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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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3360 vote 0 2011.05.15 (13:07:54)

예술이란 무엇인가? 그걸 모른다는 것이 한국인의 문제다. 이제 한국인도 예술을 좀 알아야만 하는 때가 된 것이다. 한국이 꼴등 언저리에 있을 때는 몰라도 대충 눈치로 때려잡을 수 있었지만, 1등 언저리에 근접한 지금은 대충 눈치로 때려잡을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한국인도 알건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제 김기덕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게 되었다. 그에 대한 찬반의견을 내놓을 수 있겠지만 그의 비중, 존재감 자체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김기덕은 지난 3년간 영화를 찍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뉴스를 생산해냈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방법으로도 뭔가를 해낸 것이다. 비중을 얻으면 그렇게 된다.


그동안 김기덕을 비난했던 자들은 ‘예술을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인상주의 화풍이 처음 나왔을 때는 예술의 도시 파리지앵들도 우산대로 그림을 쿡쿡 찔렀다. ‘저게 무슨 그림이냐?’ 예술을 몰라서 그랬던 것이다. 그들이라고 해서 처음부터 예술을 알았던 것은 아니고 처음에는 그들도 예술을 몰랐다.


2차대전 후 미국이 그림시장을 주도하게 되었다. 앤디 워홀이나 바스키아가 활약한 것이 하나의 계기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예술가를 후원하는 영국, 프랑스의 늙은 귀족들은 사실 예술을 몰랐던 거다. 단지 아는 체 한 거 뿐이다. 시장에서는 다 검증된다. 시장이 미국쪽에서 작동했기 때문에 미국이 주도한 거다.


물론 보수적인 미국부자들은 새로운 그림에 대해서 냉소적이지만 그게 결국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슬그머니 사들여서 그림값을 올려 놓는다. 프랑스인들은 예술에 대해서 아는체 할 뿐 프랑스에 예술은 없다. 그들 역시 껍데기에 다름 아닌 것이다. 프랑스에서 예술이란 인간차별 수단에 불과하다.


어리석은 한국인들은 그들의 인간차별 속임수에 놀아나며 스스로를 차별하게 된다. 저쪽에서 ‘지화자’ 하고 선창하는데 이쪽에서 ‘얼씨구’ 하고 후창하면 저절로 후창하는 자로 포지션이 정해져서 차별되어 버린다. 예술은 뒤처진 자로 하여금 앞서가는 자를 모방하게 만들다. 그것이 예술의 덫이다.


선문답을 하면 제자가 어떤 대답을 하더라도 무조건 스승께 대갈통을 얻어맞게 되어 있다. 애초에 구조가 그렇게 세팅되어 있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후창자는 선창자에게 대가리를 얻어맞는 것이 정답이다. 필자가 노상 숭산을 비판하는 이유는 숭산이 그런 얄팍한 수법을 쓰기 때문이다.


프랑스가 선창하면 한국이 후창한다. 바보들의 공식이다. 김기덕이 바꿔버렸다. 한국이 선창을 해버렸다. 이게 말이나 되느냐 말이다. 그래서 많은 가짜 예술가들은 스스로 커밍아웃을 해버렸다. ‘후창이 전문인 나는 예술을 족도 몰라요’ 하고 선언하며 자폭해 버린 것이다. 바보들의 자폭은 계속된다.


예술은 기승전결의 기에 서는 것이다. 곧 선창을 하는 것이다. 선창을 해야 예술이다. 후창은 잘 해도 상품일 뿐 예술이 아니다. 예술은 바보들로 하여금 후창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예술은 일면 더러운 것이며, 진정한 작가는 예술 그 자체를 부단히 해체해 왔다. 가짜들은 그러한 해체를 두려워 해 왔다.


왜? 거짓을 해체하여 후창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이상 프랑스 떵구녕이나 빨 수는 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기덕이 거짓을 해체했기 때문에, 직업으로 후창하는 가짜들은 자신의 가짜가 폭로될까 두려워 자폭해 버린 것이다. 그러한 자폭이 거대한 연쇄폭발을 일으켜 김기덕의 선창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모나리자가 걸작인 이유는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고흐의 그림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는 누구나 그릴 수 있다. 그래서 고흐의 그림은 위작이 많다. 고흐가 실력이 뛰어나다는게 아니다. 그가 세상을 바꾸었다는게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고흐가 아니라 세상이다. 예술의 답은 어디까지나 세상에 있다.


왜 그림이 세상을 바꾸는 걸까? 그림이 이야기를 생산하기 때문이다. 어떤 도자기가 가치가 있다는 것은 그 도자기를 기술적으로 신통방통하게 잘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생산한다는 거다. 물론 기교를 부렸다는 것도 하나의 이야깃거리는 된다. 특히 촌놈들에게는 기교가 이야기의 전부다.


아직도 한국에는 루브르 박물관 따위를 보고 와서 ‘우와’하고 감탄사를 내지르는 촌넘들 많다. 쪽팔리지 않나? 어떻게 인간이 베르사이유 궁전 따위를 보고 와서 차마 ‘우와’를 구사할 수 있는가 말이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개나 고양이라면 몰라도 부끄러움씩이나 안다는 인간이 말이다.


