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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0]냥모
read 3748 vote 0 2013.06.23 (03:05:48)

cube.jpg


구조를 설명하여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는 것과 구조를 만들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사실 내가 겪고있는 문제이기도 한데, 누군가에게 말로 설명하기란 참 어렵다. 말로 표현하는 데 내가 익숙치 않이 때문이고,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고,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귀납적인 지식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 지식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있으니, 새롭게 발견하는 포지션에 서지 않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구조는 연역인데, 그것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로 설명하려고 하는 순간, '귀납'이 되어버린다. 물론 그것을 자연스럽게 언어로서 전환하는 구조가 있는 사람이라면 가능할테지만, 나로서는 능력 밖의 일이라, 이렇게 얘기를 하려면 오해와 논쟁에 빠져버리고 만다. 

반면 그것을 내가 글로서 표현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것은 내가 연역을 귀납으로 전환시키는 '글쓰기의 구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어떤 소재든 그것을 재구성해서 컨텐츠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훈련이 되어있다. 말과 글의 차이는 논리와 구성의 차이도 있겠지만, 그 전에 글은 내가 편안하게 힘을 빼고 시작하는데, 말을 할 땐 나도 모르게 잔뜩 긴장하게 되어버린다. (보통 사람들의 경우와는 정반대다.) 

무언가 설명하려는 표현의 차이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의미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글쓰기나 책쓰기의 본질은 연역을 귀납으로 전환해서 전달하는 것인데, 그것을 잘하려면 연역을 귀납으로 전환하는 글의 구조를 만들어야만 한다. 그런데 그 구조를 만드는 과정은 또 연역이 되는 거다. 절대적으로 이렇게 되어야만 컨텐츠, 그것도 성공하는 컨텐츠가 된다. 

책 뿐아니라, 영상이든, 제품이든, 광고든 다 마찬가지. 전세계적으로 성공해 역사에 남은 것들에는 분야를 떠나서 관통하는 보편의 법칙이 있다. 그 법칙을 개념화 한 것이 구조론이다. 

그런데 연역적 사고를 한다는 것은 지식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아닌, 깨달음의 영역이다. 사실 그게 참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영화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주는 두 개의 알약 중에 빨간약을 먹어야지만 가능한 일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제법 설득력있게 말한다고 해도, 제대로 알고 말하는 것이 아닌게 된다. 

'연역적 사고'를 혹자는 '감각이 좋다', '냄새를 잘 맡는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테고, 또 그게 맞는 말인데, 그게 전부는 아닌 것. 그러니 감각대로 행동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그것을 처리하는 구조가 내 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구조에 에너지를 넣어 결국 완성된 무언가를 낳아내게 되면, 그 사람이 제대로 아는 것이다. 


그러니 알고 있다고 믿는 순간, 아는 게 아닌게 되어버릴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알고 모르고', '옳고 그르고' 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우리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가? 신대륙을 발견하는가? 에 달려있다. 영화 머니볼(Moneyball)에서 빌리 빈 단장은 부단장인 피터 브랜드에게 이런 말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젠 이 방법을 믿느냐야! 우리의 방식을 굳이 남에게 설명하려고 하지마. 누구에게든..." 



[레벨:5]yhy

2013.06.23 (07:00:16)

.

프로필 이미지 [레벨:20]냥모

2013.06.23 (15:00:52)

yhy님 화이팅! 근데 뉘신지... 

[레벨:2]해저생물

2013.06.23 (21:06:56)

상대와 대적하여

완전히 제압하거나 포섭할 생각이 없다면

타인의 약한고리를 건들지 않는게 좋지 않을까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20]냥모

2013.06.30 (14:28:53)

제압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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