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기에 아이들의 인간관계가 심상치 않다. 작년보다 올해가 손이 더 많이 가는 것 같다. 올해 애들이 작년에 3학년을 1년 동안 잘 다녔으니 2학년때부터 코로나였던 작년 4학년보다 낫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얘들은 코로나로 입학도 제대로 못했던 애들이고 친구관계 맺는 것을 거의 못배운 애들이다.
그러고보면 지금 3학년이 더 최악이다. 초등 입학 전과 1년과 초1~2라는 황금같은 정서의 시대를 코로나로 인해 빼앗겨 버렸다. 이러니 3~4학년 가르치는데 힘들다는 얘기가 안나올 수가 없고, 5~6학년과 대화해도 3~4학년 가르치는 느낌이 난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학습의 공백보다 더 큰 것이 정서의 공백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반에 어떤 아이는 벌써 세 번째로 베프가 바뀌었다. 사회성도 있고 균형감각이 있는 아이인데도 인간관계가 변화가 너무 심하다. 한 아이는 반 친구들보다 다른 반 친구랑 더 친하게 지내다가 의도치 않게 학급 친구와 멀어졌다. 방과후 아이들 사이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여러 반이 섞인 무리에서 본이 아니게 다른 반 애 편을 드는 모양새가 되니 반 애들이 좋아할리가 없다.
그런데 이 아이들 모두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사회성 부분에서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했던 애들이라 나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어쩌면 다른 애들에 비해서 사회성이 더 발달된 아이들이 보다 다양한 장면에서 친구들에게 적극적으로 반응하니 서로 부대끼게 되고 의도치 않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애들은 공통적으로 자기가 한 것은 나쁜 의도 없이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한 것이고, 남이 자기에게 한 것은 자신을 소외시키고 불편하게 한거라 생각한다. 그것도 나쁜 의도를 갖고 자신에게 나쁘게 대했다는 기억이 남아있더라.
자기 객관화가 중요하지만 어떤 인간도 100% 그렇게 될 수도 없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확실히 성장기에 코로나 상황을 맞은 아이들은 자기 객관화가 덜 될 수 밖에 없다. 저 학년때 자기중심적인 시기에 뭣도 모르고 서로 부대끼며 다양한 경험을 하고, 조금씩 타인과 협력과 경쟁의 기회를 가지면서, 다툼의 시기를 적절히 거쳐야 하는데 그걸 놓쳤으니 이미 몸은 커버린 상태에서 과거의 달성하지 못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것을 학교에서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보완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서적, 사회적 공백의 부작용이 얼마나 클지, 그것이 학교교육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연구가 정말 필요하다. 정말로. 근데 이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학습공백만 얘기만 다뤄지는 듯 하다. 그래서 더 걱정이 더 된다.
큰바위
이상우
존중이라는 단어 하나로 정리해주셨네요. 제 글에 존중이라는 말을 넣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드네요.
존엄의 상호작용이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학때는 큰바위님 뵈러 가겠습니다.
큰바위
네. 지금 대한민국의 교육부는 정작 해야할 일을 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꼭 해야할 일을 미루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현재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회복 돕는 국가 전문기관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꼭 해야할 일을 미루고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현재 학교폭력 피해학생 치유·회복 돕는 국가 전문기관을 만들기 위해
교육부가 8월부터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2026년도 하반기 개원을 추진하여
기숙형 학생 치유·회복지원센터도 부설 운영한다고 하는데
기본인 사건, 사고가 발생하는 원인을 그대로 두고, 결과만 수정하려드는 모습이 참 안타깝습니다.
만남을 기대합니다.^^
교육부가 정말로 아이들이 서로 존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줄 수 있도록
존중에 필요한 가치 중심과 성품 중심의 교육 커리큘럼으로 바꾸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그 많은 교사들이 왜 입시 중심의 커리큘럼을 순순히 받아들이는지 참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미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교육의 틀을 정보/지식 전달 중심의 교육에서 성품 중심의 교육으로 탈바꿈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교육은 여전히... 제자리일까 싶습니다.
"자기가 한 것은 나쁜 의도 없이 그냥 자기가 좋아서 한 것이고, 남이 자기에게 한 것은 자신을 소외시키고 불편하게 한거라 생각한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학폭 조정 현장에서 많이 경험하는 현실입니다. 상우 샘께서 좀 더 나서주셔야 하겠습니다. 응원 보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