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볼 일을 끝낸 오후, 아는 두분과 택시를 타기 위해 신호등을 건너는데 저만큼에서 내 눈 앞에
뭔가 확 들어온다. 마치 잠깐의 낮잠 깬후 맑은 정신을 맛보는 듯 나도 모르게 꽃 집 앞으로 무작정
갔다. 같이 간 두 분은 택시를 잡기위해 꽃집 바로 앞에 서 있었는데 나는 이때 생각을 했다.
'만약에 바로 택시가 잡혀도 나는 갈 수 없다 말해야지, 택시 타고 먼저 가라하고 나는 바로 뒤따라간다
말해야지. 요 녀석을 어찌 놓아 두고 약속장소에 갈 수 있을까?' 하면서 개구리 앉은양 반 포복 자세로
'수국이네, 좀 색다른 수국인가보다'하면서 후레쉬를 한 방씩 터트렸다.
이 때, 꽃집 앞에 서 있던 어느 중년의 남자가 "꽃 찍는데 삼만원 내야 합니다" '헉~'하며 나는 개의치
않고 또 한번 후레쉬를 터트렸다. 이 순간, 또 한 마디 하는 남자, "삼만원 내야 됩니다~" 나는 그 남자를
쳐다보지 않은채 오로지 꽃에 빠져든채 세번째 후레쉬를 터트렸다. 또 한번 '삼만원 내야 합니다'란
남자의 말이 들려오자 조용히 일어서며 "어, 여기 풍로초도 있네"하면서 아는 꽃 이름을 떡방앗간 가래떡
나오듯 술술 뽑아내는데 남자 왈 "우와, 풍로초를 알다니, 꽃이름 모르는 것이 없내요?"
('모르것 빼고는 다 알고 있지요.'^^)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아까전 수국 찍는 사진값 이야기는
저리 도망간 듯 했다.
나는 바로 "저기요, 제가 왜 이 꽃을 찍은 줄 아나요?" 했더니 모른다는 제스처를 취한다.
바로 내가 수국의 암호 아닌 암호를 '~!@#$%^&*' 라고 불어 버리자
두 손 들고 말일이라는 제스처를 취해 버리고 만다.(수국 사진값 완전히 도망가다... ^^)
여기서 나에게 다가 온 수국의 '암호'는 나중에 풀기로 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
수국의 암호를 거의 풀었을즈음, 마침 택시가 왔다. 택시를 타면서도 내 머리 속엔 온통 아까전 수국 생각
으로 가득 차 있었다. 수국, 수국... 어느 덧 택시에서 내려 차 한 잔 마실 공간에 셋이서 앉았다. 우리가 앉은
공간 앞엔 숲이 보였는데 비가 온 후라 바람결에 풀냄새가 묻어나와 더욱 수국을 떠올리게 했다.(아, 이 알 수
없는 분위기...) 국화차 두 잔과 매실차 한 잔으로 두어 시간 정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을까, 시계를 보니
저녁 시간, "이제 집에 갑시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모두 각자의 집으로 가고 나는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서 수국이 또 떠오른다. 저녁이 되고 밤이 되고 아침이 되었는데도 오로지 '아, 어지러' 수국...
하는 수 없었다. 아침 산책을 하다 말고 뒤돌아 어제 수국을 만난 그 꽃집으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랐다.
버스에서 내려 신호등 맞은 편에 보이는 어제의 그 꽃집, 다행히 소담스런 그 수국이 보인다.
(혹, 팔렸을까봐 전전긍긍하며... )
어제의 그 자리 수국 앞이다.
수국을 한번 쳐다본 후 안으로 바로 들어갔다. "밖에 있는 꽃이 수국 맞죠?"했더니 꽃집 여주인이
그렇다며 반긴다.(어제 '삼만원' 남자분은 꽃집 주인의 남편)
분홍빛의 수국이 수국수국... 피어있다...^^
원예종에 대해선 난 아직 깡통이지만 이제까지 내가 본 수국 모양은 대개 이러 할진데...
토양에 따라 색깔의 변화가 있고... 그 색 그대로 피어 저물때도 있는듯 한데, 어제 발견한 수국은
내눈엔 아무리 봐도 보통 수국과 달라 보였다. 보자마자 바람처럼 다가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수국(꽃)은 만원, 항아리 화분은 삼만원, 합의 사만원인데 차비 만 원을 빼준다.
"다 받으시지, 빼주시다니, 종종 빼주세요"^^ 결국 삼만원을 낸 셈이다.(우째 이런 일이... ^^)
꽃집 주인이 택시를 잡아 주었다. 동네에서 내려 수국을 품에 안고 집으로 걸었다.
