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친구'를 폄하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영화라는 미디어 그 자체에 애정을 가진 영화팬이 아니다.
내가 드라마를 안 보듯이 말이다.
친구는 영화의 내용을 지지하고 혹은 지지하지 않고를 떠나
새로운 지평을 연 작품이며, 실제로 충무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굉장히 많은 영향을 준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는 사실 친구로부터 시작된 거다.
친구 보고 다른 영화감독들도 살짝 감을 잡은 것이다.
김기덕 영화도 취향이 아니라서 안 본다가 아니라
니 취향은 누가 물어봤냐고? 김기덕은 교과서니까 일단 한 번은 봐둬야 하는 거.
교과서는 재미 없어도 교과서다.
언제는 교과서가 재미 있었느냐고?
친구는 일단 실화다. 조폭영화가 아니라는 거.
향수, 추억, 우정 이런 이야기 하면 아직 영화를 이해못한거.
물론 곽경택도 친구를 이해못했다.
이해했으면 지금까지 열 편 가까이 말아먹었겠느냐고.
스필버그도 자기 영화를 제대로 이해모함.. 갈수록 저질
친구의 진짜 의미는 텀이 길다는 거다. 선이 굵은 거.
A면 B다의 공식.. 니가 이렇게 하면 나는 이렇게 한다는 대응논리.
친구는 그 텀이 길다. 니가 10년 전에 나를 시다바리 시켰자나.
니가 20년 전에 내한테 어쨌자나.
조폭영화는 이쪽에서 연장 들어가면 저쪽에서 총알 날아오는데 텀이 5분이다.
친구는 ㅆㅂ 그 간격이 30년이다.
준석이 동수를 무시하고 상택을 섬기는 이유는
이 새뀌는 30년짜리 계획을 세운 거다. 상택이 출세하면 어케 엉겨보려고.
가족간의 갈등은 대부분 임성한, 김수현 미친드라마처럼
속사포같이 쏘아대는 3초짜리 단말마적 반응에 있는게 아니라
실제로는 최소 30년 이상 원한이 쌓인거다.
당신이 가족과 어떤 앙금이 있다면 그 단초는
놀라지 마시라. 30년 묵었다.
진짜 원인은 당신이 알고 있는 그것이 아닌 경우가 많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보고 느낀 것은
대개 이 부분에서 헛다리 짚고 있더라는 거.
원인은 여기에 있는데 저기에 가서 남의 다리 긁고 있더라는 거.
진짜 원인은 기본 30년 묵은 원인이라는거.
30세 이하는 이 글 읽어도 이해 모함.
요즘 충무로는 단순히 흥행공식을 따라가는 기교 위주의 영화다.
눈물을 쥐어짜는 테크닉을 고루 쳐발라서 관객은 모으지만 여운은 없다.
왜? 30년짜리 원한을 긴 호흡으로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를 15년 가둔게 그나마 호흡이 길었다. 그 새뀌도 원한이 30년이다.
챔피언, 똥개, 태풍, 사랑, 닥터K 이런건 제목부터 딱 망해먹게 생겼다.
곽경택도 친구의 의미를 모른다는 거. 우정? 남자영화? 웃기셔.
이런 두 글자 제목은 대작에나 먹히는데 실제로는 대작이 아닌라는게 함정.
태풍 이런건 대작흉내를 냈지만 제작비만 대작이고 실제로는 가벼운 호흡.
초랭이 방정떠는 영화. 같잖아서 참말로.
권투를 해도 무조건 헤비급이 흥행을 한다.
권투를 잘하고 모하고는 상관없다. 무조건 프로레슬링은 덩치가 커야 하고
역도산은 이노끼나 자이언트 바바 뽑을 때 딱 하나 키보고 뽑은 거다.
레슬링 실력? 웃기셔. 장난하는 거여 시방? 무조건 덩치여.
다 필요없고 무조건 30년짜리 긴 호흡, 선이 굵어야 혀.
대작이면 30년짜리 조상대대로 복수하는 긴 호흡을 걸어야 한다.
태풍에는 그러한 길고 묵직한 서사구조가 없다.
왜 영화가 망하는가? 망할만 해서 망하는 거다.
이를 역으로 찌르고 들어가면 흥행영화를 만들 수 있다.
관객취향 따라가지 말고 호흡이 긴 묵직한 영화를 만들면 된다.
30년짜리 원한이 아니면 원한도 아니다. 진짜 원인은 항상 다른데 있다.
이게 리얼리즘이다. 사실을 다룬다고 리얼리즘 되는거 아니다.
리얼은 진짜고 진짜는 일단 기본 30년 묵고 들어간다.
원한이 30년부터 시작해야 리얼리즘이다.
친구 2는 안봤고 관심도 없다.
다만 영화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야그를 하는 것이다.
영화는 선이 굵어야 하며 선이 굵으면 30년 묵은 원한관계라는 거.
조폭이 들어가는건 선이 굵게 가는 영화적 장치일 뿐 본질이 아니다.
사건은 한 세대를 넘어가면서부터 서서히 용틀임을 하는 법이다.
박씨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