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가 필요해서 결국 아이폰을 샀는데, 샀을 때는 그냥 그럭저럭 이었는데, 현재 꽤나 만족하고 있다. 아이폰 샀다고 자랑질하려고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구매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이 생각해볼 만 하기 때문.
'제품의 가치를 규정하는 것이 무엇인가?' 라는 것이다. 좀 안다는 사람은 애플의 아이폰보다 HTC의 디자이어HD가 더 좋은 이유를 100만 가지를 댈 수도 있을 것이다. 소위 스펙이라는 것을 줄줄 외듯 나열해놓고, 이건 액정이 4.3인치고, 카메라가 800만 화소고, 그립감이 어쩌고...
그런데 결국 아이폰을 사고 말았다. 애플의 대부분의 제품이 이런 딜레마에 빠진다. 좀 안다하는 사람들은 "맥북 가격이면, 더 좋은 사양의 PC 두 대는 살 수 있다!" 게다가 그것은 결코 틀린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을 쓰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다.
솔직히 매킨토시의 경우는 한국시장에서 애플이 좀 많이 억울한 측면도 있다. 전 세계에 한국처럼 PC부품시장을 가지고 있고, 70%이상 조립PC를 사용하고, 게다가 초딩도 척척 PC를 조립해 쓰니, 완제품 개념이 전무한 셈이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PC 한 대 구입하는데 얼추 200만원은 족히 줘야 살 수 있었는데, 요즘은 쓸만한 컴퓨터 조립하는데, 모니터 포함해서 70만원이면 가능하다. 그러니 애플의 완제품이 한국에서 가격경쟁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
2G 휴대전화보다 2007년 이후 서비스를 시작한 3G 휴대전화가 더 좋다. 전화가 더 잘터져서? 천만에! 전화는 2G가 더 잘걸린다. SKT 셀룰러는 주파수 대역이 PCS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아서, 기지국 하나가 커버하는 공간이 더 넓다. 반면 PCS는 높은 주파수 대역이라 전화가 불통되는 곳도 많아서 기지국, 중계기를 더 설치해야하고, 그러면서도 욕은 욕대로 먹어야만 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죽하면 "걸면 걸리는 걸리버" 라는 헤드라인이 있었겠는가? 안걸리니까 그렇지...)
3G로 바뀌면서 셀룰러-PCS 개념이 사라졌다. SKT-KT-LGT 모두 같은 주파수 대역에, 같은 기지국, 중계기를 사용하니까, 서비스 품질도 비슷비슷. 전화 잘되는 2G놔두고 왜 3G를 하는가? 소통의 밀도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쬐금씩 핸드폰으로 인터넷도 되고, 영상통화 비스므레 한 것도 되기 시작했다. 왜 스마트폰을 사는가? 소통의 밀도가 더 올라갔기 때문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e-book 등으로 소통의 속도와 밀도가 올라가버렸다.
