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read 15116 vote 0 2005.07.18 (16:45:32)

정치란 것이 그렇다. 밑에서 졸병끼리 대가리 터지게 싸우더라도 위에서 높으신 분들은 점잖게 격식 따져가며 예절 지켜가며 대화하는 것이다. 만면에 미소를 머금고 말이다. 그 역겨운 모습 말이다.

아무리 전쟁이 치열하다 해도 오고 가는 이중간첩은 있어야 하고, 중간에서 강화를 모색하는 사신은 왔다갔다 해야하고, 한편으로 적개심을 고취하더라도 한가닥 퇴로는 열어주고 평화를 대비해야 한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3000만을 학살한 전범 히로히또를 살려준 결과 일본은 깨끗이 해결이 되었는데, 동네 양아치에 불과한 후세인은 덜컥 잡아버린 결과 이라크는 아직 해결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상층부에 있는 대가리들이 이런 생각을 남용한다는 것이다.

DJ가 박정희 기념관 건설에 OK하고 호남과 영남의 화해에 앞장서는 것은 적도 용서하는 아름다운 미담이 된다. 청와대가 실용주의를 선언하는 것은 승자가 아량으로 포용하는 것이다. 충분히 말이 되는 이야기다.

그러나 쫄따구 한화갑이 분위기 파악 못하고 윗분의 말씀에 추임새라도 넣는다며 주제에 박정희를 찬양한다면? 그건 아니올시다.(예를 들자면 말이다.)

문제는 김동길병이다. 이 병은 고질(痼疾) 중에서도 아주 악질적인 병이다. 한번 걸렸다면 도무지 약이 없다. 아직까지 완치 사례가 발표되지 않고 있다.

70년대 김동길은 대표적인 민주투사였다. 그의 강의는 워낙 인기가 있어서 타 대학에서도 강의를 들으러 몰려왔을 정도였는데, 당시 최다 수강신청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이 올랐다는 설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김동길이 사람처럼 보였다.

김동길병은 인기가 올라가자 우쭐한 나머지 ‘3김은 낚시나 가라’ 하고 한국일보에다 칼럼으로 건방을 떨어놓고, 한번 내뱉은 말을 주워담지는 못하고 자꾸만 엇길로 가는 것이다.

진중권이 낮에는 안티조선 열심히 하고 밤에 조선일보 종업원 한우군과 맥주를 나누며 철학을 토론했던 것이 바로 김동길병이다. 자신은 지식인이며 지식이란 냉철한 것으로 감정이 배제되어야 하고 오직 이성으로만 판단하는 것이며 따라서 적과의 동침도 정당화 된다는 생각이다.

지식인이 상아탑의 이성이라는 성역 안에서는 신(神)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DJ가 연쇄살인범 박정희를 용서하듯이, 또 노무현 대통령이 승자의 아량으로 실용주의를 베풀듯이 지식인은 그래도 된다고 믿는 시건방이다.

아! 강준만도 마침내 그 병에 걸려버린 것이다. 역시 인기가 문제다. 워낙 인기가 있다 보니 자신과 같은 거물(?)이 중간에 나서서 중재를 해야한다고 믿게 된 것이다. 자신은 대인(大人)이니 밑바닥 전사(戰士)가 아니라 위에서 해결사다 뭐 이런거다.

하여간 김동길병 조심해야 한다. 일전에 명계남이 갑자기 천정배를 두둔하고 나서는 것을 보고 나는 그가 김동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피투성이님이 뜬금없이 김동길병에 걸렸다는 소문도 있는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이건 토론으로 정할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양식 문제라는 사실을 알아주기 바란다. 인간함량의 문제! 퍼펙트한 인간은 없는가?

 

 

 

좌고우면 하지 않고 한결같이 하나의 방향으로 일을 몰아가는 능력 - 이것이 필요하다. 결정은 역사가 하는 것이며 우리는 묵묵히 주어진 길을 갈 뿐이다. 우리 가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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