걸으면서... '예쁘고 소담스런 이 꽃을 집으로 그냥 가져가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하는 생각이 들어
자주 가는 가게에 들렀다. 가게 주인이 좋아하며 눈이 커진다. 가게 한 쪽 귀퉁이에 수국을 내려놓고
차 한 잔씩 마시며 둘이 한 시간을 넘게 이야기 했나 보다. 우리 이야기를 알아듣기라도 한듯 바람따라
수국송이도 끄덕인다. '끄덕끄덕'... 몇 송이나 피었을까.
수국을 안아들고 집으로 가는 길, 저만큼에서 이웃 분이 나를 알아보며 예쁜 수국을 어디서 구했냐며
물어 온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아예 감나무 그늘 밑으로 가 앉았다. 바닥에 내려놓은
수국 송이가 우리 말을 듣고 있는지 바람 결에 강아지 꼬리마냥 흔들어대듯 살랑거린다.
집에 도착해 함께 가져온 항아리 화분에 흙을 채우고 모종 화분에 들어있던 수국을 통채로 꺼내
줄기 아래쪽을 돌글동글 돌리며 살살 주무르듯 심었다. (바닥에 신문지 깔 틈이 없었음)
그리고 수국을 식탁 위에 올렸다. 이대로 끝인가? 아니다, 나는 잠깐잠깐... 수국을 바라보며 볼 일을 보았다.
그러던 중, 우리집 스티커 벽지가 눈에 띈다. 아, 이런... 벽지 안에도 화분에서
자라는 수국 꽃송이가 보인다. 그야말로 우연의 일치...^^
이제부터 말 걸어 온 수국의 암호를 풀 차례... (암호를 말하시오...^^)
짠! 수국 송이는 내게 고봉으로 쌓은 밥그릇 꽁보리밥을 떠올려 주었다.
(어제 꽃집 앞 남자가 이 말을 듣고 뒤로 넘어갈 뻔... ^^)
보리쌀을 씻으며...
떨어진 수국 송이를 주워 물에 담가 손 안에 올려 보았다. 영락없는 물에 불린 보리쌀이 떠오른다.
비빔밥 나물 몇 가지를 소금으로만 간하여 준비하며...(하얀 무나물과 가지나물은 내가 좋아해 죽는 한이
있어도 준비함... ^^)
보리밥에 빠져서는 안 될 열무 김치도 준비하고...
뱅둘러 열무, 당근채, 무우채, 콩나물, 가지, 호박나물을 돌리고 고추장 얹고, 계란후라이 올려
마지막 들기름 두르면 수국 꽁보리밥 완성!
션한 콩나물 국물도 곁들이며...
꽁보리, '보리 수국' 앞에서 보리처럼 놀며... ^^
(엊그제 본 풀꽃님의 쓸어진 보리를 일으켜 세우며...
참, 보리가 싫으면 쌀밥과 함께 섞어 비벼 드셔도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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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수구꽃다발인줄 알았습니다
한 편의 이야기가 있는 출석부에 출석하고 갑니다.
읽다보니...막 장면들이 상상이 된다는....^^
수국의 '차가운 향기'가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요즘 아침 저녁의 기온이 딱! 수국을 떠올리게 하네요..
얼음처럼 차가운, 그냥 기분 좋은 바람 기운의 선선함... ^^
수국이 피어야 비로소 여름인 것이오.
아 저 가지나물~~~~~~~~ 흑 먹고파라~
깻잎이 아니었군...
고넘 참 풍성하네.
오!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물건. 학교에 있었소. 이걸로 전두환 입을 꽉 ..
취미가 목공이었는데 뭐든 고정시키는 장치가 탐나는 것이었소.
오! 바이스~
ㅋㅋㅋ 이거 요즘도 아주 애용하는 거죠.
솜씨좋은 목수가 되거나 하루종일 수를 놓고 살고 싶던
꿈을 왜 이루지 못한 걸까...
(너무 산만해서....)
손 안에 오디는 안 보이고 손바닥 물들까봐, 혹 오디알 깨질까봐... 어쩌지 못하는
그야말로 '안전부절'(터질듯한 열매들은 거의 그런 생각이... )의 마음이 보입니다.
(여름 오디의 이 마음에 한 표를!^^)
된장국이 생각납니다
까만 롱코트 김밥... ^^
새끼오리는 일곱에서 넷으로 줄고
연꽃은 지천으로 피고 있었소.
아까전, 좀 어둑어둑한 화단 앞, 여기저기피어 있는 몇 송이 감자꽃,
감자꽃 향이 맡고 싶어 한 송이 따서 코에 댄다. "햐! 감자향이네..."^^
그러면서 감자꽃을 화단으로 휘익 던지는데... 하얀 담배꽁(꽃)초를 버리는 느낌... ^^
세상에나! 감자꽃이 담배꽁초가 되다니... ^^
아!!!! 수국.....!!!!
'수국의 차가운 향기'
고맙습니다.
오늘 출석부가 올라온줄 모르고 작업을 다한 바람에... 그냥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