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돈내려고 싸우는 아줌마들. [131] 독거청년 (livi****)
저도 배달알바 오래 했습니다.
집에서 이것저것하다가 배달주문하다보니 지갑 늦게 찾고
급한 마음에 전화해서 주문할 메뉴를 미처 생각치 못해서 시간 끌고...
그 정도는 그냥 한숨 쉬어주고 기다려줍니다.
그런데 배달가면 싸우는 아줌마들이 계세요.
남의 집에 놀러온 아줌마들.
주문하신 주인 아줌마가 얼마냐면서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시늉을 하면 반드시
딱! 한박자 늦게 놀러온 아줌마가 자기 지갑을 들고 치고 들어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내 주겠다고 지갑을 엽니다.
그럼 주인아줌마가 괜찮다고 내가 사는거라고.
그럼 놀러온 아줌마가 아니다며 내가 저번에 얻어먹었으니 오늘 내준다며.
그럼 주인아줌마가 그래도 우리집에 놀러왔으니까 자기가 산다며.
그럼 놀러온 아줌마가 자꾸 얻어 먹을수 없다며 자기가 낸다며.
그럼 주인아줌마가 그냥 가만히 있고 밥 얻어먹고 놀다가라며.
그럼 놀러온 아줌마가 미안해서 밥만 얻어먹고 갈수 없다며.
그럼 주인아줌마가 오늘은 내가 사고 다음에 네가 사면 되잖느냐며.
그럼 놀러온 아줌마가 다음엔 내가 얻어 먹으면 되니 내가 내도 된다며.
그럼 주인아줌마가 자꾸 그러면 다음부턴 못 놀러오게 한다며.
그럼 놀러온 아줌마가 이번에 내가 사고 다음엔 밖에서 집에 안 놀러와도 되니까 밖에서 사라며.
그럼 주인아줌마가 그냥 지갑 도로 넣으라며 이러면 주인인 자기가 더 미안하다며.
그럼 놀러온 아줌마가 미안해 하지 말고 그냥 드시기나 하시라며.
이래저래 샬라샬라 구라구라 샤방샤방 하면서 한참을 실랑이 하십니다.
그러면서 서로 돈 내려고 돈을 쥔 손으로 저를 치고 밀기까지 합니다.
어떤 분은 싸움이 길어지면 자기가 밥값 계산도 못하는 사람으로 여겨졌다고 느꼈는지
돈을 던지면서 계산빨리하고 가라는 분도 계십니다.
현관 타일바닥에 뻗어있는 지폐 줍다보니 '내 직업이 거지였던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음식 배달하면서 이런 경우 자주 겪습니다.
그런데 공식이 있더군요.
꼭 아줌마 두명만 있는 집. 아이들은 신경 안씀.
주인아줌마가 지갑을 벌리는 순간 타이밍 맞춰서 놀러온 아줌마가 들이대기.
두 아줌마간의 거리에 따라서 걷거나 뛰쳐나오기도 하는데 타이밍에 따른 거리이동감각은
유심히 보면 프로페셔널함.
놀러온 아줌마는 돈을 내 줄 것 같지만 지갑을 열고 지폐색만 보여줄뿐 실제로 지갑에서 돈을 이탈하지 않음.
기본 실랑이 주고받고 5회 이상.
끝내 놀러온 아줌마가 내라는 식으로 주인아줌마가 한발 후퇴하려고 하기전 눈치채고
놀러온 아줌마가 "에이~ 내가 산다니까 그러네."하고 뒤 돌아섬.
놀러온 아줌마가 계산하는 경우는 10명중 1명꼴.
대부분 40대 이상분들.
젊은 아줌마들은 누가 주인이고 누가 손님인지 모를정도로 쿨하게 계산하고 고맙다는 인사로 끝냄.
어떤집에서는 아줌마 둘이 실랑이 하느라 5분을 계산을 못하고 현관에 멍하니 서 있던 적도 있습니다.
너무 신경질 나서 그릇찾을 때 계산하겠다며 음식 내주고 그냥 와버린 적도 있습니다.
처음엔 이런 광경이 일하는데 너무 큰 방해요소가 되어서 스트레스 엄청 받았습니다.
그런데 한두번도 아니고 너무 잦다보니까 우리네 아줌마들이 조금씩 창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옛날에야 식사하셨느냐가 인사로 대신하던 어렵던 시절이면 흐뭇해보이기도 할텐데
지금의 아줌마들은 남의 집에 놀러다니며 6~7천원짜리 생색내기로 밖에 안 보이거든요.
남앞에서 서로 계산하려고 싸워봤자 배달원들은 계산하신 아줌마를 우러러 보지 않습니다.
이해안되고 짜증날 뿐입니다.
돈 내고 싶고 돈 몇천원이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조금이라면 뭔가 자기 체면을 높이고 싶고
'나 이런 사람이야'라고 티 내고 싶으시더라도 음식오기전에 서로 사이좋게 합의 보시고 음식 식고 불기전에
언능 받아서 드셔주시면 고마울거에요.
아저씨 아줌마들의 이상한 행동.
이런 인류학적 연구대상들은 한국에서 좀 안 보았으면 좋겠소.
이게 문제인건 인류학적 관심사이기 때문이오.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축적된 기묘한 획득형질.
