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7일 모스크바를 출발해 선조들이 피와 눈물로 일군 시베리아 등지를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의 원산과 평양, 그리고 남한의 도라산 전망대로 입경해 경기도 안산 세월호 공식 분향소까지. 고려인 러시아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는 자동차 대장정 랠리팀이 1만5000㎞를 달려 북한을 뚫고 16일 한국까지 왔다.
고려인 자동차 랠리팀 단장을 맡은 김 에르네스트 니콜라예비치(45)씨는 17일 동아일보에 “우리 조상들은 한반도에 살았지만, 러시아 시민권자인 내가 분단의 상징인 이 선을 넘기까지 20년이 걸렸다”라며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들의 자동차 랠리 남북 관통 행위가 대화 대신 적대 행위로 가득 찬 남북관계에 하나의 자극 내지 돌파구가 되길 염원했다.
원래 8대의 자동차로 출발한 이들은 휴전선 돌파 당시 5대만 남으로 내려왔다. 동아 기자는 김 단장에게 “북한에서 군사분계선 통과를 대가로 자동차 기증을 요구했나”라며 북한의 자존심을 다소 훼손하는 듯한 질문을 했고, 이에 김 단장은 “자동차 3대를 주고 남한으로 넘어왔다”라며 “더 자세한 사정은 대답하기 곤란하다”라고 말했다고 동아는 썼다.
고려인 유라시아 자동차 랠리팀은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집전하는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쌍용차 해직노동자 및 제주 강정마을, 경남 밀양 송전탑 반대 노인들과 함께한다. 교황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고려인 랠리팀은 19일부터 다시 서울에서 국민 100여명과 함께 ‘국민참여랠리’로 이름을 바꿔 출발하며 부산에서 유라시아 질주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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