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야구 플레이오프에 관하여 할 말이 산더미 처럼 많은데, 요즘 몸상태가 말이 아니라 제대로 된 칼럼을 쓰기가 힘들다. 추스리는 대로 뭔가 다시 정리를 해야 할 듯...
결론부터 말하자면, 준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내 예측이 맞았다는 것이다. 승리팀이라거나 스코어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팀과 선수가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패턴에 의하여 승부가 갈린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페넌트 레이스처럼 승을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포스트 시즌은 스트레스 즉 마이너스에 반응하는 것이다.
1. 선수
일전에 필자가 격투기 구조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최종 밀도는 눈에 있다. 타석에 선 타자, 마운드 위의 투수의 얼굴 표정을 보면 충분히 다음 상황이 예측 가능하다. 지난해 한국 시리즈에서 삼성의 권혁은 똥마려운 표정.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기아의 한기주는 당장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표정, 플레이오프에서 SK의 김광현도 마찬가지.
2. 팀
롯데가 진 이유는 그들의 전력의 문제가 아니라 스트레스에 취약하다는 사실. 특히 포스트시즌 사직구장 홈경기 12연패라면 이건 거의 트라우마 수준이다. 롯데 팬들의 열망이 크면 클수록 선수들이 느끼는 부담이 커진다. 찬스 앞에서 더 긴장하게 되고, 몸이 굳어지고, 힘이 들어간다.
이기고 있는 상황이라면 기세가 올라 더 큰 찬스로 이어질 수 있지만,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되려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수비실책이 나오면 전체적으로 와해되는 상황이 된다.
2~3년 전인가...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와 삼성이 만났을 때, 롯데가 뒤쳐지자 관중이 삼성 투수 눈을 레이져 포인터로 쏘아 경기를 방해하여 심판으로부터 제제를 받은 기억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장면 직후의 롯데 선수들의 표정이 더욱 굳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관중석에서의 난투극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런식의 소식이 나올 때마다 다시 선수단 분위기가 휘청 한다.
롯데 팬의 문제가 아니라, 롯데 팀이 스트레스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1차전 9회말 1아웃 만루상황에서 병살타. 만약 같은 상황에서 사직이 아닌 문학구장이었다면 결과는 달랐으리라. 5차전을 문학에서 했더라면 결과가 달랐을지도 모른다. 경기가 기울어지자 타석에 선 선수들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실책과 폭투로 안줘도 될 점수를 주었고, 점점 주술에 의존하게 된다.
3. 마이너스 이론
포스트시즌에서 롯데가 홈경기에 약한 것처럼, 그 반대의 경우가 해태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면 반드시 우승한다는 얘기도 있다. 징크스라고? 징크스야말로 스트레스다. 해태의 경우는 롯데와는 반대의 스트레스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구조강론에서 언급한 어세신 이야기처럼,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갑자기 다 잃어버리면 그 상실감이 크다. 그 마이너스를 보상하기 위하여 멈추지 않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게 된다. 왕조가 쇠퇴하여 4등으로 시즌을 마치면, 그 상실감에 전에 없던 힘을 발휘한다.
과거의 김응룡이 이끌던 해태가 그러했고, 근 몇 년 사이에 김성근이 구축한 SK가 그러하다. 지난해 압도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했던 SK가 준 플레이오프를 거쳐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자존심이 상한다. 지난 몇 번의 우승으로 산전수전 다 겪어봤고, 세리모니도 다 해봤다. 겁날 것도 없고, 아쉬울 것도 없다. 그러나 3등은 자존심이 상한다. 그럴 수록 더 예민해진다.
큰 경기 일 수록 미친 선수가 나와줘야 됨.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20승 투수 리오스를 고졸신인 김광현이 이길꺼라고 누가 알았을까?
내가 이만수 감독이면 한국시리즈에 김광현 빼고, 김태훈을 엔트리에 넣겠다.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에서 박희수는 충분히 보여줄만큼 보여줬고, 한국시리즈라면 김태훈 정도 히든으로 가지고 가야지. 김광현은 너무 잘하려고 의욕이 강한데, 정작 구속은 회복이 안된 상태.
장원준이 2,4 차전에서 너무 잘해서 오히려 독이 되었음. 장원준은 초구 카운트 잡는 포심 스트라이크, 2구~3구는 떨어지는 변화구(체인지업이나 포크볼) 패턴으로 던지는데, SK타자들이 초구는 흘려보내고, 유인구에 계속 말려들었음. 그런데 5차전에 또 나오는게 감독의 실수. 내가 봐도 패턴이 보이는데, 전력분석원이 모를리가 없지. (게다가 장원준은 정우람이 아니다.)
