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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4]곱슬이
read 3170 vote 0 2011.07.16 (20: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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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개들이 새끼를 날 때와 육아과정에서 부성은 없다로 결론지었었다.

근데, 위기상태에서의 개의 행동은 전혀 달랐다.


내가 사는 동네는 재개발 아파트고 뒷산에는 버려진 진돗개 가족이 살고 있다.

작년가을 태어났을 걸로 예상되는 개가 3마리, 대장개 어미, 그리고 아빠개 백구.  내가 파악한 가족으로 전부 5마리 였는데, 최근에 파악하기로는 대장개 어미는 사망. 개들은 주로 세마리의 자식개와 아빠개가 따로 따로 다니고 있었다.

나는 아파트 뒤쪽 작은 공원과 산의 경계면에 개밥그른 세 개를 설치해 놓고 매일 진돗개용 싸구려 사료를 주고 있다.

워낙 순하고 겁이 많은 개들이라 주민들에게 공격적이거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않으며, 심지어 개가 살고있다는 걸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내가 파악하지 못한 개 한마리가 더 있었고, 그 개가 새끼를 낳았다.


6일 전에 우리아파트 산쪽에서 가장가까운 동 1층 베란다 밑에.

계속되는 비때문에 평소에 절대로 들어오지 않는 아파트로 들어와서 새끼를 낳은거 같다.

새끼는 5마리.

이 새끼를 어미개와 아빠개 백구가 하루 종일 지키고 있다.


아파트주민과 관리실 경비아저씨들이 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하는가를 주목했다.


1일 :, 아파트 산책로와 개가 새끼를 낳은 곳 사이에 금줄(안전제일 비닐끈)을 설치하고, 안내문을 붙이더라.

  (개조심. 새끼를 낳아 사납습니다)

2일 : 새끼낳은 곳에 가보니, 주민들이 가져다 놓은 개밥그릇이 무려 일곱개나 되었다.  나도 돼지고기 삶아다 먹였다.

3일 : 주민들의 민원(개를 싫어하거나, 개짖는 소리를 싫어하거나, 어린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들의 불만)으로 동물보호소와 소방소에서 출동했으나, 새끼들이 너무 어려 데려가면 생존이 불가능하므로 포기하고 돌아갔다.

4일: 개들은 여전히 주위를 경계하고 새끼를 지키고 있다.

 산책로 금줄의 범위를 조금 좁혀두더라.   개들이 순해서  사람이 지나가면 피해준다는 걸 모두가 파악했으므로.

5일 : 어제 저녁에 개밥주러 뒷산으로 가다보니, 평소 이개들이 와서 놀던 곳(아파트와 절사이의 작은 숲)에 개집이 보였다.

  누군가 개집을 지어놓은걸 보고 신기해 했다.

6일 :  개밥주러 가다보니 금줄과 강아지일당이 모두 사라짐.  경비실에 물어봤다.  하하하 어제본 그 개집으로 새끼를 옮겼단다.  그리고 오늘 확인해 보니, 어미개가 개집에 들어가 새끼들을 품고있었단다.  그리고 나도 개들이 그 주위에 있으며, 내가 준 개밥도 깨끗이 먹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안심.


일단은 매우 훌륭한 처리과정이었다. 개를 보호소에서 대려가거나, 개장수가 잡아가는 것보다는 새끼들의 생존율이 높아질 것으로보인다. 아파트 내에서 키우는 건 불가능해 보인다. 어린이나 애완견에게는 공포의 대상이 되기때문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개장수가 잡아가지 않는다면 우리동네 사람들과 이 개들과의 공존은 무난할 걸로 보인다.

오늘도 백구아빠는 여전히 강아지를 지키고 있었다. 자연상태의 개는 부성이 존재한다.


추신 : 이 개들이 그동안 무얼먹고 생존했을까?  일단 외모가 매우 깨끗한 편이다.  말라있지만 병에 걸린 개는 없어보인다.

 최근에 알았다.   기초식량은  지렁이 굼뱅이 등 흙을 파면 나오는 곤충이다.  그 외에는 음식물 쓰레기,  동네사람들이 주는 개밥.(나 말고도 개밥을 주는 사람들이 더 있는거 같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1.07.16 (21:59:57)

아가들이 잘 자라기를... 그리고 비도 많이 오는데 여름을 잘나기를....집이 생겨서 다행이네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1.07.16 (22:25:00)

집이 생겨서 지금은 안심이지만, 새끼들이 얼렁 자라서 원래의 제집인 바위밑으로 이동해 가길 바라오.  그게 생존확률이 더 높지않을까 싶다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id: ░담░담

2011.07.17 (11:24:56)

아기들은 마법사요.

걸리면 벗어날 수 없소.

 

가까이에서 오랜시간 머문다면 남녀와 노소를 불문하고 걸리게 되오.

특히 가슴에 안고 눈을 들여다 보는 것은 매우 조심해야 하오.

 

아기가 눈부터 웃을 때 발산하는 강력한 마법은 피하기가 매우 어렵소.

만약, 보게 된다면 순간 빠져들게 되오.

 

걸리면 모든 것을 감수하게 되오. 바보가 되오.

 

문득 깨면,

어른이 되어 버린 그래서 마법 따위에 의존하지 않는,

그대의 마법사는 그대 곁을 총총히 떠나고 있다오.

 

아기들은 마법사요.

걸렸거든 겪어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11.07.17 (11:57:13)

우리 곱슬이 꽃비에게 걸려들어 12년째 고생이라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1.07.17 (17:11:13)

ㅋㅋ..귀여운 모습, 너무나 맑은 눈빛과 마주치면 안돼....곤란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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