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압 등의 질 단계의 환경이 신체의 어떤 규모를 제한하듯, 각종 사이비의 규모는 문명압, 사회압이 제한한다.
여러 다양한 것들이 있어야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고, 문명압과 사회압이 허용하는 범위안에서 범죄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각종 사이비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볼 수 있긴 하다. 중요한 건 제동을 걸어야 할 때 걸어지느냐인 것이다.
지금의 현실은 사회압의 동력이 약해졌고, 그 공간만큼 사이비들이 자동 확장하고 있는 국면이다. 결국 아닌 것들은 ‘넌 여기까지다!’하고 막아서는 팽팽한 압력이 작용해서 솎아줘야 하는데, 그 장치의 동력이 부족해진 상황. 그 동력은 생산력의 혁신.
2. 4~5년전 서울역에서 일할 때, 단골고객이 오는 곳도 아니고 항상 처음보는 사람들만 오는 곳인데 매출추이가 항상 비슷했다. 평일은 1500~1800만원, 금토일 2400~2800만원대, 명절이 아니면 2800만원대를 넘기는 것이 잘 안되었다. 어쩌다 넘기면 바깥에 항상 자잘하게나마 서울역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사건들이 있었던 것 같다.
항상 같은 사람들이 서울역에 오는 것도 아닌데 매출액 추이는 왜 항상 비슷했을까? 지금 이 서울역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메리카노 한잔씩만 마셔도 4000만원은 넘길 것 같은데, 지금 서울역에 있는 사람들 중 이 곳을 와서 구매하는 비율은 어떻게 조절되는 것이길래 매장의 매출액 추이는 왜 항상 비슷할까?
강요한 것도 아닌데, 서울역에 있으면서 커피를 사 마셔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수와 그들이 지출한 금액들의 합이 항상 이렇게 비슷하다고??
우리는 각자가 굳게 무언가 선택할 수 있고 무언가 그로 인해 달라질 수 있다고 믿지만, 지금 이 감정과 느낌, 생각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그냥 우주, 지구, 인간, 뇌, 호르몬의 유기적인 출렁거림일지도 모른다.
닭장이 좁고, 먹을 게 없으면 공격모드로 변하는 것이고, 그 공기에 개인의 선택이라고 믿는 것들이 발현되는 것이다.
히틀러가 자동차 사고로 죽었어도, 당시 독일의 공기가 그러했기 때문에 또다른 히틀러가 나왔을 것이고,
박정희가 아니었어도, 우리나라는 누군가 군부독재를 했을 것이고, 세계 정세의 변화와 맞물려서 출렁거리며 지금과 같이 되었을 것이다. 김재규가 박정희를 쏘았어도, 87년 6월에야 독재의 동력이 데탕트 분위기로 말미암아 고갈되었다. 결국 마지막은 시민들이 나서야 하지만서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