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실제 사례로 이야기주시면 재미날 듯 합니다. 저는 사례를 들어야 잘 이해하는 타입이라.
별로 대단한건 아니라서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유아틱해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예전에 연수원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최측이 제안 하는 주제에 대해 해결책을 프리젠테이션 하는 것이었습니다. 3주에 거쳐 진행이 되며, 한 팀은 13명 전체 약 500여명이 경쟁을 했었는데요.
제가 만든 조직은 주로 한시적인 것이라 회사와 같이 지속적으로 기능할 지는 애매한 부분도 있습니다.
1. 13명 중에서 의장은 보통 한두명은 꼭 사전에 친해집니다. 작업해두는거죠.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아이디어 회의가 시작되면 처음에는 보통 서로 눈치보며 아무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다음 회의때는 일인당 하나의 아이디어를 써오라고 시킵니다. 그리고 그날은 그냥 놀고 먹으며 친해집니다.
3. 다음날 아이디어를 꺼내보면 아이디어가 굉장히 엉성합니다. 쓸만한게 없죠. 그러면 의장이 아이디어를 하나 꺼냅니다.
그걸로 다수결을 진행합니다.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으니 일단은 만장일치입니다.
4. 정해진 주제로 세부 계획 세우기를 진행해봅니다. 주제가 개판이니 제대로 나오질 않습니다. 다시 주제 정하기를 합니다.
5. 슬슬 아이디어에 대한 반대파가 생겨납니다. 반대의견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그걸 의도적으로 발전시킵니다. 의장은 반대의견이 아니라 괜찮은 의견인지에 대한 것만 판단하고 의제를 투표합니다. 대개 의장이 괜찮다고 하면 다른 참가자들은 거기에 그냥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디어가 실제로도 전보다 괜찮게 발전한데다가 의장이 작업해둔 1인이 의장을 적극 지지하기 때문에 의사가 쉽게 몰아집니다.
6. 이런 짓을 몇번이고 돌립니다. 어쩔 땐 거의 다 만들어 놓고도 뒤집습니다. 이 짓을 3주 내내 합니다.
7. 의장 카리스마로 버티는 데도 한계가 있는게 3주쯤 되면 의장이 또라이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합니다. 다른 팀들은 이미 현장실사 끝내고 발표준비 하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 전에 어느정도 먹히게 소소한 성공케이스를 만들어 놓으니 그나마 버티는 겁니다.
8. 그러다 좋은 주제가 정해지면 그 다음 세부 주제 정하기, PPT작업, 발표준비 등은 단 하루만에 끝냅니다. 이게 가능한게 주제가 좋으면 다음 단계들은 생각보다 쉽습니다. 시간도 얼마 안걸리죠.
대개 의장의 아이디어는 거의 쓰이지 않고요, 다른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용도로만 쓰입니다. 그게 사람의 생각을 끌어내기가 쉽거든요.
급조한 조직이다보니 조직에 엉성한 부분이 많습니다. 의장(리더)는 엉성한 부분 떼우느라 바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흐름을 유지시켜야하거든요. 조직이 깨지지 않도록 소외되는 사람이 있으면 챙기고, 너무 나대면 적당히 단속하는 등의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프리젠테이션 주제는 한 단어로 정해지게 합니다. 아이디어회의를 할 때도 이걸 주지시킵니다. 프리젠테이션도 구조가 명확하게 보이도록 피라미드 비슷한 모양을 그려줍니다. 주제를 통해서 전체가 하나의 기승전결이 이뤄지도록 유도합니다.
이런 말을 왜 하냐면 의장이 틀을 정해주는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틀을 사람들이 잘 모르거든요. 틀이 괜찮아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니깐요. 물론 멋모르는 사람들한테 대놓고 강요하면 잘 안되고요 섬세하게 단계를 높힐 필요는 있습니다. 첨부터 부담을 주지는 않는 거죠.
결과는 괜찮았습니다.
좋은 사례였던듯 한데 제가 쿠릴타이의 개념이 명확치가 않아 비교가 안되네요.
감사히 읽었습니다.
쿠릴타이가 정확히 어떤건지는 검색으로는 알기가 어렵고요. 그나마 제가 찾은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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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릴타이는 옛 몽골 어로 집회나 모임을 뜻한다. 이 쿠릴타이에는 그 부족의 중요 인물들이 모두 참석했다. 쿠릴타이에서 논의하는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부족의 지도자를 뽑는 일이었다. 칭기즈 칸도 바로 이 쿠릴타이에서 몽골 족의 지도자로 추대되었다. 또한 칭기즈 칸이 나중에 자신의 후계자를 결정할 때도 쿠릴타이를 열어서 자신의 후계자로 셋째 아들인 오고타이를 뽑았다. 그 이후에도 몽골 제국에서는 칸이 사망을 하면 쿠릴타이를 열어서 새로운 칸을 선출했다. 만약 중국이었다면 이러한 회의 없이 황제가 자기 마음대로 후계자를 뽑거나 혹은 첫째 아들이 후계자가 되었을 것이다. 쿠릴타이는 이처럼 부족의 지도자를 뽑는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나 부족과의 전쟁 등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꼭 거쳐야 하는 중요 회의였다. 그렇다면 왜 몽골에서는 칸이나 부족의 지도자가 마음대로 결정을 하지 못하고 쿠릴타이를 열어서 중요한 일을 결정했을까? 칭기즈 칸이 통일하기 전의 몽골 족은 주로 같은 핏줄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부족 사회였다. 당시 몽골 족은 주변 부족과 크고 작은 싸움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몽골 족의 지도자는 어떤 능력보다 전쟁 지휘 능력이 가장 중요했다. 또한 부족의 경제 생활을 책임질 수 있으면서도 부족 내 갈등도 잘 조정할 수 있어야 했다. 만약 부족장이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는 곧 싸움에서의 패배로 이어졌고, 결국 부족민 전체의 죽음으로 이어지고는 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모든 조건을 갖춘 부족장을 선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그 방법은 부족 내의 중요 인물이 모두 모여서 지도자로 적합한 사람이 누구인지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의견이 다르면 오랜 대화와 타협을 거쳐 결국은 만장일치로 부족장을 선출했다. 이렇게 선출된 부족장은 모든 부족민이 인정하는 사람이므로 부족민들을 모두 지도자를 믿고 따른다. 그 결과 몽골 족은 무서운 결속력을 발휘하여 전쟁에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또한 이렇게 뽑힌 부족장 또한 중요한 결정을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쿠릴타이를 통해 결정했다. 물론 이러한 방법은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일단 결정된 사항은 누구라도 따르게 되었다. 하지만 쿠릴타이와 같은 부족 회의가 몽골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이러한 부족 회의는 몽골 족을 비롯한 흉노, 선비, 오환 등의 유목 국가들에서 나타났어요. 이
덕분에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쿠릴타이식 의사결정은 해본결과 실제로 작동할 것으로 보입니다. 완벽하게 쿠릴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구조로 작동을 시켜본 예가 있습니다. 물론 그걸 할 당시에 쿠릴타이를 알고 한 것은 아닙니다. 그냥 하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괜찮은 성과도 나오고요. 물론 처음부터 매끄럽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리더(의장)가 어느정도 조직에 대한 이해와 감각이 있으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저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가능했었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상황을 종합하면 적어도 한국 사람에게는 생각보다 쉽게 정착이 된다고 봅니다. 중요한 건 시스템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