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교양이 없다. 문화예술을 모른다. 교양이 뭔지도 모른다. 미국인은 실용적인 물건은 모두 감춰 놓는다. 대신 많은 쿠션으로 손님용 침대를 장식하고 조화로 거실 테이블을 장식한다. 쓸데없는 것에 돈을 쓴다. 세탁기나 청소기 같은 실용적인 도구가 눈에 띄면 안 된다. 왜? 손님을 초대할 의도 때문이다. 교양은 자기만족이 아니다. 나 그 음악 너무 좋았어. 교양없는 사람의 천박한 말투다. 그게 스노비즘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교양은 그 자체로 스노비즘이다. 교양은 속물을 비웃는 것이면서 그 자체로 속물행동이라는게 아이러니다. 교양은 속물을 위한 속물을 비웃는 속물행동이다. 이 역설을 알아야만 한다. 명품으로 몸을 휘감고 다니는게 교양없는 속물행동이다. 상대가 나를 얕잡아볼까 싶어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다. 천박하다 천박해. 자기소개 하면 안 된다. 나 이런 사람이야. 나 돈 있어. 나 이대 나왔어. 내 아들 서울대 다녀. 서울대 표지를 서울대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단체로 주문해서 자동차에 붙이고 다녀. 속물도 이런 속물이 없다 그럼 교양있는 행동은 어떤 것일까? 간단하다. 상대방이 내게 말을 걸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손님을 만났는데 서로 할말 없으면 민망하잖아. 자연스럽게 대화를 풀어가는 방법은? 예컨대 서재를 꾸며도 자기 취향대로 꾸미면 안 된다. 난 이게 좋아. 내 방은 이렇게 꾸밀래. 미친거다. 프랑스라면 서재를 인디언풍으로 꾸미든, 일본풍으로 꾸미든 인도풍으로 꾸미든, 아프리카풍으로 꾸미든 이국취미를 드러낸다. 손님이 내게 말을 걸 수 있게 한다. 책상 위에 책을 읽다가 덮어둔 것처럼 연출한다. 책을 매개로 손님이 내게 말을 걸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아 한강 책 읽고 있나요? 이런 것이다. 손님이 내게 말을 걸 수 있게 연출한다. 명품을 사도 그거 어딨어 샀어? 하고 말을 걸게 하는게 목적이지 그냥 좋아서 사는게 아니다. 근데 너도나도 루이비똥 가방을 사면 그걸로 말을 걸 수가 없잖아. 독일인은 일부러 자동차 엠블럼을 뗀다. 아 그 차 BMW 연식이 어떻게 되죠? 내게 질문할 수 밖에 없는 함정. 근데 한국인은 식당에서 10분만에 밥만 먹고 나오기 때문에 할 말이 없어서 잔소리나 한다. 너 언제 취직할거니? 너 언제 장가갈거니? 서먹서먹해진다. 교양인들은 언제든 두시간은 떠들 수 있는 대화거리를 장만해두고 있다. 영화를 재미로 보나? 재미타령하는 자는 머저리다. 그런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자. 우리 같은 교양인은.. 에헴.. 영화를 대화거리로 보는 것이다. 영화를 소재로 친구와 대화하기 위해 영화를 보기 때문에 흥행영화보다 영화제 나오는 영화를 본다. 흥행영화는 솔직히 보고 나도 할 이야기가 없다. 부산영화제 가서 특이한 영화를 보고 와야 두 시간 동안 차를 마시면서 노가리를 깔 수 있는 것이다. 그게 교양이다. 일본 음악은 다양해서 장르가 50가지 넘는데 한국음악은 왜 다 똑같은가? 한국인은 자기만족을 위해 음악을 듣고 일본인은 대화소재로 삼기 위해 음악을 듣는다. 애초에 관점이 다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원인이냐 결과냐다. 일본인은 원인지향적이고 한국인은 결과지향적이다. 결과는 나다. 내게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게 한국인의 생각이다. 이게 속물이다. 멍청한. 교양없는. 천박한. 내게 좋은 것은 자기소개다. 인류에게 좋은 것이 교양인의 취미생활이다. 그래서 특이한 장르를 찾아다닌다. 한국인 중에 황지해 슈즈트리를 이해하는 사람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 대부분은 저게 예술이냐 따진다. 이런 속물들을 봤냐. 어휴 밥통들아. 그게 너 보라고 한거 아니다. 예술가는 대화거리를 만들어준다. 백남준이 피아노를 때려부수면 내가 좋은게 아니고 그게 대화거리가 되잖아. 어휴 이런 기본을 모르는 똥들하고 내가 대화를 해야겠냐? 하여간 수준낮은 놈들 하고는 상종할 수가 없다. 자! 이해를 하셨는가? 속물이란 교묘한 인간차별이다. 교양은 속물이다. 타인을 차별할 권리를 획득하는게 교양이다. 원래 에티켓이라는게 무도회에 어울리지 않는 촌놈들을 걸러내려고 만든 장치다. 규칙을 슬쩍 바꿔놓고 알려주지 않는다. 남들은 다 무도회의 컨셉에 맞는 복장을 하고 왔는데 혼자 가면무도회에 가면이 없다고? 애초에 왕따시킬 의도가 있다. 한국인은 교양이 없다. 교양이 집단적으로 바보들을 엿먹이는게 본질이라는 것을 모른다. 한국인은 내게 좋은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음악이든 그림이든 디자인이든 자기 좋아하는 것을 고른다. 그게 미친 거다. 원래 영국 귀족들이 정원을 열심히 가꿔놓고 자랑질하는게 교양이다. 내 취향대로 정원을 꾸미면 안 된다. 정원은 손님을 위한 공간이다. 뭔가 이색적인 볼거리가 있어야 손님이 구경온다. 차를 한 잔 대접하고 대화를 하는 것이며 대화의 소재가 고갈되면 안 되므로 손님이 지루하지 않게 최신 영화, 최신 도서, 최신 음악, 최신 유행, 최신 트렌드를 모두 꿰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랑스인은 밥을 두시간씩 먹으면서 주구장창 떠들어대는 것이다. 할 말이 끊기면 안 된다. 교양은 속물이며 새로운 속물로 낡은 속물을 밀어내는 것이다. 자기소개 하는 자는 등신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미술, 영화, 소설 곤란하다. 화제가 되고 서로 공유할만한 것을 내놓으려면 유행을 알아야 한다. 음악은 발견이다. 뭔가 쌈빡한 거 없을까? 그래서 일본음악은 장르가 많고 한국음악은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것이므로 단조롭고 지루하다. 그리고 떼창을 한다. 자기만족이 목적이니까. 왜 손님만족을 추구하지 않나? 교양인은 누구하고도 대화가 되는 사람이다. 대화거리를 미리 준비한 창의적인 사람이다. 원인이냐 결과냐다. 원인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고 결과는 내가 만족하는 것이다. 교양은 원인이 되는 것이지 내가 만족하는게 아니다. 내 입에 맞는 떡을 넣어줘 하는 사람과는 대화할 수 없다. 나 이런 사람이야 하고 과시하려는 자와는 대화할 수 없다. 대화할 수 없는 사람은 쫓아버려야 한다. 이찍들 말이다. 과거제도가 없는 유럽은 군주와 면접을 봐서 설득해야 한다. 군주는 귀찮게 하는 취업지망생을 물리쳐야 한다. 3분 안에 군주의 관심을 끌려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두루 섭렵할 뿐 아니라 자기만의 관심분야가 있어야 한다. 교양이 없으면 군주를 면회하지도 못한다. 과거제도가 한국의 교양을 망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