을 펼칩니다.



어떤 고정된 역할을 따라가는 사람은 매우 위험합니다.

완장을 찬 사람 말입니다.

이들은 뒤에 믿는게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사고를 칩니다.

그 완장의 위력을 드러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자기판단을 따르지 않고 뭔가 

제도나 질서나 법률이나 고정된 규칙, 종교 등을 맹신하는 자가 최악입니다.

이들은 생각이라는 것을 해본적이 없기 때문에 환경이 변하고 룰이 변하고 계절이 변하면

너죽고 나죽자 하고 불속으로 뛰어듭니다.

자기도 챙기지 않고 자기집단도 위험에 빠뜨립니다.


* 가장 훌륭한 사람 - 창조형 인재 : 아버지의 부재 콤플렉스. 유연한 사람. 에너지의 흐름을 따르는 사람. 대중이 가는 길을 가는 사람. 환경변화에 적응할줄 아는 사람. 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는 사람. 건조하게 구조를 보는 사람. 이런 사람은 실패해도 경험치를 남긴다.


* 약간 위험한 사람 - 투사형 인재 :  아버지의 독재 콤플렉스. 상대적인 사람. 라이벌을 가진 사람. 상대방에게 응수하려는 사람. 승부욕을 가진 사람. 무조건 상대의 반대로 도는 사람. 목표와 대상을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좋은 라이벌을 만나면 묻어간다.


* 가장 위험한 사람 - 광신형 위험인물 : 아버지 숭배 콤플렉스. 얽매인 사람. 어떤 절대적인 역할에 매인 사람. 완장을 찬 사람. 뒤에 믿는게 있는 사람. 종교의 광신도. 법률이나 제도 등 고정된 룰에 맹종하는 사람. 이런 사람은 자기를 죽이고 자기 집단을 죽인다.


맹바귀는 두번째와 세번째가 섞여있소. 근데 사기쪽으로는 창조형 인재이오. 평소에 경직되어 있다가도 사기칠 일만 생기면 유연하게 사고하고 부드럽게 사기를 치잖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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