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건 종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충주에서 문경새재까지 거리가 가깝지 않습니다.
거기에 지킬만한 요충지가 다섯 곳 있습니다.
고모산성, 지릅재, 하늘재, 새재, 소조령을 각 병사 1천명씩 보내 방어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립이 데려온 서울병사 수백 명은 기병 중심이고
현지에서 동원한 농민군은 사실상 통제불능이고
즉 부대를 여러 곳에 흩을 수 없다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제승방략 자체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서
서울에서 보낸 지휘관이 현지 병사를 지휘한다는게 어불성설입니다.
이건 여진족 잡는 소규모 전투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전투단위가 수만명 넘어가면 불능입니다.
신립이 새재를 포기한 것은
첫째 시간부족, 둘째 농민군 통제불능, 셋째 기병승산 세가지인데
왜군이 기병이 없으니까 기병으로 돌격하면 승산이 있다고 본 거죠.
실제로 전투에서 여러번 왜군진지를 돌파할 뻔 했는데
습지가 있어 말이 빠지는 바람에 기동력 저하로 돌파에 실패한 겁니다.
한 번 전투에서 이긴다고 전쟁에 이기는건 아니죠.
신립은 조선군 기병의 우수성을 보여주면
왜군이 쫄아서 전략을 다시 짤 것이고 그렇게 시간을 벌어 어찌해보려고 한 거죠.
즉 단순히 전투에 이긴다는 것보다 압도적 전력의 우위가 있어야 진짜 이기는 거죠.
근데 보통 이것이 하수들이 빠지는 오류입니다.
보통 지는 장수들이 확실히 이기는 방법을 추구하다가 확실히 지는 거죠.
결론적으로 신립의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인 판단이지만
뛰어난 지휘관은 그러한 상식을 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신립이 쫄아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새재를 막는다 해도 잠시 시간을 벌 뿐 확실히 이기는게 아니다. <- 전형적인 패배주의.
냉정하게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는게 정답입니다.
왜군 장수가 새재를 보고 '여기서 막으면 되는뎅' 하는건
현장에 안 가본 한국인들이 오해한 건데
거기에 천험의 요새가 다섯 곳 있습니다.
병력 1천명씩 보내 다섯곳을 다 틀어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배후에서 예비병력을 거느리고 있다가 현지에 사정에 따라
적절히 예비병력을 보내서 적이 나오는 바에 따라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이런걸 할줄 아는 사람은 케말 파샤나 권율 정도인데
이는 현지사정을 잘 아는 토박이 지휘관이 할 수 있는 거지
문경새재에 한 번도 가본적이 없는 서울지휘관이 할 수 있는게 아닙니다.
즉 최고지휘관은 새재에 들어가면 안 되고
자신이 가장 믿는 부하에게 결사대 3천 정도를 보내 새재를 틀어막고
나머지 요새에는 1천명씩 보내놓고
현지에서 추가병력을 요청하면 예비병력을 보내는 방식을 써야 하는데
현지 지세를 모르는 신립이 할 수 있는건 아닙니다.
고모산성이 가장 중요하고, 새재, 이화령, 하늘재, 소조령을 다 틀어막아야 하는데
고모산성까지 막으려면 3일 정도의 여유가 더 있어야 합니다.
서울에서 방금 내려온 신립이 못하죠.
계백장군도 황산벌에서 막은게 위치선정이 잘못된 겁니다.
더 안쪽의 지세가 험한 곳에서 막아야 했는데 왜 벌판에서 막느냐고요.
시간부족으로 산속 깊숙히 들어가서 병력을 배치하는게 불가능했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쌀배달 온 김유신 보급부대 들이치는건 쉬운건데 말이죠.
http://jmagazine.joins.com/newsweek/view/3057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