지 얼굴에 침뱉는 일이야 흔하다지만, 지 얼굴에 똥싸지르는건 이상하지 않냐 말이다. 추사의 세한도는 잘 그린 그림이 아니다. 그 안에 이야기가 있다는게 중요하다. 김기덕은 계속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중요한 점은 김기덕의 영화 안에 이야기는 없다는 거다. 김기덕의 인생 안에 이야기가 있다.


◎ 예술은 잘 그려져야 하는가? - 천만에.
◎ 예술은 구체적인 형태가 있어야 하는가? - 천만에.
◎ 예술과 외설은 무엇이 다른가? - 천만에.


예술은 모나리자처럼 구태여 잘 그릴 필요도 없고, 캔버스에 그려진 그림이나 온라인에서 거래되는 음원처럼 어떤 구체적인 형태가 있을 필요도 없고, 이건 예술이고 이건 외설이라는 구분같은 것도 없다. 도리어 그런 거짓 껍데기들을 해체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


잘 그리면 그게 품이 많이 들어가니 노가다라 도리어 비예술적이다. 일필휘지라야 진짜다. 행위예술은 허공에 떠도는 이야기를 남길 뿐,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구체적인 건더기가 없다. 같은 그림도 바보가 보면 외설이고 누구라도 거기서 영감을 얻으면 예술이다. 구분같은 것은 애초에 없다.


예술은 후창하지 않고 선창하는 것이다. 예술은 기승전결의 기에 서는 것이다. 예술은 이야기를 낳는 것이다. 예술은 영감을 주고 아이디어를 주고 화제를 생산하는 것이다. 예술은 삶의 스타일을 만들고 문명의 스타일을 규정하는 것이다. 역사의 흐름을 드러내고 그 흐름을 건드리고 그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보도가 나왔지만 그 기사를 쓴 기자들 중에 예술을 이해하는 기자는 없더라. 그들은 모두 영화 안에 답이 있다고 믿고 그 안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바보잖아. 들켰잖아. 왜 안을 보느냐 말이다. 왜냐하면 기승전결의 승전결은 그 바깥으로 퍼져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이 예술인 진짜 이유는 세상이 부단히 바뀌기 때문이다. 거기서 끊임없이 에너지가 공급되기 때문이다. 세상이 죽을 때 예술도 죽는다. 세상이 일어설 때 예술가가 그 사실을 알린다. 이미 김기덕이 민감한 데를 건드려 제 1파를 터뜨렸으므로 제 2의, 제 3의 파도는 계속 물결치게 되어 있다.


예술은 존재의 완전성을 드러낸다. 예술의 목적은 소통이며 완전해야 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완전성은 예술의 진짜 주인공인 세상의 불완전성을 드러낼 때 오히려 도드라진다. 그것은 낡은 기성세대의 불완전성을 드러냄으로써 순수한 어린이의 완전성을 도드라지게 하는 것과 같다.


임재범은 삑사리가 나와줘야 오히려 더 관객이 긴장하고 몰입한다. 그 안에 자체적으로 끌고가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 안에 에너지라곤 없는 가수지망생이 삑사리를 내면 오디션장에서 쫓겨난다. MBC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들과 관객이 부딪히는 지점이 거기다.


관객들은 그 안에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에너지가 있는가를 보고 판단하지만 - 삑사리는 때로 그 에너지의 존재를 부각. - 평론가들은 애초에 기본이 되어 있는가를 위주로 판단한다. 그래서 그들 잘난 평론가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에게 62점이라는 최하점을 주었다. 거기서 98점 받은 누군가는 흔적없이 사라졌다.


진짜 예술은 세상 그 자체다. 세상이라는 행진곡에 삑사리를 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긴장을 불어넣는 것이 예술가의 역할이다. 큰 세상의 불완전성을 드러낼수록 작은 개인의 완전성은 도드라진다. 세태의 거친 질주 안에서 끝끝내 인간을 지키고 옹호하는 것. 우리가 도달해야 할 진짜배기 깨달음은 그 안에 있다.


◎ 한국을 세계에 자랑하겠다. <- 아직도 이런 촌넘 있다. 이런 쥐가 나라망신.


한국이라는 막무가내 질주에 태클을 걸고 삑사리를 낼수록 한국인의 위대성은 도리어 부각된다. 한국상품, 한류라는 묻지마 질주에 일격을 가할 때 세계는 한국인을 진심으로 존경하게 된다. 물론 일단은 한국이보다 앞서있는 일본이부터 한방 먹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마이클 무어가 미국이에게 한 방을 먹였듯이 말이다.




http://gujoron.com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양을 쫓는 모험

2011.05.15 (19:41:34)

김기덕을 비난하는 사람들이 영화 속만 보는 이유는 그것 밖에 모르기 때문. 예술은 '발견' 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이미 존재하는 것을 이렇쿵저렇쿵 분석할 뿐, 아직 존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전혀 할 말이 없다. 할 말이 없으므로 예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이것 역시 귀납적 사고의 한계.

[레벨:1]taegom

2011.05.16 (14:51:01)

전송됨 : 페이스북

선창을 해야 예술이다. 후창만 하던 바보들의 자폭은 계속된다.

김기덕이 먼저 해버렸다. 아는체 하던 바보들은 모조리 뽀록날 것이다.


통쾌한 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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