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도 충분히 바꿀 수 있다. 물론 바꿀 수 있는 건 그 "혼자"뿐이다.
대한민국을 바꾸려면, 바꿀 대한민국이 있어야 한다.
이준영씨
“한국 젊은이들 패배주의, 경쟁주의 바꿔보겠다”
12년 전 한국인 최초로 구글 본사에 입사한 원조 구글러 이준영씨(44). 작년 가을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그를 처음 봤을 때 세련된 구석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막연히 생각했던 구글러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낡은 청바지, 헐렁한 티셔츠, 헝클어진 머리… 하드웨어는 옆집 아저씨보다 평범했다.
당시 그는'24시간 피 터지는, 구글의 전쟁터 같은 경쟁 문화'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게 어떤 경쟁이냐 하면 말이죠. 서로 밟고 억누르는, 그런 경쟁이 아니에요. 순수하게 나와의 경쟁이에요. 옆 사람 잘되면 박수쳐 주고, 옆 사람 힘들면 격려해주는 것이죠. 그러면서 내 단점을 보완하고 성장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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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쌀밥 한번 맘껏 먹어보지 못했던 시골마을 가난한 농군의 아들이다. "이제 등 따시고 배부르고 속편한 자리까지 오기는 했지만,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싶지만은 않아요.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후배들과 나누고 싶은 거죠." 기성세대보다 더 경쟁심 심하고, 더 패배주의에 찌든 젊은이들의 현실이 답답해서 혼자서라도 바꿔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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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주의부터 익히는 한국의 청소년들"그는 '스카이를 못 갔는데 구글같은 기업에 취업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정말 많이 받아왔다. 이런 질문을 접할 때마다 그는 "가슴을 쳤다"고 말했다. 너무 답답해서 결국 '구글은 스카이를 모른다(알투스 刊)' 책까지 썼다고 했다.
이씨 본인도 스카이가 아닌 부산대 출신이다. "스탠포드는 이름을 몰라서 못 갔고, 스카이는 집에서 멀어서 안갔죠." 그의 고향은 김해 산골짜기. 마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며 좁은 자취방에서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담임선생님과의 5분 면담으로 결정된 대학이었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대학과 남들이 다니는 대학을 마음속으로 줄 세워 본 적이 없었다. 그저 현재의 시간과 현재의 환경을 즐겼을 뿐이다.
그는 '조그만 기업에 다니는데, 아무 비전도 없는 것 같아요. 대기업 간 친구들이 부러워요'라고 말하는 고작 서른 살 먹은 청년들을 보면서 더 답답하다고 했다. 스카이 다음에는 대기업이다. 그렇게 간판 따라 줄을 세우고 스스로 패배주의에 사로잡힌다. 지금 자신이 하는 일을 더 효율적으로 더 잘 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시도를 하기에도 바쁜 나날인데, 대기업 입사를 못한 자신을 인생 낙오자로 여긴다.
그는 "청년들의 이런 생각을 정말이지 바꿔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름도 낯선 '구글'같은 데를 왜 가냐고 하던 시절, 그냥 그 회사의 일하는 방식이 좋아서, 더 좋다는 회사(야후)를 걷어차고, 구글을 선택했던 자신의 살아온 방식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은 패배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씩 기를 죽여서 결국에는 자존감 따위를 없애버리고 있다는 것. 그는 그런 '생각'을 없애버리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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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또다른 스카이가 되는 것이 싫다"그는 얼마 전 경기도에 사는 한 고등학생의 메일을 받았다. '구글은 스카이보다 하버드를 더 알아주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그의 답장은 이랬다.
"구글에는요. 아이비리그 수석 졸업자들도 많지만, 고등학교만 졸업한 동료들도 많이 있어요. 그 사람의 자질을 보는 것이지 그 사람의 프로필을 보고 뽑지 않아요. 자신만의 실력을 쌓는 것이 훨씬 중요하죠."
그는 "요즘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구글 다니는 것이 마치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이게 참 거부감 느껴진다"고 말했다. "구글이 또 다른 스카이처럼 비치고 있는 거지요. 구글이라는 이미지만 보는 겁니다. 사실 구글 입사가 문제가 아니라 구글에 들어온 다음 어떻게 하느냐가 더 문제거든요. 정말 만만치 않아요. 어느 곳에서든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한데 말이죠. 일단 어디어디 간판을 달고 싶다는 생각을 빨리 버려야 합니다."
이씨는 최근 강연을 했던 마이스터고 학생들과 프로그래밍 동아리를 만들기로 했다. 이씨가 직접 개발자를 초빙해 지도하게 하고, 자신은 한국 출장 올 때마다 합류한다는 계획이다. 자신의 책 수익금으로 '라즈베리 파이'를 구입해 동아리 학생들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라즈베리 파이는 전기기구, 로봇 등을 연결해 아이디어 상품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모듈형 컴퓨터 보드이다. 마이스터고의 진짜 IT교육을 이준영씨 자신이 실행해보겠다는 것. 열심히 공부해서 '내가 1등 해야지'라는 생각이 아니라 '우리 동아리가 함께 뭔가를 만들어봐야지'라는 생각을 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는 것. '스카이를 가는 것'을 꿈꾸지 말고 '무언가 함께 만들어보자'라는 꿈을 꾸도록 해보겠다는 것. 대한민국이 바꾸지 않으면, 이준영 혼자서라도 바꾸어보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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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가 나와 줘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