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68 vote 1 2024.04.04 (14:38:55)

    모든 것은 노무현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누구도 노무현의 설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노무현을 이해한 사람은 김어준이다. 누구도 김어준을 이기지 못했다. 이기고 싶었던 자들은 중권되고 용진된다. 재미지다. 상고 나온 사람이 이기고 평범한 사람이 이긴다.


    2천 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유방은 평범한 시골 사람이다. 허다한 귀족과 엘리트들이 유방 앞에 무릎을 꿇었다. 유방은 그들이 갖지 못한 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팀플레이 기술이다. 잘난 사람은 혼자 잘나서 마찰하지만 유방은 언제나 동료가 있었다. 


    유방은 한신과 팽월의 배신을 알고 있었지만 버리지 않았다. 한신은 배신의 기회를 노렸으나 유방이 심어놓은 부하들 때문에 타이밍을 놓쳤다. 유방은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자, 한신의 정예병력을 빼앗아 오면서도 맹장들을 한신에게 붙여주었다. 


    사실은 감시인을 붙인 것이다. 스탈린이 정치장교를 붙여둔 것과 같다. 정치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배신자도 쓴다. 이언주도 쓰고, 박지원도 쓰고, 추미애도 쓴다. 유방은 적도 용서했지만 자기 목숨을 구해준 은인 정공은 죽여버렸다. 이상한 사람이다. 왜 그랬을까?


    유방은 위급해지자 친자식을 수레 밖으로 던져버렸고 부친을 삶아 죽이겠다는 협박에도 동요하지 않았다. 욕설을 퍼부으면서도 선비들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그는 사람을 믿지 않으면서도 믿었고, 믿으면서도 믿지 않았다. 엘리트들은 절대로 모르는 세계가 있다. 


    노무현이 쓰는 특별한 기술에 한국인은 매료되었다. 노무현이 거대한 에너지를 만들었고 그 에너지는 이회창, 이인제, 홍사덕, 이기택, 최병열, 김덕룡, 한화갑을 단칼에 날렸다. 지갑은 이명박근혜가 주워갔다. 엘리트는 박살 났고 빈 공간에 이방인이 끼어들었다.


    이명박근혜와 윤석열이 노무현 덕을 본 것이다. 문재인의 실패는 노무현이 만든 민중의 힘을 부인하고 엘리트 시대로 되돌린 것이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는 모두 롤러코스터를 탔다. 문재인은 엘리트들 덕에 안정적으로 5년을 해먹고 안정적으로 망했다. 


    주사파와 정의당이 빈 공간을 메웠다. 그리고 이제 다시 노무현주의로 흐름이 돌아왔다. 알아야 한다. 노무현과 이명박근혜와 윤석열은 에너지 흐름이 같다는 사실을. 한경오가 노무현을 철천지원수로 아는 이유다. 한신과 유방은 동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념타령은 개소리다. 진보와 보수 대결은 거짓말이다. 민중주의가 진짜다. 나쁘게 말하면 파퓰리즘이고 좋게 말하면 엘리트 정치가 가고 대중정치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동훈까지 막말경쟁에 가세한 것이 그러하다. 조중동이 팬덤정치라고 폄훼해도 대세다. 


    에너지 흐름은 계속 간다. 가짜 노무현과 진짜 노무현의 대결로 흘러간다. 왜 이재명과 조국이 뜨는지 바보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하지만 유권자들은 그들의 얼굴에서 노무현의 굵은 주름살을 발견한다. 엘리트는 반목하지만 민중은 절대로 융합하기 때문이다.


    노무현의 대척점에 김근태가 있다. 김근태는 신사지만 민중을 이해하지 못했다. 민주주의 제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장기표 행각이 그러하다. 장기표는 청렴결백의 화신이다. 늘 낡은 양복을 입고 있었다. 친구를 사귈 줄 모른다. 문재인은 김어준 덕에 된 것이다.


    노무현을 찬양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리법칙을 설명하려는 것이다. 에너지가 한 번 방향성을 얻으면 그때부터 스스로의 힘으로 굴러간다. 자체발광이 일어난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거기에 명도 있고 암도 있다. 이명박근혜윤석열은 노무현의 부정적 측면이다.


    총선승리는 노무현의 긍정적 측면이다.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알고 흐름에 편승하는 자와 모르고 조금박해 되는 자의 차이다. 한경오와 정의당은 망했다. 엘리트주의는 망한다. 조중동은 노무현 때리며 반동력으로 기생한다. 노무현 정동이든 반동이든 같다. 


    장이와 진여는 엘리트 중에 엘리트다. 그들은 부자관계 이상으로 가까웠지만 철천지원수가 되었다. 유방 패거리는 매일 욕설 배틀을 벌였다. 선비들은 학을 떼고 떠났지만 남은 사람들은 최고의 드림팀이 되었다. 유방의 균형감각이 이어져 한나라가 오래갔다.


    한나라 이후 위진남북조와 5대 10국을 거치며 이민족 침투왕조 수와 당을 빼고 오래 간 한족 왕조가 없다. 한나라가 오래 간 것은 기적이다. 유방의 밸런스 감각이 알게 모르게 전해져서 집권세력 내부에 역할분담과 팀플레이를 유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27422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17383
6755 마이너스가 정답이다. 김동렬 2011-10-27 18988
6754 '살인의 추억' 화성연쇄사건 김동렬 2003-05-12 18988
6753 김동길의 기구한 팔자 김동렬 2002-12-18 18968
6752 각주구검의 오류 image 3 김동렬 2010-06-10 18966
6751 저항을 넘어서 자유를 바라보기 2005-08-05 18924
6750 소통이란 무엇인가? image 1 김동렬 2017-02-22 18889
6749 김두관, 참여정부가 암흑기였다? 김동렬 2007-06-28 18881
6748 신과 인간의 관계 김동렬 2009-02-18 18857
6747 반갑습니다. 손님이 많아졌네요-.-;;(ㅁㅜ) 김동렬 2002-09-16 18835
6746 진중권을 불신하게 된 이유 김동렬 2003-05-25 18833
6745 럭스와 카우치 2005-08-03 18804
6744 김대중 전 대통령 CBS창사 50주년 대담 김동렬 2004-10-22 18787
6743 엘 고어 감독의 불편한 진실 image 11 김동렬 2010-02-17 18786
6742 에너지는 1을 따라간다. image 김동렬 2011-08-27 18768
6741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할 사람들 김동렬 2002-09-10 18762
6740 단일화충격 - 이것이 노무현식 정치다 image 김동렬 2002-11-11 18755
6739 내가 진중권을 고소하는 이유 김동렬 2003-05-24 18749
6738 먹는거 가지고 장난치지 맙시다. image 김동렬 2003-12-02 18738
6737 미녀 응원단을 환영하며 image 김동렬 2003-08-20 18732
6736 몽준을 조질 것인가? 김동렬 2002-10-23 187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