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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69 vote 0 2024.10.10 (23:42:07)

     인류는 전쟁을 겪었다. 전쟁 트라우마를 벗어나지 못했다. 왜 전쟁이 일어났을까? 독일철학 특유의 정신주의 때문이다.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하려면 반자이어택과 우라돌격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독일철학 = 정신주의 = 전체주의로 이어진 것이다.


    일본문학이 인기를 얻은 이유는 허무주의 때문이다. 사실 일본은 허무주의가 아니었다. 군국주의를 하다가 전쟁에 지니까 재빨리 허무주의로 갈아탄 것이다. 허무주의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라쇼몽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애매함의 미학과 모호함의 즐거움.


    무라카미 하루키는 결론이 없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은 결말이 없다. 와패니즈들은 환호했다. 결론을 내려다가 전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박경리 말대로 일본은 사랑이 없다. 로맨티시즘이 있을 뿐이다. 감각은 있고 감정은 없다. 스쳐갈 뿐 통하지 않는다.

   

    해체지향의 프랑스철학과 결이 맞다. 전후 프랑스철학이 지배한 유럽 지식사회 분위기는 유교 정사론과 맞지 않다. 유교는 결론이 있다. 확실한 정답이 있다. 결론은 공자의 인, 자사의 성, 퇴계의 경, 맹자의 의다. 그래서 한류가 뜬다. 대신에 소재가 제약된다. 


    정답을 정해놨기 때문에 소재가 제약되어 만화는 일본이 흥한다. 그러나 일본은 정답을 부정하므로 결말이 없다. 드래곤볼 아직도 끝이 안 났다. 원피스 아직도 하고 있냐? 카이지는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국만화는 결말이 난다. 악당을 때려잡고 끝을 낸다.


    올드보이나 미녀는 괴로워처럼 일본 소재에 한국 결말을 더하면 대박이다. 일본은 상상력이 풍부하지만 허무주의로 가서 결론을 못 내리는 게 문학이나 만화로는 되는데 영화가 안 된다. 영화는 90분에 결말이 나야 하니까. 이차대전 후 세계는 일본을 사랑했다.


    일본이 항복하고 냉큼 꼬리를 내렸기 때문이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하다. 강한 유럽은 약한 일본을 즐겼다. 전쟁이 끝나고 80년이 지났다. 이제 유럽도 슬슬 강한 맛을 즐기고 싶다. 허무주의는 한계가 있다. 일본 허무주의는 신토 신앙에서 온 것이다. 


    열도에 신이 3만에 다이묘가 300명이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와준다. 한국은 신이 없다. 유교는 무신론이다. 귀신도 3대를 넘어가면 제사를 받아먹지 못하고 햇볕에 말라 사라진다. 한국은 왕이 하나다. 한국의 사유는 편협하고 절대주의와 가까워 인기가 없다.


    오겡끼데스카로 유명한 러브레터는 한국에서 더 흥행했다. 일본이면 그냥 잊어버린다. 잘 있나요 하고 안부를 묻지 않는다. 한국적 결말이다. 은하철도999도 결말이 이상하다. 일본은 잔뜩 벌여놓고 수습하지 못하더라. 한때는 그게 매력이었는데 아직도 그런다.


    한국문학이 뜰 때도 되었다. 한국인들은 말끝을 흐리지 않고 결말을 짓기 때문이다. 유교 영향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다. 기면 기고 아닌 건 아닌 거라고. 시어미와 며느리가 너 죽고 나 죽고 사생결단이다. 등을 돌리고 시선을 피하며 대화하는 일본과 다르다. 


    한국식 정사론正邪 = 강자의 철학, 소재의 편협함, 확실한 결말, 극한의 밀어붙임, 갈 데까지 가버려. 확실하게 메인요리가 나와줌. 호르몬 뿜뿜. 


