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새로운 기술 혁명의 철학적 기초는 20세기초 '과정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저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있음(존재being)과 되어감(becoming생성)이라는 개념으로 공간과 시간을 구분하던 벽을 가장 먼저 제거했으며 모든 현상을 순수한 활동으로 간주했다. 그 이전의 대다수철학자들은 현상이 '존재했던 것'과 '그것이 행한 일'이라는 두 가지 현실로 나뉘어 있다고 믿었다. 존재라는 구조와 생성이라는 기능이 있었던 것이다.
등불에서 전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살았던 최초의 현대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인 화이트헤드는 행동을 순수한 과정으로 보았다. 공간과 시간이 하나의 순수 활동의 장으로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 그는 존재하는 것과 그것이 하는 일은 구별될 수 없다고 논했다. 모든 현상은 주변의 활동 패턴 변화에 반응하는 지속적인 활동 패턴이라는 것이다. 모든 것이 영원히 유동 상태에 있기 때문에 매 순간이 새로울 수밖에 없다. 화이트헤드는 모든 생명체가 주변 환경에서 계속 새로운 것을 기대하며 자신의 존속을 위해 그 변화에 적응한다고 믿었다. 그것이 우리가 말하는 '피드백'이다. 화이트헤드는 이런 기대-반응 메커니즘을 "주체적 지향subjective aim"이라고 부르며 그것이 바로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러피언 드림, 284p-
섬뜩하지 않소?
화이트헤드가 등불에서 전기로 전환되는 시점에 당대의 과학적 혁신을 자신의 철학 속에서 구현하면서 근대 철학의 문을 닫고 현대 철학의 문을 열어젖혀, 현대의 철학은 이래야 한다는 일종의 ''화두"를 제시했다면,
동렬님은 전기에서 인터넷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살면서, 진화론, 심리학 등에서 가능한 과학적 혁신을 '예견'하기까지 하는 철학을 구축하면서 현대의 철학은 이래야 한다는 모델을 제시하고 있소.
화이트헤드가 질문을 던지고, 김동렬은 이에 답하였소.
둘다 존재를 일로 보고있고, 주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한 변화와 적응을 이야기하고 있고. 둘다 새로운 철학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새로운 철학의 언어를 만들었으며, 둘다 당대엔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소.
20세기 초 서양에 화이트헤드가 있었다면, 21세기 초 동양엔 김동렬이 있소.
참으로 묘하구려, 근대의 문을 서양이 열고 탈근대라는 이름으로 닫았다면, 진정한 의미에서의 현대의 문을 열 씨앗이 동양에서 나왔다는 것이 말이오.
내가 왜 이런 글을 쓰냐면, 동렬님한테 뭘 얻어먹기 위해서가 아니오. 그냥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요.
21세기에 대한 나의 예측이 정확했음을 기록하려 하는 것이오. 21세기라는 배를 이끌어나갈 키가 어디에 있는가를 기록하려 함이오.
그 키가 어디있겠소?
우리 손에 있소.
희한한 넘이 있었구료.
초등학교 3학년때인가 집에 어린이전집 100권이 있었더랬소..그책을 미친듯이 읽고 읽을게 없어서 이해가 가지도 않는 세계문학전집 20권을 독파하고..도대체 노인과 바다를 어찌 이해할수 있었겠소..
그리고 집에있는 칸트 그리고 철학서적 몇권을 미친듯이 읽어더랬소..물론 도저히 이해가 안갔지만..
가난해서 책살돈은 없고 그렇다고 다리가 불편해서 도서관도 갈수없고..
그리고 20대가 되어서 화이트헤드를 읽었는데..머리속에서 쩡..소리가 나더이다..
나는 지금도 내 인생의 불행은 어릴때 미리미리 철학서적을 읽지 않았음이라 보오..
화이트헤드가 교육에 대해서도 많은 글을 남겼는데,
부분적인 감동으로는 다가오는데 역시 그 저서의 난해함에 묵묵부답이 되곤하오.
아직도 그의 진가가 다 발휘되진 않은 것 같소.
화이트헤드(1861~1947)의 지적 웅대함은 전시대의 칸트와 동시대의 아인슈타인을 넘어선다.
조직이론, 시스템이론, 사이버네틱스(피드백), 과정철학(신학)의 근간을 창안한 사람으로
당대 최고 수준의 이론물리학자, 수학자이며 동시에 철학자였다.
버트란트 럿셀의 스승이면서 동료로서 공동 집필한 '수학원리'는 수학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하바드 대학교에서 과학철학을 연구하면서 과정과 실재, 과학과 근대세계, 관념의 모험이란 저작을 남겼고,
자신의 철학을 유기체 철학으로 명명하고 있다.
화이트헤드와 원효의 사상이 일맥 상통하다는 생각에 관련 문헌을 일독중인데, 과정과 실재 이후로 진도가
잘 안나가는 독서목록으로 올라와 있네요. 암튼 스스로 화이트헤디안으로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반가운 마음에 몇자 적어봅니다. 표현법은 다르지만 구조론에서 언급한 상당한 부분을 화이트헤드 저작을 통해 습득하고 있습니다.
구조론을 처음 접하고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조금 더 학술적으로 기술되고 소통된다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신기한 것은, 동렬옹의 저서들을 봐도 화이트헤드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다는거.
근데 둘이 말하는게 비슷하다는 것.
마치 둘이 문답을 나누듯이, 그렇게 화이트헤드가 던진 철학적 화두에 동렬옹이 "존재는 질-입자-힘-운동-량으로 전개되는 일이다"라고 답하였다는 것.
서양이 묻고 동양이 답했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