원숭이들의 이런 행동을 마운팅이라고 하는데 개도 유사한 행동을 하지요.
서로 돈을 내려는 경쟁행동으로 관측한 배달소년은
물론 인류학에 대한 무지에 따른 망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고
사실은 돈을 내는 주인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한 일종의 연극행동입니다.
이탈리아에서는 주인이 손님에게 세 번 식사를 권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때 한 번 식사를 권했는데 손님이 '감사합니다'하고 덥썩 식탁에 앉으면
무례한 자로 낙인이 찍혀 다시는 초대받지 못합니다.
반드시 두 번은 빼야하고 세번을 주인이 권하도록 기회를 줘야
주인의 위신을 세워준 셈이 되는 거죠.
첫번째 빼기 - 아 나는 괜찮으니까 신경쓰지 말고 드세요.
두번째 빼기 - 아 나는 있다가 집에 가서 먹으면 된다고요.(효과음 꼬로록)
세번째 받기 - 안 그래도 전부터 이 집 요리를 한번 얻어먹어보고 싶었는데. 워낙 명성이 자자해서.
어느 나라나 다 이런 공식이 있는데
프랑스에서는 두 번, 독일에서는 한 번이라는 말도 있고요.
아줌마 전쟁의 비참함은
아줌마들 대부분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오.
즉 생산하지 않고 소비만 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든 아슬아슬한 사정이 있고
거기서 드라마가 연출된다는 점이오.
남자들은 다르오.
직장이라면 돈을 많이 버는 쪽이 내오.
직급이 높은 사람이 내는 것이오.
이 경우는 생산활동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그것이 가능하오.
딱 보면 이 사람은 백수, 이 사람은 빈 털터리, 이 사람은 변호사, 이 사람은 의사 돈을 누가 내겠소?
당연히 돈은 한나라당이 내는 것으로 되어 있소.
민노당은 돈이야기 나오기 전에 주먹다짐 벌여서 하나가 나가고 맨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내오.
생산에 가담하는 친구와 생산에 가담하지 않는 친구중에서...
생산에 가담하는 친구는 경제권을 스스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소비의 폭을 자신이 바로 정할 수 있지만,
생산에 가담하지 않는 친구는 자신의 소비의 폭이 다른 것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는 측면이 있다고 보는데...,
이러한 부분이 생산에 가담한 친구에게는 조금은 거슬릴 수도 있고, 생산에 가담하지 않는 친구가 쫌 스러워 보일 수도 있고, 반면에 알아서 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가끔가다 한 번은 쏴 주어야 늘 돈을 내는 친구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것이 되기도 합니다.
또는 같이 생산에 가담하지 않는 상황이라도 경제적 형평성에 비해서 두 사람만이 있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에서 닫힌계가 형성됨으로 인해서 돈을 내는 사람이 정해지기도 한다고 보입니다.
그럴때 사람은 어떤 종속(수직)이 생기기도 한다고 보이며, 그러하기에 서로 어떤 우위를 점하려는 현상이 보이기도 하는데, 돈을 내는 측에서는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이 자신이 돈을 내어도 될만한 사람인지를 판단하려는 경향도 생긴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닫힌계 상황에서 종속되어버리는 그런 상황이 일반적인 사회에서도 사람들이 쉽게 현혹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보입니다.
티비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혹하여 가버리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보입니다.
이미 자신과 비교하여 알아서 종속을 당해주는 경우가 그런 경우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하나의 예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 재미 있습니다.^^
ㅋㅋㅋ.... 배달 알바생....그냥 두 아줌마중에서 아무나 정해서 한 아줌마에게 돈 달라고 하면 되겠구만은....,
아줌마들 표정도 궁금해지넹...ㅎㅎ
아마도 집주인 아줌마한테 돈 받으면 아마도 다시는 배달 안 시킬 듯...
그럼..친구 아줌마한테 돈 받으면..혹시 알어..? 이뻐서 다음에도 계속 단골될지...^^
그런데 이런 경우는 정말 많은데....
집에 놀러갔는데 음식을 배달시켜서 먹으면 아무래도 찾아간 사람이 조금은 부담이 가는 경우가 있는 듯 한 것도 같고..., 그렇다고 음식을 장만하는 것도 적당하지 않을 때는 배달 시켜 먹을 수 밖에 없는데...., 상황따라 하면 되지만, 아무래도 친구 사이에서는 조금은 옥신각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밖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럼 1차 너가 사고 2차 내가 사고, 아니면 그냥 너가 1,2차 다 사던지...ㅋㅋ
결론은 누가 내도 상관은 없지만....
찾아간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하게 얻어 먹는다.라는 이미지를 상대방에게 주면 상대방이 사주면서도 뭔가 기분이 언짢아 질 수도 있으므로, 상대방을 배려해서 장단을 맞춘다는 것. 그런데 그것은 상황에서 반사적으로 되는 것이라고 보임. 또한, 주인 입장에서는 오히려 미안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지만, 이것은 어떠한 상황이냐에 따라서 달라짐, 온다고 약속이 되어 있으면 주인이 내는 것이 좋고(초대하는 입장), 일반적인 경우는 누가 내도 상관없다고 봄.
그러나 사전에 이미 누가 낼 것인지 결정이 되어 있으면 이런 일은 거의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