    일본식 허무주의 = 약자의 처세, 소재의 다양함, 결말의 애매함, 스쳐감, 전쟁 트라우마로 와패니즈 환호. 전채에 디저트만 계속 나오고 메인요리 없음. 


    인류가 갈구하며 찾던 것이 한국에 있었다. 유럽문학은 잘난 척하며 훈계하다 망하고 아프리카나 중남미 문학은 신비주의 동굴에 숨어 기어나오지 않는다. 그들 역시 프랑스 철학의 영향을 받아 동굴 속에서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남미식 신토불이를 하고 있다. 


    한국은 거대한 중국의 귀퉁이에 붙어 무수한 침략을 당하면서 언제나 사생결단이었다. 대륙은 넓어서 적이 침략하면 피하면 된다. 반도는 좁아서 막다른 골목에 몰린다. 대륙은 만만디다. 여유가 있다. 반도는 처절하다. 한국인들에게도 무언가 배울 것이 있었다.    


    유교는 강자의 철학이지만 한국은 강자가 되어본 적이 없다. 외국을 침략한 적이 없다. 한국식 정사론은 약자가 강자의 횡포에 맞선다. 독일도 30년 전쟁에 박살나고 40개 나라로 쪼개져 약했는데 프로이센 중심으로 강해져서 강자의 정신주의가 문제된 것이다. 


    약자의 정신주의는 인류의 보편성과 통한다. 달달한 일본과자와는 다른 화끈함이 한국정신에 있다. 한국문학이 부진했던 이유는 태생적으로 유교체질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어설프게 일본을 베끼려 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재빨리 가면을 썼다. 불화를 감춘다. 


    일본의 와 사상은 불화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이웃집에서 들리는 피아노 소리가 시끄러우면 '피아노 잘 치는 따님이 있어서 자랑스럽겠네요. 부러워 죽겠어요.' 하고 돌려서 말한다. 한국인들은 시끄럽다고 시청에 민원 넣는다. 한국인은 매우 직설적이다. 


    전쟁에 넌더리를 내는 서구 지식인 사회와 결이 어긋난다. 그러나 세월은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이제 서구가 한국을 따라와야 한다.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세계가 다시 무언가 해보자고 달려드는 분위기다. 단맛보다 매운맛을 찾는 것이다.


    노벨문학상은 노벨철학상이다. 사상에 상을 준다. 다른 상 열 개와 바꾸지 않는 이유다.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인공지능 하다가 얼떨결에 받았다. 운이 좋았다. 한국사상이 주목을 받을 때가 되었다. 한국인은 잘못된건 잘못된 것이라고 확실히 말하는게 장점이다.


    윤석열이 뜨끔할 것이다. 김대중의 평화상과 한강의 문학상은 광주시민에게 준 것이다. 세계는 반대편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싸워주는 사람을 필요로 했다. 그들에게는 절실했다. 문명이 야만에 짓밟히지 않으려면. 간절한 부름에 동쪽에서 호응하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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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나치 등장 이후 프랑스는 노벨문학상이 10개인데 독일은 두 개뿐이다. 그것도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처럼 전쟁을 반성하는 문학이다. 1901년부터 1920년까지 독일은 5개였다. 이후 백 년간 2개다. 일차대전 이전에는 독일이 상을 쓸어담았던 거다. 


    13년간 네 개 받았다. 이쯤되면 알 만한 거다. 한국은 625 괘씸죄에 걸렸다. 싸워보자. 전쟁하자. 북진통일 하자는데 상을 주겠냐? 유럽이 겨우 전쟁을 끝냈는데 한국이 다시 불씨를 지피고 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견디고 있다. 다 이유가 있다.


    세계는 중국을 주시하며 일본을 씹고 한국을 격려한다. 일본은 부자가 되었는데도 약자의 허무주의를 하는게 괘씸하다. 바뀔 때가 되었잖아. 무라카미 하루키 속이 탄다. 이문열 부류 전쟁광은 노벨상과 한림원의 적이다. 그때 이문열 책 불태우기 참 잘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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