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렬님 글에서 "잡스는 워즈니악을 만나서 5분만에 골수까지 빼먹었다"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그런 얘기를 아는 형과 나누다가 페르난도 알론소 얘기가 나왔습니다.
F1 드라이버는 전 세계에 단 24명뿐일 정도로 진입장벽이 높죠.
그 중에서도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페르난도 알론소 선수에 대해
그 형으로부터 들은 얘깁니다.
알론소가 19살때 쯤에 테스트를 받으러 갔을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알론소가 단지 엔진에 시동을 걸었을 뿐인데
당시의 한 F1 드라이버가 그게 누군지 물었다고 합니다.
엔진에 시동 거는 소리만 듣고도 그 자질을 파악했다는 얘기죠.
과장된 얘기인지도 모르지만 그 개념이 일치한다고 봅니다.
치킨집에 배달 주문을 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받는 주인장의 목소리를 통해 치킨 맛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 번은 어떤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마치 병든 닭과 같은 목소리였습니다.
조금 아니다 싶었는데 역시나...
치킨도 주인 목소리 따라서 병든 닭같은 힘없는 맛이었습니다.
미국의 유명 밴드인 Aerosmith의 일화도 흥미롭습니다.
주축 멤버인 스티브 타일러가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데
감자튀김이 너무나 맛있어서 누가 튀겼느냐고 주방에 가서 물었답니다.
그걸 튀긴 종업원이 조 페리인데 그때의 인연으로
둘은 친구가 되어 Aerosmith를 결성했다고 하죠.
단지 엔진 시동거는 것에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
그러한 자질을 알아보는 것도 또한 그만큼의 역량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봅니다.
"알론소가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를 아는사람"이라면
상대를 파악하는데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알아내려고 노력 한다면 실패입니다.
영화 Lost in Translation의 마지막 씬은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많은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감독은 의도적으로 그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게 편집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대화였는지는 배우들도 모르고 감독도 모릅니다.
그걸 궁금해하는건 실패입니다.
영화 포스터의 문구 "everyone wants to be found"라는 문구가 암시하듯
그 대화를 떠나서 영화 속의 두 인물 밥과 샬롯이 서로를 발견했다는 게 전부죠.
어쩌면 그래서 제목이 Lost in Translation인가 봅니다.
알아내려고 할수록 더 흐려진다는 뜻이죠.
잡스가 워즈니악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았듯이
그 F1 드라이버가 알론소의 자질을 파악하려고 애쓰지 않았듯이
스티브 타일러가 조 페리같은 사람을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듯이
밥과 샬롯이 서로를 알아보는 데에는 노력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그냥 알았습니다.
어쩌면 그들은 이미 알았던 겁니다.
그러니까
"알론소가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를 아는사람"은
그냥 아는 겁니다.
척보면 앱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류수정을 위해 확인작업은 필요하지만 직관이 맞아야 고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