부첵은 스트라이크와 볼의 차이가 너무 크고, 강영식은 얼굴만 봐도 딱 하수 얼굴.
로이스터는 정석만 알고
임기응변이나 상대팀 대응같은건 모름.
뭔가 신기한걸 보여준게 없고 상대팀에 다 분석돼서
고지식하게 당하고 말았음.
양승호는 나름대로 머리 쓴다고 쓴게 이미 알려진 내용.
예컨대 2루에서 사인을 훔친다든가 따위 시시한 거.
플러스 알파를 보여준게 전혀 없고
상대팀을 분석한 흔적도 없고
과거 못한걸 보완한다는거 뿐인데 그게 다 알려진 내용 보완임.
이제는 롯데가 번트작전도 할 수 있다, 도루저지도 할 수 있다는 식.
허를 찌른다든가 하는게 없었음.
평균에도 못 미침.
객관적 전력은 어쩔 수 없는 거고 주의해 볼 만한 점은
(객관적 전력은 SK가 부상선수가 많다는 설이 있었는데 뚜껑여니까 아니더만)
첫째 롯데 하위타선이 수비를 잘한 대신에 공격을 못한거..
양승호가 착각하는게 갑자기 수비를 맹훈련시키면 다 된다고 믿지만
그만큼 공격을 까먹어 도로아미타불
둘째 이대호에게 지나친 부담을 준거..
전에도 말했지만 누가 잘던지면 이기고 누가 홈런치면 이기고 이거 독약임
나라면 이대호 타순을 바꿔줬을 것. 123번이 잘 쳤는데 홍성흔이 4번을 쳐야했음.
이대호 못 치는건 눈에 보이더만 믿는다타령만 계속하는게 미친거.
그날그날 컨디션 보고 해야지 상대팀이 뻔히 약점을 알고 갖고 노는거 보이는데
그런거 없이 그냥 믿는다믿는다 미친 놈.
자기 패를 다 보여주고 무슨 게임을 해. 정신 나간 거.
로이스터가 포스트시즌을 페넌트레이스처럼 고지식하게 하다가 잘렸는데
양승호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고지식모드로 들어감.
타순 바꾸고 신인 투입해서 의외성을 투입하여 상대를 교란해야지.
양승호 스타일은 철저하게 교과서적 경직된 운용이고 제법 머리를 쓴 것도 다 보이는 수임.
셋째 1차전에 투수 아끼다가 대량실점을 헌납한 거.
SK가 지쳐있어서 충분히 잡을 수 있는 게임인데 타격전 되니까 타선믿고 투수 아끼다가 실패.
넷째 신인투수 중에 SK가 사전에 파악 못하는 선수로 의외의 게임을 잡을 수 있는데 못한거.
이재곤도 좀 하고 또 한명 잘 하는 신인투수 있더만 안쓰고 썩힘.
아마 큰 게임이라 신인은 쫄아서 못할거라고 지레짐작 한 거.
다섯째 5차전 중간에 장원준 부첵, 강영식을 넣은건 미친짓.
나라면 이재곤, 신인투수 한명, 송승준, 임경완, 김사율로 갔을 것임.
약한 투수를 앞에 넣고 뒤로 갈수록 센 투수를 넣어야 함.
1회는 상대팀이 파악못한 의외의 신인을 넣는게 맞음.
맞으면 바로 빼면 되고.
중요한건 힘을 다 쓰지 못하고 남겼다는 거.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쫄아서 믿는다타령 하며 실력발휘 못 함.
최악의 리더는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얼굴만 파묻고 기도하는 넘.
양승호는 전형적인 하수임.
초반에는 진짜 미친짓을 일삼다가 안 되니까
상당히 반성하고 얌전하게 가만이 있기 수법으로 2위까지는 올라갔는데
포스트시즌 나름대로 준비한다며 머리 썼지만 대개 이쪽을 잃고 저쪽을 얻는 식이라서 본전도 못함.
상대의 허를 찌르는 의외성을 하나도 보여주지 못함.
이만수는 의외로 기본기가 탄탄해 보임.
가용자원을 최대한 사용하고 있음.
경마꾼들 중에 우연히 하나 맞추면 그 방법을 계속 쓰고 그러다가 망하는 코스 있는데
하수 감독들이 자기가 믿는 카드 하나만 가지고 계속 미는데 이미 상대방은 다 분석해놔서 안 먹힘.
고수는 의외성을 연출해서 상대방을 교란하는 방법을 씀.
그렇다고 아무나 막 집어넣는게 아니고
고수는 자세만 봐도 저 선수가 오늘 미쳐서 뭔가 일을 내줄지 알아챔.
그런 보는 눈이 없으니까 되도 않은 좌투수 우투수 놀음이나 하다가 망가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