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드를 모르는 작곡자 강동철
며칠전 무릎팍도사에는 생전 처음보는 사나이가 나왔더라. 아이돌 걸그룹 노래를 히트시킨 작곡자 강동철(용감한 형제) 이라고 한다. 여느 무릎팍도사처럼 게스트의 인생 성공 스토리를 낱낱이 파헤치는 과정이 토크쇼의 주를 이룬다. 힘들었던 시절 얘기야 다들 비슷비슷 하겠지만, 강동철은 지금껏 나온 출연자와 좀 다른 케이스 인 것은 그가 작곡자이지만 지금까지도 음악에서 말하는 '코드' 도 전혀 모른채 작곡을 한다는 것이다.
질풍노도의 시절, 나름 동네에서 주먹 좀 날리는, 그래서 경찰서 들락날락, 학교는 자퇴하고, 경찰에 구속되고, 그럴 수록 더욱 깊이 빠져들고의 반복. 그러던 그의 인생의 변화가 생긴 것은 우연히 ‘사이프레스 힐’ 의 음악과의 만남이었다고 한다. 충격, 그리고 너무 좋아서 미칠 것 같은... 음악의 내용 따윈 상관없다. 그때부터 무작정 부딛혀 개고생해가면서 소리 하나하나 귀로 익혀갔고, 내공이 쌓이고 쌓여 결국 음악 프로듀서가 되어 많은 음악을 쏟아내게 되었단다.
2. 누구나 노력하면 ‘그’ 처럼 될까?
이런 사람이 한 명 등장하면 여러사람이 곤란해진다. 음악 공부한다고 수 백, 수 천 만원 쏟아부은 그러나 아직까지 별다른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음악에 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어쨌거나 멘땅에 헤딩해가면서 그만큼의 결과물을 낸 강동철을 쉽게 인정 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영화감독 김기덕 처럼, 육조 혜능처럼 말이다.
음악공부를 하느라 음악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야만 했던 많은 시간. 분야가 다르더라도 모두들 자기가 투자한 시간과 지식만큼의 결과물이 나오는 사람은 몇이나될까? 자! 방금 무릎팍도사가 끝났다고 치자. 가족이 모여 앉아 보다가 뭐라고 말했을까? 부모가 자식한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음악공부를 하느라 음악의 역사부터 시작해서 방대한 지식을 습득해야만 했던 많은 시간. 분야가 다르더라도 모두들 자기가 투자한 시간과 지식만큼의 결과물이 나오는 사람은 몇이나될까? 자! 방금 무릎팍도사가 끝났다고 치자. 가족이 모여 앉아 보다가 뭐라고 말했을까? 부모가 자식한테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저렇게 배운게 없는 사람도 엄청나게 노력해서 성공하잖아. 그러니 너도 더 많은 시간 노력을 해야지 성공할 수 있어! 그러니까 너도 강동철 처럼 하루 3~4시간 만 자고 공부하라구!”
과연 그럴까? 그가 오랜시간 나름의 노력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학교에서 배우고 익히는 일정한 량을 투여하는 노력은 아닐 것이다. 노력하면 성공하는 것이 참인가? 그를 통해서 증명된 사실은 그가 개고생 해가면서 작곡의 꿈을 키웠다는 것보다는 그의 노력 이전에 ‘사이프레스 힐’ 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래 노력이라고 치자 그럼 그 '노력' 이전에는 무엇이 있었나? 보이지 않는 부분에 진실이 있다.
김연아가 8시간동안 빙판 위에서 연습했다고 한다면, 똑같이 8시간 연습하면 김연아처럼 될까? 아니 12시간 연습하면 되나? 김연아도 스스로 원하는 이상적인 모델을 쫓다보니 8시간이 흐른 것이다. 보여지는 것은 부분에 불과하다. 몰입하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몰입은 노력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즐길 수가 없다. 시간의 상대성을 알아야 한다.
보통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는 자녀가 시간이 남으면 무척 불안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독서실에 보내서 공부를 하던 말던 일단 눈에 보이지 않아야 비로소 안심한다. 학교, 학원, 독서실에서의 시간만큼에 비례해서 지식이 머릿속에 쌓이는 것일까? 지식은 정말 그 스스로 아는 것일까?
강동철을 통해서 증명된 사실은 지식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음악의 코드도 모르는 사람이 작곡을 했으니 말이다. ABC를 모르는 사람이 영어를 능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단어 3만개를 외우고 다녀도, 단어 3,000 개 알까말까 한 미국초딩보다 못하다.
