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나라도 별 덮잖소.
엊그제 '메아리' 치는 날, 옥상에 올라 갔더니 '헉, 놀라워라!' 저만치서 웬 'ㄱ'자가 꽃대가
자라고 있다. 아마 세종대왕이 우산 쓰고 모종삽으로 나도 모르는 사이 'ㄱ'자를 심어놓고
가셨나 보다.
달맞이가 말한다.
"이야, 드뎌 아마(아마릴리스)가 꽃봉우리를 꺾었다!"(올렸다) 어떻게? '키익'^^
안녕하세요, 제 옆 모습이예요. 아마를 잘 관찰해 보시면 아주 재밌어요.
(너나 관찰하세요... ^^)
제 뒷모습이예요. 깔끔하죠?^^
비바람 치는 날, 꽃대를 올려 어제부터 피기 시작한 아마릴리스
어제 해가 '쨍!'하자 기다렸다는듯 가슴을 활짝 열어 제친 아마.
빨래를 널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가 종일 아마와 데이트를 했다. 왔다 갔다... 몇 번을 오르내렸을까?
보고 내려가다가 '아니야, 향기 한 번 더 맡아야지, 잊을뻔 했네...' 하면서 도로 돌아가 허리 구부려
꽃향기 맡고... 다시 내려가 바닥에 빼 먹은 양말 한짝 가지고 올라와 널면서 또 한번 쳐다보고,
다시 내려와 이불 빨래 꺼내 올라가 널다가 아마를 쳐다보고...
유모차에 탄 아가를 연상시키는 아마...^^
태양 아래 온 종일 왔다갔다 아마를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몇 년전 이 녀석을 처음 보던 날,
색도 색이지만 유난히 인상 깊게 다가왔던 꽃술을 보면서 유모차에 탄 일란성 쌍둥이들의,
'동동'구를것 같은 발을 떠올렸다. 또 몇년 전 봄, 길가에서 어느 할머니 한 분이 아마를 안고 가길래
"어머, 아마릴리스네요" 물었더니 그렇다며 안고 가는 할머니 모습이 왜 그리도 좋아 보이던지,
또 몇 년전 이던가, 어느 노부부가 아마를 한 뿌리씩 안고 가는 모습이 보였는데 내가 쫓아가며
"어머, 아마릴리스네요, 반가워라!"
그리고 한달전 쯤에 나도 드디어 길가에서 아마를 발견하고 한뿌리를 구입해 화분에 묻었다.
꽃대가 올라오더니... 살짝 'ㄱ'자로 꺾으며 조용히 꽃을 피우는 아마...
어제 태양이 타오르는 옥상을 오르내리며 아마와 이야기를 나누며 내린 결론,
아마는 고양이, 고양이를 닮은 꽃이다. 아마를 자세히 보면 마치 고양이가 쥐잡자 표정이듯
조용히 먹이감을 향해 내려다 보고 있는 그림이다. 내겐 저 모습의 아마가 고양이로 그려진다.
아마, 아마도 아마릴리스는 고양이가 아닐까....^^
오늘부터 난 아마를 고양이꽃으로 불러야쥐(쥐를 잡자!)...^^
오늘 우리집 '고양이꽃'은 벌써 세송이의 꽃을 'ㄱ'자로 꺾으며 야옹야옹.... 먹잇감 사냥에
나가려 하고 있나 보다. 아무래도 꽃이 피면 야옹이를 바닥에 풀어놓아야겠다.
아마는 검은고양이....^^
빰빠람~ 빰빠밤 빰빠밤~~~~
귓가에 커다란 나팔소리가 들리는 듯.
몸도 마음도 깨끗이 빨아서 햇빛에 바싹 말려버렸음 좋겠네.
ㅋㅋ 빨아도 눈코입은 안 없어졌네~
마릴린 몬로의 질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