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저녁 준비를 하려고 몰아서 바삐 설거지 중, 식탁 앞으로 왔다 갔다하는
아들녀석(11)을 보며 "오늘은 무슨 일 있었어?" 묻자 아무 말도 안하고 자기 볼 일만
보는 아들녀석. 다시 한번 무슨 일 없었냐 묻는 와중에 라디오에서 자동차에
관련한 이야기가 설거지하는 '쫄쫄쫄...' 물소리와 함께 섞여 지나간다.(쫄빵쫄빵...^^)
아들녀석에게 "아무나 타라는 대로 차 타면 안된다"하는 말을 했더니
얼마 전에 글쎄 친구 엄마의 차를 타고 학교에 갔다고 한다. "어떻게 차를 탔어?"
물었더니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타라고 해서 그냥 타고 갔다고 한다.
난 여기서 잠시 이야기를 끝낼까 하다가 이대로 끝내 버리면 어쩐지 서운하단
생각이 들어 처음부터 다시 이야기를 듣기로 하고 "그래 어떻게 타라 했기에 차를 탔을까?"
아침에 가방 메고 걸어가고 있는 아들녀석을 발견한 친구 엄마가 이름을 부르며
"ㅇㅇ야, 타"
"안타요"
"타라니까"
"안타요"
"타라"
"안타욧"
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친구 엄마의 한 마디,
"스읍!"(너, 진짜 안탈래...^^)
스읍!^^
아들녀석은 '스읍'이란 아주 무서운^^ 말을 듣자마자 곧바로 '휘리릭' 차에 올라
탔다고 한다. 나 역시 하던 설거지를 그대로 멈춘채 '스읍'이란 말에 아니 빠질
수가 없었다. 마치 잘 익은 포도 한송이가 내게 '뚝!' 떨어져 내리는 그림이 연상
되었고 그 향에 취해 친구 엄마 얼굴을 다시 한 번 떠올려 보며 웃을 수 있었다.
더불어 아들 녀석 뒤통수도 한 번 더 쳐다 보며 웃을 수 있었고...
억지와 생이 아닌 태양빛을 제대로 받아 잘 익은 가을날 포도밭 포도송이 '스읍!'
진짜와 가짜를 생각해보며...^^
스읍~ 꿀꺽!
순식간에 침이 한가득..
사슴 승
눈길이 자꾸만 자꾸만....^^
담배와 담배 연기... ^^
아이, 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