스마트 폰이 기능이 많고, 비싸기 때문에 좋은 것이 아니라, 소통의 밀도차 때문이다. 기능은 그 후에 이야기다. 그러니 소통하지 않는 이명박이 기능 많은 스마트 폰을 산다한들 그닥 쓸모없는 물건 일 뿐이다. 명박은 TV로 짜고치는 '대통령과의 대화'를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때, 트위터에서는 전혀 다른 소통이 이루어 진다. 조중동 KBS에 나온 명박 지지율과 트위터에서 체감하는 명박 지지율은 하늘과 땅차이. 나도 한마디 하고 싶은 사람은 스마트 폰을 살 수 밖에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대만 IT기업인 HTC 디자이어HD, 이건희 삼성의 갤럭시S, 잡스옹의 아이폰 중에서 결국 아이폰을 선택한 것은 스펙이 아니라, 아이폰을 사용하는 집단이 더 지능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녀의 생명을 쪽쪽 빨아먹어 만든 삼성 제품을 구매하는 쪽보다 앱스토어로 개발자들 기 살려 준 잡스옹의 애플을 선택하는 쪽이 집단지능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물론 삼성 제품 사는 사람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일전에도 얘기했지만, 맥은 80년대부터 국내 전자출판을 하는 디자이너나 엔지니어, 광고업계 사람들이 업무상 사용해왔다. 그들은 막혀있던 대한민국에서 그나마 해외사정에 밝은 앞서가는 사람들이었다. (충무로에서 인쇄를 하려면 '쿽 익스프레스'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해야지만 되었기 때문) 하여간 그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그나마 맥이 명맥을 유지해온 것이다. 그 소수의 집단의 지능이 일반인보다 높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아이폰을 사용하는 집단이 지능과 소통능력이 높은 것은 구조론 컨텐츠 포럼에 활동하는 다수의 멤버가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무 님, 오리 님, 바라 님, 마케터 님 등이 그랬다. 나는 이들과 소통의 폭을 넓히는 것이 스펙과는 또 다른 제품의 가치라고 본 것이다. 값싼 미국산 쇠고기 먹는 집단보다는 값비싼 한우 먹는 집단과 어울리는 쪽이 더 득이 된다.
사촌형이 작년에 장가를 갔는데, 오랜기간 연애를 하면서도 결혼까지 지지부진 진도가 안나가다가 중고로 그랜져를 사니까 곧바로 결혼하게 되었다. 그랜져가 소통에 역할을 한 것이다. 경차보다 연비가 더 많이 나가는 비효율적인 그랜져가 말이다. (사촌형은 결혼 후에 비용을 이유로 훗딱 그랜져를 팔아버렸다.)
물론 내가 잘못 생각했을 수도 있다. 안드로이드가 더 높은 수준의 소통을 이루어 낼 수도 있고, 집단지능이 더 높을 수도 있고, 별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밀도와 집단지능을 기준삼아 하나의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어느지점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는가? 그것이 제품의 가치와 직결된다.
바라님과 Facetime 영상통화.
양모님은 구조론 공부를 조금 더 해야하오.
대개 내가 입자를 설명하는 논리로 질을 주장하고 있소.
확실히 질을 직관적으로 이해 하는건 어려운가 보오.
이거 뭐 다섯개 밖에 안 되는데도 말이오.
질은 대개 폭 넓은 배후지를 필요로 하고 방향성과 가속도를 제시하는게 중요하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용도가 중요하오. 말하자면 투자가 유망하다는 것이오.
이미 발견된 가치에는 질이 없소. 금광에는 질이 있지만 금반지에는 질이 없소.
서울대에 양질의 자원을 모아서 밀도있는 소통을 하면 입자이지 질이 아니오.
그건 이미 질이 전개된 것이오. 공주병 언니가 아무리 잔뜩 명품을 걸치고
귀족들간의 고상한 대화를 밀도있게 해도 거기에 질이 없소.
키케로가 머리 좋은 귀족들을 모아서 밀도있는 소통을 하면 이미 입자이오.
황제가 천하의 현인 학자들을 불러모아 대학술사업을 하면 이미 입자이오.
질을 이해하려면 몽골인들이 왜 가진 것 많은 힘센 자 쪽에 붙지 않고
빈털터리 징기스칸에게 붙었는지를 이해해야 하오.
왜 카이사르는 머리 나쁜 돌대가리 야만인 바르바로이들을
로마로 불러들어 원로원을 천하의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렸는지
원로원 안에서 5개국어가 통용되게 하여 소통을 막아버렸는지
왜 징기스칸은 5개언어, 5개종교를 통용시켰는지 알아야 하오.
낙차가 없는데 좋은 것을 모아놓는다고 밀도가 올라가는 것은 전혀 아니오.
구조론 공부를 더 하겠소.
