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된 아이가 있습니다.
large construct cloning에 애를 먹어서 세번째인가 네번째인가 competent cell 만들고 있던 저녁에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오늘 일찍 들어와서 자장면 같이 먹어. 엄마가 자장면 시킨대."
"응, 아빠는 일이 있어서 오늘 일찍 못 들어간다."
"무슨 일인데?"
"응, 아빠 DNA 만들려고 뻥튀기 세균(E.coli를 이렇게 설명해주었습니다) DNA에다가 붙이는데 잘 안붙네. 아빠 그거 붙이고 있어."
"응, 그럼 아빠 DNA 들고와. 오늘 엄마랑 마트에 가서 큰 딱풀 사왔어. 그걸로 붙여줄께."
"......^^;;;"
늦게 집에 들어가니 아이가 잠도 안자고 딱풀을 손에 들고 아빠를 마중나옵니다.
"아빠 DNA는 어딨어?"
아이에게 아빠 DNA는 아주 아주 작은 것이라서 아주 아주 작은 ligase 풀로 붙여야하기 때문에 딱풀은 못 쓴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아빠에게 해주고 싶던 일을 못하게 되어 울쌍이 되었습니다.
그 떼가 일주일은 갔습니다.
작은 딱풀로 큰 것은 못 붙여도, 큰 딱풀로는 작은 것도 붙일 수 있다는 아이의 조리있는 말에 달리 대답할 거리를 못찾았습니다.
그냥 뻥튀기 세균이 너무 작아서 큰 딱풀이 못 들어간다라고만 말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좀 집요한 데가 있어서,
어제는 학교로 데려와 작은 것을 잘 볼 수 있는 현미경을 보여주었더니, 그걸로 보면서 딱풀을 작게 잘라 아빠 DNA 붙이잡니다.
아빠 현미경으로 뻥튀기 세균까지는 보여도 아빠 DNA는 그것보다도 더 작기 때문에, 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현미경이 있어야한다고 얘기해주고 아이의 입을 닫았습니다.
언젠가 아이가 좀 더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
recombinant plasmid와 E.coli transformation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내친 김에 transgenic mice나 human gene targeting도 얘기해줄 수 있겠죠.
그때 쯤 되면 내 아이도 아무리 크고 완벽한 딱풀로도 붙일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애들은 모르니 어른말 들으면 된다? 무지하게 사는게 힘들어서 그런가? 순서매겨 중간에라도 서보자고?
그닥 답이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