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를 몰라도 본능적으로 구조(혹은 포지션)을 안다는 것이 이런 걸까요?
구조론을 알기 전 디자인을 공부하고 싶어 입시미술을 하고 대학교에 들어와서 느낀 것은 "아, 디자인을 하고싶으면 디자인을 하면 안되겠구나."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최종 디자인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은 디자인을 직접 한 디자이너가 아니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해야겠죠.
일개 사원 디자이너가 열심히 쎄가 빠지게 그림 그리고 아이디어 내서 디자인을 해도 디자인 팀장이 까던지 그중에 몇개 골라서 결정하고 팀장이 고르고 골라도 디자인에 D자도 모르는 윗사람이 공장에서 찍어낼 상품이 무엇일지 고르던가 까던가하고... 그렇게 계속 반복되는걸 보면... 아 그럼 나는 '디자인에 대한 안목을 가진 건희(=스티브 잡스)' 가 되야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결국 상위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 때 어렴풋이 느끼게 되어서 교수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니 "일단 배우는 4년동안은 닥치고 까라는데로 까라.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렴. 지금은 점심 먹으러 가야되니 나중에 오렴." 이라는 말 밖에.....
그런 말을 듣다보니 내가 들어온 대학이 군대는 아니겠지? 하고 의심하게 되더군요.
그런데!
구조를 알고 난 후, 디자인에 대한 안목이 있는 건희가 되는 것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뭔가 더 구조적으로 갈아엎을만한게 필요한거 같은데..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고 행동하고 실현시키는 것이 제가 할 일이겠군요.
아랫글에 양모님이 달아주신 댓글 보고 저 일이 다시 생각이 났네요. 밥만도 못한 대학생
"대학은 왜 가는데?" / "가지 않으면 먹고살 수 없으니 일단 가고나서 생각하자"
거기에서 시작해서, 교수도 일단은 닥치고 배워라!, 취직해도 일단은 닥치고 일해라! 그러다보면 인생 계속 끌려다니게 됩니다. 적당히 잘리지 않을 정도로 일하고, 적당히 욕망을 충족시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