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자들이 "인류가 이미 달에 가봤는데도 불구하고
왜 또 무인시험비행을 하냐"라는 아주 훌륭한 질문을 하는데,
일부 사실에 근거한 질문이지만 나름 합리적입니다.
사실 이런 질문은 음모론자가 아니라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가 해야 하는데,
기자가 질문을 안 해보고 기사를 송고한게 문제가 있는 거죠.
즉, 댓글러바보들이 기자바보를 발굴해내는 큰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아르테미스계획에서 유인비행에 앞서 무인 시험비행을 여러번 하는 이유는
아폴로계획과는 비교불가로 미션의 규모와 성격이 다르고
원래 이런 거 할 때는 점진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서울에서 부산 왕복하는 거랑 다르다니깐.
아폴로계획: 어떻게든 갈 수만 있는 경로를 탐사. 비행사는 목숨만 부지하자.
아르테미스계획: 지속적으로 왕래할 수 있는 경로를 탐사. 비행사의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확인. 루나 게이트웨이 설치에 대한 데이터 수집 등등등. 과거와 달리 비행선이 크고 하는 일이 많아서 사전확인할 게 졸라 많아. 이게 한두푼하는게 아니라서 한번 띄웠다가 중간에 잘못되면 그냥 나가리라 테스트를 안 할 수가 없어. 아폴로계획 때문에 미국 경제가 휘청거릴뻔했다는 걸 알랑가. 당시 미국과 소련의 총력전이 달탐사이기 때문. 결국 테스트 비행의 핵심이유는 비용과 효용의 균형 문제.
당연히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죠. 과거의 데이터로 계산을 뚝딱해서 그냥 띄우면 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하겠지만, 인류는 그 정도로 우주의 모든 상황을 계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습니다. 지상에서 굴러가는 자동차 엔진 하나 만드는데도 실험을 몇백번 하는 판인데. 그리고 아폴로계획도 사실은 수차례 시험비행 한 뒤에 성공한 거. 음모론자들이 이런 걸 볼 리가 없겠지만.
A 미션 : 새턴 로켓과 사령선의 비행(아폴로 4, 6호 - 무인)
B 미션 : 달 착륙선 시험 비행(아폴로 5호 - 무인)
C 미션 : 지구 저궤도에서 사령선의 시험 비행(아폴로 7호)
D 미션 : 지구 저궤도에서 사령선과 달 착륙선의 시험 비행(아폴로 8호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아폴로 9호가 담당. 아폴로 8호는 C-prime 미션으로서 사령선만의 달 궤도 진입을 실행함)
E 미션 : 지구 중궤도에서 사령선과 달 착륙선의 시험 비행(아폴로 9호가 맡을 예정이었으나 실행되지 않았다)
F 미션 : 달 궤도에서 달 착륙을 위한 리허설 실시(아폴로 10호)
G 미션 : 최초의 달 착륙 시도(아폴로 11호)
H 미션 : 달에서의 정확한 착륙 시도 및 달에서 2일간 체류하며 두 차례의 선외활동 실시(아폴로 12호, 13호(실패), 14호)
I 미션 : 기존 미션보다 더 긴 사령선의 달 궤도 비행 및 사령선의 여유 공간을 활용한 추가적인 과학 실험 수행. 실제로는 이후의 J 미션과 통합되었다.
J 미션 : 기존 달 착륙선보다 더 발전된 달 착륙선을 이용한 3차례의 선외활동 및 월면차를 이용한 임무 수행(아폴로 15호, 16호, 17호). 원래 아폴로 15호는 H 미션에 해당되는 것이었으나 아폴로 18호에서 20호까지가 예산 삭감으로 취소되면서 J 미션으로 편입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