강동철을 통해서 증명된 사실은 지식이라는 것은 결정적인 순간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음악의 코드도 모르는 사람이 작곡을 했으니 말이다. ABC를 모르는 사람이 영어를 능통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영단어 3만개를 외우고 다녀도, 단어 3,000 개 알까말까 한 미국초딩보다 못하다.
3. 량이 아니라 질이다
그는 우연히 접한 어느 음악으로 삶 전체가 바뀌어 버렸다고 했다. 영감을 얻어다는 점이 중요하다. 사실 강동철은 아주 특별한 사람은 아니다. 대단한 사람은 더더욱 아니다. 그의 노래는 무대 위에서 혹은 TV를 통해서 공간에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는 있지만, 시간을 초월하여 10년, 20년 후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엔 부족함이 많다. 대중가요, 아이돌, 걸그룹... 실용에서의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위대한 멘토 김태원도 (세속적인 기준에서의) 무식하기로는 강동철과 다를 바가 없다. 얼마전 <남자의 자격>에서는 “못생긴에서 못이 ‘ㅅ’ 이냐고 물어볼 정도니 말이다. 가방끈 짧은건 거기서 거기다. 김태원도 개뿔도 없는 상태에서 개고생하면서 십수년을 보낸 끝에 지금에 이르렀다. 86년의 ‘희야’는 20년이 훌쩍지난 지금 백청강한테도 영감을 준다. 그의 음악은 시간을 돌파했다.
그리고 김태원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지난 10년간 폐인처럼 살았다던 박완규부터 연변에서 온 백청강, 무표정한 이태권... 점차 세력화 되고 있다. 심이 있기 때문에 사람이 모이는 것이고, 그것은 영감이란 형태로 전이되고 있다. 자기만의 것이 있는 것이다.
‘탱고’는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창가에서나 연주되던 퇴폐적인 음악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탱고라는 음악의 수준을 클래식 못지 않도록 올려버렸다. 반도네온의 음색을 살리면서 현악기와 조화롭고, 강렬하고, 독창적이다. 그는 죽어 이 세계에서 사라졌지만 언젠가부터 클래식 콘서트에서도 탱고음악을 종종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예술가는 한 사람이 인류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가 있다. 영감을 받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계속 영감이 RT되어 시간을 초월해 역사를 만들어간다. 트랜드는 공간을 지배하지만, 예술은 시간을 초월한다.
4. 영감을 주는 것이 예술이다
'사이프레스 힐'로부터 영감을 받은 강동철 처럼 영감을 받으면 누가 말려도 노력하게 되어있다. 아니 '노력' 이란 말은 거짓이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있는 모습이 누군가에겐 노력으로 보였을지도 모르고, 혹은 시간이 지나서 성공하고 나니 그걸 딱히 정의할 단어가 없어 뭉뚱그려 '노력' 이라 할 수도 있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의 '노력' 이라는 단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모든 사건에는 선-후가 있고, 인-과가 있고, 작용-반작용이 있다. '영감' 이라는 작용이 있기에, '노력' 이라는 반작용이 나온 것. 영감은 학문으로 치자면 공학이나 기술이 아닌 철학의 단계인 것이다. 분야가 다르더라도 최고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끼리는 영감으로 통한다. 인류에게 영감을주는 모든 행위가 바로 예술이다.
예수도 예술가고, 석가도 예술가다. 카이사르, 다빈치, 아인슈타인, 김대중, 노무현도 예술가다. 예술은 페인팅이 아니라, 음표가 아니라, 영감으로 시작하여 시간으로 완성되는 작품이다. 예술은 인류를 진보시킨다. 인류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예술이고, 세력화되어 RT되는 것이 '집단지성' 이다.
인류라는 커대한 배가 바다위에 항해를 한다. 영감을 주는 앞줄에 설 것인가? 노력하는 뒷줄에 설 것인가?
아스트로 피아졸라의 Oblivion(망각)
분청사기처럼
이도다완처럼
백자 달 항아리처럼
황지해 작가의 이 해우소처럼
노력을 안 하고 대충 한 것에 진짜배기가 있소.
물론 대충 한다고 진짜 대충 하라는 말은 아니오.
분청사기도 이도다완도 대충 한 것은 아니오.
중요한 것은 스트레스를 안 준다는 거.
베르사이유 궁전같은 장식과잉은 촌넘들 기죽이겠다는 졸부근성에 불과하오.
중요한 것은 이것이 21세기의 방향성이라는 것.
노력해도 노력한 티를 안 내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