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결코 공정하게 평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공정한 것은 공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기계적인 공정은 공정이 아니다. 역사 기록자는 일의 경중을 판단한다. 에너지의 방향성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두 번째 단추를 잘 꿰어도 인정받지 못한다. 무엇이 첫 단추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뒤에 오는 사람이 결정한다. 이승만이 친일파인지 애국자인지는 이승만이 결정하지 않는다. 이승만의 추종자가 결정한다. 역사 기록자는 추종자들의 이승만 이용을 경계해서 역사를 기록한다. 그래서 논쟁이 끝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이승만도 피해자다. 추종자가 잘못해도 책임은 이승만에게 있다. 지도자는 미래를 내다보고 판단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박정희도 피해자다. 가해자는 박정희를 왜곡하여 팔아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한동훈이다. 박정희는 많은 친일 행위를 하지 않았다. 만주군 시절에 계급이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일파 중에서 가장 출세한 인물이기 때문에 친일파의 수괴가 된다. 역사는 미래가 과거를 결정한다. 따지고 보면 의자왕도 마지막 1년을 잘못했을 뿐이고 연산군도 같다. 10년을 잘했는데 마지막 1년을 잘못해서 최악의 점수를 받게 되었다. 이승만은 독립투사였다. 해방 직후 인기순위는 이승만 1위, 김구 2위, 김일성 3위였다. 이승만은 미국의 소리 방송에 나와서 언론을 탔으므로 인기가 있었다. 그러나 역사의 평가는 냉정하다. 왜 역사는 이승만의 일생을 통한 항일투쟁을 외면하고 막판에 잠깐 있었던 친일파 이용만 강조할까? 친일파들이 이승만을 지속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친일파들도 다수는 마지막 몇 년만 친일했다. 독립운동하다가 이차대전이 일어나자 친일로 갈아탄 거다. 조금 잘못했을 뿐인데 그 잘못을 물타기 하려고 또 다른 잘못을 하는 식으로 계속 잘못이 누적되는 것이다.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수렁에 빠져버린다. 이는 에너지의 비가역성이다. 잘하다가 한 번 잘못되면 계속 잘못되는 사람은 많아도 반대의 경우는 거의 없다. 계속 잘못하다가 한번 잘하더니 이후 계속 잘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때문이다. 따지자면 박정희도 이승만도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치인 물리학의 피해자다. 엔트로피는 증가하고 나쁜 것은 더 나빠진다. 그래서 역사가는 할 일이 많다. 박정희는 혁명가였다. 장준하도 한때는 박정희의 혁명을 높이 평가했다. 그때는 혁명이 붐이라서 박정희가 하지 않았어도 누군가가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낫세르가 불을 질렀고 박정희가 따라배우기를 했다. 그런데 왜 박정희는 이후로 개새끼가 되어버렸을까? 그것은 권력의 속성이다. 권력의 수레바퀴에 치여버린 인간은 살아날 길이 없다. 권력자는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과호흡증후군에 걸려서 살려고 하면 독재자가 되어 있다. 박정희도 케말 파샤처럼 좋은 독재자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 차지철과 전두환 때문이다. 독재자의 후광을 이용하려는 자들 때문에 독재자는 점점 수렁에 빠져든다. 이승만은 반민특위로 처형될 뻔했던 친일파들을 살려주었고 그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그들이 이승만을 친일역적 수괴로 만들었다.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은 박정희를 개잡놈으로 만들었다. 개는 개를 낳는 법. 전두환은 개다. 개를 낳은 어미도 개다. 지도자는 그런 사태를 예견해야 한다. 왜? 케말 파샤는 예견했으니까. 그는 제 자식이 독재자가 될까 봐 결혼도 하지 않았다. 케말 파샤가 예견한 것을 박정희는 왜 예견하지 못했나? 인간과 비인간의 차이다. 이언주는 국힘당 갔다 왔지만 문제 삼지 않는다. 김종필은 쿠데타 장본인이지만 별로 욕을 먹지 않는다. 박태준은 그냥 박정희 졸개인데도 높이 평가된다. 이들은 마지막에 잘했다. 마지막에 김대중과 손을 잡았거나 이재명에 붙으면 사면된다. 왜? 개인을 평가하는 게 아니라 팀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팀이 좋으면 개인이 나빠도 용서된다. 수호지 인물 중에서 좋은 사람은 급시우 송강, 표자두 임충 정도뿐이고 나머지 두령들은 거의 악귀다. 역사는 개인이 아니라 팀을 평가하므로 줄을 잘 서면 팀 안에서 필요한 캐릭터라는 이유로 용서된다. 장비는 부하를 두들겨 팼고 관우는 오만한 인간이었지만 팀이 좋아서 용서된다. 대역죄를 지어도 팀이 좋아 사면될 수 있고 큰 공을 세워도 개새끼가 될 수 있다. 이괄은 원래 일등공신이었는데 어쩌다가 역적이 되었다. 풍운아였다. 이런 일은 역사에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한명련은 괜히 이괄 옆에 있다가 같이 역적으로 몰렸다. 정충신도 같이 역적으로 몰렸는데 처신을 잘해서 이괄을 토벌하고 나중 일등공신이 되었다. 이괄은 당파에 찍혀 씹혔고 한명련과 정충신은 천민 출신인데 선조에 의해 파격적인 출세를 했기 때문에 당파에 찍힌 것이다. 이순신도 벼락출세로 당파에 찍혔는데 선조가 당파를 주무르려고 하다가 생사람 잡았다. 정충신은 놀라운 결단으로 함정을 탈출했다. 정충신이 무악재에서 2천의 적은 병력으로 이괄의 수만 대군을 타격한 것은 자신이 천민출신이라서 당파에 찍혀 죽은 목숨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역사의 기록은 엄중하다. 연개소문은 죽을 때까지 잘했는데 자손들이 말아먹었다. 미래를 예견했어야 한다. 왕의 직업은 외교다. 연개소문이 왕을 제거하자 외교가 막혀서 고구려에 종속된 부족들이 대거 당나라에 붙었다. 연개소문이 이런 것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러나 알아야 한다. 원소는 사후에 자식들이 개판친다는 것을 알고 대비했어야 한다. 왜 대비를 못할까? 명성과 평판 때문이다. 좋은 사람 놀이 하다가 자신도 망치고 자식도 망치고 나라도 망했다. 문재인은 좋은 사람 놀이로 지지율이 좋았지만 윤석열을 찍어내지 못했다. 유방은 한신, 경포, 팽월을 제거했고 송태조 조광윤도 부하를 정리했고 명태조 주원장도 했다. 이성계의 사후정리는 이방원이 대신 했다. 자기 손에 피를 묻혔다. 문재인도 자기 손에 피를 묻혔어야 했다. 미래를 예견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는 없다. 박정희는 공이 9고 과가 1이라 해도 사후에 과가 100으로 늘어나서 역적이 되었다. 박정희 사후 추종자에 의해 일어난 일이지만 지식인들은 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유신이라는 첫 단추를 잘못 꿴 이상 돌이킬 수 없다. 춘추필법으로 처단할밖에. 그들은 박정희 추종자가 아니라 박정희 팔아먹은 개새끼다. 그거 다 개어미 책임이다. 프레임 때문이다. 프레임을 악용해도 안 되지만 부정해도 안 된다. 프레임에 치어 한 방에 훅 간다는 것을 알고 대비해야 한다. 정충신이 그랬다. 노예 출신인데 얼굴이 미남이라 권율 장군 당번병하다가 이항복에게 글자 배우고 줄을 잘 서서 일등공신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