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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37 vote 0 2021.12.28 (12:12:28)

    인간의 욕심은 하나다. 그것은 이겨먹는 것이다. 전쟁이 벌어졌는데 어느 편에 붙느냐다. 당연히 이기는 편에 붙는다. 중요한건 무기다. 민중은 신무기가 있는 쪽에 붙는다. 김대중은 PC통신으로 이겼고, 노무현은 인터넷으로 이겼고, 박근혜는 종편으로 이겼고, 문재인은 팟캐스트로 이겼다. 이번에는 유튜브와 틀튜브다.


    우리는 기관총으로 이기겠다거나, 정신력으로 이기겠다거나 하고 내세우는게 있어야 한다. 나폴레옹은 혁명을 거치면서 민중의 자발적인 창의력으로 이겼다. 귀족과 사병은 계급이 달라서 원래 같은 공간에 머무르지 않으므로 장군들은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다. 민중계급에서 장교단이 나오자 전쟁의 양상이 바뀐 것이다.


    경제에 밝은 이재명은 실무능력으로 이기겠다고 하고 윤석열은 공정과 상식으로 이기겠다고 한다. 공정과 상식은 노무현 구호다. 보수표 묶어두고 진보표 빼오면 선거 이긴다는 계산이다. 진보쪽 사람인 진중권, 서민, 신지예, 이수정, 김한길을 대거 빼왔으니 윤석열의 선거승리는 따논 당상이라는 거. 어라? 계산이 서잖아. 


    후보선출 직후 지지율이 치솟은 이유다. 사람들은 판세를 보고 윤석열의 승리를 예상했다. 승산을 보여주면 표는 따라온다. 선거는 쉽다. 제갈량의 천하삼분지계 같은 것을 보여주면 '그거 말 되네.' 하고 세력이 붙어준다. 이준석의 세대포위 전략도 그런 그림이다. 2030과 6070이 87년 세대인 4050을 양쪽에서 협공한다는 거.


    그런데 왜 김건희인가? 윤석열의 계책은 선거 보름 전에 후보단일화 한다는 거였다. 공정과 상식은 진보의 구호다. 진보의 구호로 선거 이기려면 보수를 두들겨 패야 한다. 공정과 상식으로 중도진보표 잡아놓고 국힘당 후보로 나올 홍준표를 매우 몰아붙이다가 막판에 단일화를 해서 이기는 그림이다. 다들 그렇게 내다봤다.


    그런데 김건희 때문에 전략이 틀어졌다. 너무 일찍 국힘당에 입당한 것이다. 그때 국힘당 지지자는 '이건 아닌데' 하고 불안감을 느꼈다. 노무현이 끝까지 버텨서 정몽준을 해먹는거 봤는데 말이다. 중도표 선점하고 보수와 단일화 하는게 정석인데 윤석열은 너무 일찍 보수로 그것도 극우로 틀어버렸다. 이때 결정된 거다.


    전쟁에는 승부처가 있다. 문제는 그때가 승부처인지는 나중에 복기해봐야 안다는 거. 당시에는 아무도 모른다. 항우의 승리는 거록대전에서 결정되었고, 이성계의 등극은 황산대첩에서 결정되었다. 세키가하라 전투 당시는 이게 일본역사를 바꾼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승부처가 지나갔음을 깨닫는다. 


    윤석열은 배포없음을 보여주었다. 자신감 없는 행동 말이다. 남들이 도와주면 이기고 자력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일찌감치 선언해 버렸다. 김건희 사태에 대처하는 윤석열의 자세는 왜 도와주지 않나? 도와주면 이긴다니깐. 하며 남탓하는 거다. 지휘관이 앞장서지 않고 기레기의 도움을 바라고 눈치를 보면 군심은 동요한다.


    반기문은 한 방에 갔다. 선거비용은 내가 조달해야 한다고? 여기서 게임 아웃. 남의 도움을 바라고 출마했는데 도와주지 않는다고? 뭐 이런 개뼉다구 같은. 윤석열도 같다. 도움을 바라고 출마했는데 도와주지 않는 현실에 돌아버린 것. 너희들이 도와주기로 했잖아. 극우행보는 이런 속마음을 고스란히 들키는 패착이었다.


    극우행보는 꼬맹이가 엄마한테 일러바치는 행동이다. 엄마. 쟤들이 때렸어. 엄마가 가서 때찌해줘. 이런 짓을 하면 다들 등을 돌린다. 용병이 밥값을 못하면 퇴출이 정답이다. 쥴리사태는 본질이 아니다. 전쟁은 승산을 보고 하는 건데 승산이 깨졌다. 윤석열의 승산은 중도를 주전장으로 삼는 것이었다. 그 그림이 틀어졌다.


    보수표는 막판 단일화로 잡고, 공정과 상식으로 중도표, 진보표를 빼오는 것이 원래 전략이었다. 갑자기 입당하고 극우행보를 해서 정치 좀 안다는 논객들을 당황시켰다. 밖에서 자력으로 표를 벌어오지 않고 제집 식구들에게 손을 벌리면 민심은 등을 돌린다. 양쪽에서 매를 맞는게 겁이 나서 국힘당에 전격 입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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