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게시판
프로필 이미지
[레벨:2]wson
read 3257 vote 0 2011.07.27 (11:47:02)

4살된 아이가 있습니다.

 

large construct cloning에 애를 먹어서 세번째인가 네번째인가 competent cell 만들고 있던 저녁에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오늘 일찍 들어와서 자장면 같이 먹어. 엄마가 자장면 시킨대."

"응, 아빠는 일이 있어서 오늘 일찍 못 들어간다."

"무슨 일인데?"

"응, 아빠 DNA 만들려고 뻥튀기 세균(E.coli를 이렇게 설명해주었습니다) DNA에다가 붙이는데 잘 안붙네. 아빠 그거 붙이고 있어."

"응, 그럼 아빠 DNA 들고와. 오늘 엄마랑 마트에 가서 큰 딱풀 사왔어. 그걸로 붙여줄께."

"......^^;;;"

 

늦게 집에 들어가니 아이가 잠도 안자고 딱풀을 손에 들고 아빠를 마중나옵니다.

"아빠 DNA는 어딨어?"

아이에게 아빠 DNA는 아주 아주 작은 것이라서 아주 아주 작은 ligase 풀로 붙여야하기 때문에 딱풀은 못 쓴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아빠에게 해주고 싶던 일을 못하게 되어 울쌍이 되었습니다.

그 떼가 일주일은 갔습니다.

작은 딱풀로 큰 것은 못 붙여도, 큰 딱풀로는 작은 것도 붙일 수 있다는 아이의 조리있는 말에 달리 대답할 거리를 못찾았습니다.

그냥 뻥튀기 세균이 너무 작아서 큰 딱풀이 못 들어간다라고만 말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좀 집요한 데가 있어서,

어제는 학교로 데려와 작은 것을 잘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보여주었더니, 그걸로 보면서 딱풀을 작게 잘라 아빠 DNA 붙이잡니다.

아빠 현미경으로 뻥튀기 세균까지는 보여도 아빠 DNA는 그것보다도 더 작기 때문에, 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현미경이 있어야한다고 얘기해주고 아이의 입을 닫았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좀 더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recombinant plasmid와 E.coli transformation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내친 김에 transgenic mice나 human gene targeting도 얘기해줄 수 있겠죠.

그때 쯤 되면 내 아이도 아무리 크고 완벽한 딱풀로도 붙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레벨:12]부하지하

2011.07.27 (16:54:30)

 애들은 모르니 어른말 들으면 된다? 무지하게 사는게 힘들어서 그런가?  순서매겨 중간에라도 서보자고?

그닥 답이아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3312 러셀과 共鳴 2 지여 2010-10-19 3279
3311 동사로 하기요 8 지여 2010-12-30 3278
3310 트위터 그래프 image 4 오리 2011-06-07 3277
3309 질문. 피카소 어린이 발언 1 차우 2013-01-05 3276
3308 프랑스와 영국의 디자인 image 챠우 2017-06-24 3274
3307 시도지사에 당선된 후보들을 살펴 보니 공통점이 있다. 노매드 2010-06-03 3274
3306 척력은 맞고 인력은 아니다 라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14 법화 2016-06-10 3273
3305 박근혜를 거부하는 3가지 이유 8 오세 2012-12-21 3273
3304 김무성의 가보 image 1 김동렬 2015-10-09 3272
3303 야구는 분위기 게임 image 김동렬 2013-09-09 3271
3302 뿌리깊은 나무 세종과 노무현 1 율리 2011-10-15 3270
3301 무사히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17 수원나그네 2017-05-31 3269
3300 노무현과 신해철 5 락에이지 2015-05-23 3269
3299 사라져버린 쪽박섬 image 2 김동렬 2014-11-05 3269
3298 새로운 집단장 축하합니다 1 어울림 2010-02-01 3269
3297 초등교사 대화법 연수 관심있으신 분... 1 이상우 2013-06-14 3266
3296 트위스트 김과 리영희 3 노매드 2010-12-07 3265
3295 도서주문 입금확인 요망입니다. 1 하루 2009-01-12 3265
3294 감사합니다 1 열수 2009-01-14 3264
3293 독작. 13 아제 2011-01-21 32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