입자의 논리가 좌파와 우파가 국민을 배제하다가 결국 고립되어 망하는 스토리, 질은 노무현이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는 스토리라고 보오. 질은 "필연적으로 이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는 것, 깃발을 세우는 것. 카이사르가 그것을 했다고 생각하오.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될 수 없는 이유. 시간의 변수가 항상 있다는 것.
하여 똑똑한 놈 모아놓아 일사분란하게 일을 진행하면 단기전에서는 통하지만, 장기전에서는 에너지 조달의 문제로 망한다. 잡스옹이 결국엔 세계정복을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오.
그런데 닫아놓으면 '입자' 인데, 문이 있어 열고 닫을 수 있다면 '힘' 이오. 조광래 패스축구가 장기적으로 방향은 옳지만, 단기적으로는 힘과 스피드 축구를 해야 성과를 얻는 것과 같소. 좀 다른 얘기인데, 구조론의 철학으로 구조론 책을 주기적으로 내는 것은 장기적으로 옳지만, 단기적으로 세를 규합해서 일사분란하게 마케팅을 하는 것도 중요하오. 책이 안팔리면 다음 책을 못 찍어내기 때문. 요즘 이런 부분에서 고민이 있소.
팔릴 것이오.
iphone의 페이스타임은 써본사람은 알것이오. 그 느낌, 꽤나 괜찮소.
사실은 '질'에 관한 얘기를 한 것이 아니라, '힘'에 관한 얘기를 한 것이오. (물론 본문에 그것이 잘 드러나지 않았지만...) 3G폰을 사용한다고, 2G폰 사용자와 소통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 폰을 사용한다고 3G폰 사용자와 소통이 안되는 것이 아니고, 아이폰 사용한다고해서 안드로이드와 와이파이 무료통화가 안되는 것이 아니오.
일반적인 1대 1의 문자메시지도 있고, 음성통화도 있고, 트위터/페이스 북의 광장도 있는데, 거기에 페이스 타임의 밀도가 추가 된 것이오. 트위터로 대중에 열려있고, 또 페이스 타임으로 특정 그룹에 닫혀있기도 하오. 열고 닫고가 가능하다는 얘기.
직장 상사하고 페이스 타임을 할 이유가 없지만, 연인이라면 페이스타임 무료통화가 필수요. 연인한테 대중하고 소통하듯이 해서도 문제가 생기고, 쥐박에게 연인과 소통하듯이 해도 문제가 있소. 좁지만 밀도높은 소통을 원하는 욕구와 더 넓게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공존하는데, 페이스 타임이 그 점을 제대로 찌른 것이오.
집단지능이 높은 쪽에서 밀도있는 소통을 하고, 다시 흩어져 광장에서 대중과 소통하고, 양방향이 열려있어야 하오. 반도가 문명을 이끄는 이유와 같소.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다.
트위터는 140자 제한이 있다. 이것은 트위터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140자 때문에 쓰는 속도도 빨라지고,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트윗과 RT의 량도 많아지고, 전반적으로 소통의 속도가 빨라진다.량과 기동성이다. 반면 페이스 북은 이미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 관계가 있는 사람들 간의 소통을 기본으로 한다. 140자 제한도 없다. 상대적으로 트위터보다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지만, 관계 자체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메시지의 밀도가 더 높다.
특히 한국에서는 소셜미디어의 '소셜'은 페이스 북으로 가고, '미디어'는 트위터로 양분 되어가고 있다. 질과 량으로 나뉜 것이다. 페이스 북은 말하기에 편하고, 트위터는 듣기에 편하다. 메시지가 짧아 보기가 편한 반면, 쓸 때는 140자 안에 내공을 담기가 쉽지가 않다. 하여 1대 1의 관계라면 페이스 북의 밀도있는 소통이 유리하고, 만약 광화문 앞에서 100만 촛불 대행진을 한다면 트위터로 소통하는 것이 유용하다. 1대 다수의 관계에는 빠른RT가 전체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