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인생의 어떠한 일이라고 했을 때 테이블 위에 모든 것을 건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 즉 자기자신을 걸었다. 이 사람은 승부사다.
반면에 게임에 자신이 가진 것의 일부를 건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이 무엇을 가졌는지도 모르고 자기자신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걸 수가 없다. 돈이나 시간, 정력, 애정 같은 유무형의 한정된 자원을 거는 데 그친다. 이 사람은 갬블러다.
처음은 이렇다.
게임 테이블 위에 자기자신을 온전히 올려놓으면서 거울 앞에 서듯 ‘나’를 대면하게 되는 것이다.
저울위에 무엇을 올려놓은 것과 같다. 그 한쪽에는 우주가 올려져 있고 반대편에 내가 올라서는 것이다.
승부사는 게임 자체에 집중한다. 그는 곧 게임자체가 된다. 갬블러는 게임의 불확실성에 빠져든다. 그는 게임의 일부가 된다.
역설이다. 승부사는 게임에 지더라도 잃지 않는다. 온전한 자신을 건 승부사는 잃지 않는다. 잃을 것도 없다. 그는 단지 온전한 자신을 이동시킬 뿐이다. 그럼으로 승부사는 이 세계를 조망한다. 갬블러가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하우스의 원리가 그렇다. 그것이 돈이라면 테이블 위에 오고가며 순환하는 것이 하우스의 원리다. 오고가며 순환하는 횟수만큼 하우스가 가져가는 세금이 커진다. 승부사는 그 흐름을 본다.
설령 지더라도 승부사는 자신이 올려놓은 것 만큼 의미가 있는 것을 가진다. 승부사는 아무것도 잃지 않은 온전한 상태로 흐름을 본다. 흐름을 장악한다.
갬블러는 이겨도 가지지 못한다. 갬블러가 가진다는 것은 그가 게임을 그만두고 하우스를 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하우스를나간 갬블러는 다른 하우스에 들어갈 뿐이다. 갬블러에게는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가져도 만족하지 못한다. 갬블러는 의심한다. 만족하지 못해 텅빈 공간에 의심이 가득차 있기 때문에 갬블러는 다시 의미없는 베팅을 해야만 한다.
승부사는 게임을 주도한다. 나아가서 게임을 설계할 수 있다. 승부사는 게임이 되고 하우스가 된다. 게임이 그를 돕고 하우스가 그를 돕기 때문에 승부사는 지지 않는다.
갬블러는 게임에 종속되어 있다. 갬블러가 이겨도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하우스에게 세금을 내기 때문이며 갬블러의 운명은 오링나서 개털될 때까지 게임을 하는 것이다.
승부사는 원시 부족민이 하루를 살아내면서 느꼈던 가득찬 긴장을 느끼며 게임에만 집중한다.
갬블러는 매순간 게임에 웃고 운다. 지난 베팅을 후회하고 미래에 본전생각을 한다. 힘든척 하면 개평을 주겠거니 하고 어리광을 부린다.
갬블러는 매 챕터가 끝나고 나서 이렇게 중얼거린다.
‘이 게임은 나랑은 맞지 않았어. 내가 할만한 게임이 아니었어.’
‘게임이 처음부터 내가 생각한 것과 달랐어. 내가 원하는 패 몇 개만 나왔으면 이겼을꺼야.’
‘나보다 더 힘든사람이 많겠지. 나는 그래도 많이 손해본게 아냐.’
‘인생이 원래 다 그런거지.’
그럼에도 그는 다시 이전과 같은 게임에 종속되어서 이전과 같은 판돈을 걸고 한다. 신기하게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는데도 갬블러는 자신이 이길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가진다. 이긴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주제에.
그는 게임을 여러 차례 했음에도 배운 것이 없다.
갬블러에게 게임은 매 순간이 불확실한 흥정이다.
‘너가 이렇게 하면 내가 저렇게 할게.’
‘내가 너한테 안사고 저기에 가면 더 싸게 살 수 있는데 넌 얼마까지 해줄 수 있어?’
‘내가 너한테 이렇게 했으면 너는 나한테 저렇게 해줘야 하는건데.’
승부사는 흥정하기 전에 이미 값을 정하고 온 사람과 같다. 승부사는 묵묵히 게임을 할 뿐이다. 그리하여 하나의 게임이 끝난다.
게임은 승부사다.
하우스는 승부사다.
승부사는 갬블러다.
갬블러는 게임이다.
갬블러는 하우스다.
이기는 것은 지는 것이다.
이 공허한 말이 진리가 되는 역설에는 종잇장의 떨림 같은 차이가 필요하다.
이를 깨달은 갬블러는 자기자신을 대면하고 그것 모두를 게임에 건다.
그는 승부사가 되고 게임이 되고 하우스가 되리라.
온 우주가 그를 도울 것이다.
오... 정말 이해하기 쉬운 비유입니다.
수없이 인생의 갈림길에서 흥정을 하게 되면서
타인이 설계한 하우스에 쉽사리 끼지 않으려도 했고
얍삽한 흥정따윈 하지 않으려 했지만
그러면서도 명확하지 않았지...
종이한장 차이같으면서도 엄청난 차이.
자기 인생의 갑이 되느냐 을이 되느냐...에서 더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미묘하지만 엄청난 승부사와 갬블러의 차이.
그것을 스스로 설정할 수도 있었는데....
경험상 크건 작건 언제나 성공의 경우에는 자신을 건 한판 승부가 작동하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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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하우스를 유람다니던 분에게 들었던 충고가 생각나오.
그땐 그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소.
"네가 진짜로 사랑하면 네것이 될 것이다."
필요없다 했는데.....단지 소유를 위한 흥정따위가 아니었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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