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은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알았다.
진화라는 원론이 맞기 때문에 골치 아픈 각론은 대충 얼버무린다.
성선택을 대체할 더 좋은 근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둘러댄 것이다.
선택이라는 표현은 애초에 과학의 언어가 아니다.
유전자나 호르몬은 실제로 있다. 즉 원인이 있는 것이다.
다윈은 유전자를 몰랐고 호르몬을 몰랐다.
다윈은 진화를 설명할 수 없었다.
이는 베게너의 대륙이동설과 유사하다.
대륙이 이동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치는데 설명은 못한다.
거대한 대륙을 누가 짊어지고 옮겼지.
누가 아프리카에 붙은 인도를 떼서 아시아에 붙여주었나?
마다가스카르는 왜 들고가다가 중간에 흘렸나?
그 당시의 과학기술 수준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것은 많다.
고대인들도 태양이 지구를 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왜 그런지 납득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양자역학도 마찬가지다. 실험결과는 맞는데 왜 그런지는 모른다.
여기서 인간들의 태도를 보라.
베게너에 대해서는 그게 과학이냐고 비웃던 자들이 다윈에 대해서는 관대하다.
왜? 골때리는 기독교와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달에 먼저 가는 넘이 장땡이기 때문이다.
빅뱅의 직접증거는 없다. 137억 년 전에 누가 사진을 찍어둔 것도 아니고.
간접증거를 토대로 한 고도의 추론의 결과다.
스티븐 호킹은 노벨상은 못 받았고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이 아닌 광전효과로 받았다.
아인슈타인은 증명한게 아니라 예측을 적중시켜 게임에 이긴 것이다.
원인은 구조론으로 보면 질과 입자다.
입자를 제시하면 된다. 유전자를 딱 보여주면 된다. 호르몬을 딱 보여주면 된다.
성선택이니 하는 것은 다 개소리다.
개미는 왜 이타적인 행동을 할까? 여기서 이타적이라는 근거는?
호르몬으로 보면 여왕개미와 일개미는 동일체다. 이타라는게 없다.
이기니 이타니 하는 것은 인간들의 망상일 뿐 자연에 없다.
그것보다는 의사결정단위라고 해야 한다.
이기적이라는 말은 자신을 의사결정단위로 삼는 것이다.
자신의 삶이 조금이라도 플러스이면 그 플러스가 모여서 진화를 만드는 것이다.
마이너스가 되면 멸종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개인이 의사결정단위가 아니면? 기는 몸인데 몸이 사회라면? 생태계가 몸이라면?
선택이라는 말은 개인이 의사결정단위라는 전제를 깔고 들어간다.
그런데 개인이 의사결정단위일 확률은 100퍼센트가 아니다.
개체가 계속 살아있으면 생태계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나무는 9년이 지나면 에너지 생산이 마이너스가 된다는 말이 있다.
9년이 지난 대나무는 베어버려야 한다. 생산이 소비보다 적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구실로 산림청에서 50살이 넘은 나무를 베어버리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젊은 나무가 더 탄소를 잘 모은다는 주장이다.
자연선택이고 적자선택이고 성선택이고 간에 모든 선택은 개소리다. 그것은 과학의 언어가 아니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적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원인은 입자고 입자는 밸런스다. 그것은 유전자와 호르몬이다.
성선택은 이종간 불필요한 성행위를 막는 장치에 불과하다.
양하고 하는 자들, 수컷끼리 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의 죽을 때까지 성행위를 하는 동물이 있다. 고립된 곳에서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
연못에서 키우는 오리가 암컷이 한 마리고 수컷이 세 마리면 곤란한 일이 일어난다.
원숭이에게 자위를 가르쳐주면 종일 그 짓만 하다 죽는다고 한다.
숫사자는 일주일에 성행위를 500번 한다.
어떻게 불필요한 과잉 성행위를 멈추게 할 것인가?
다윈이 진화의 원인이라고 본 성선택은
사실 성적 조절장치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어쨌든 성선택이 진화의 큰 흐름에 포함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원인이 아니고 결과다. 진화하다보니 생긴 여러 모순을 해결하는 부수적 기능이다.
성선택에 의해 진화한 것이 아니라 진화의 부작용으로 일어난 성적 조절 문제는
원래 골치아픈 문제이고 그것은 성선택에 의해 조절되는 것이다.
진화의 원인이 아니라 진화가 일으키는 에러를 해결하는 장치다.
성선택에 의해 더 진화했다는 생각은 지극히 자의적인 것이다.
여자가 이뻐졌다거나 하는건 주관적인 망상이다.
그럼 아기는 왜 귀엽나? 귀염선택설이냐?
여자가 예쁜 것과 아기가 귀여운 것은 호르몬과 관련된 동일한 메커니즘이다.
하이에나 암컷은 다른 동물에 비해 수컷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오고
인간 여성은 맹수에 비해 암컷 호르몬이 더 많이 나오며
아프리카 여성은 평균적으로 아시아보다 더하다.
성선택이 아니라 입양전략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인간 아기는 귀여워야 어미가 죽어도 이모에게 입양될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은 예뻐야 무리가 이동할 때 낙오되지 않을 확률이 높아진다.
즉 인간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단독생활이 아닌 집단생활을 선택했을 때
집단생활을 요구하는 돌연변이가 처음 발현되었을 때
아기가 귀여워지고 여자가 예뻐지고 남자도 털이 사라지는 것이 세트로 결정된 것이다.
모든 동물은 입양유전자가 있다.
그것이 열성인자이므로 발현되지 않을 뿐이다.
인간은 7만 년 전 멸종위기에 몰려 최저 40개체까지 줄어들었다.
학자들마다 수치가 다르지만 평균 1천개체로 본다.
멸종위기에 몰리면 입양되어야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
이때 입양하는 돌연변이가 2개체 이상 등장했고 그들이 결혼했고 살아남았다.
입양하게 하는 유전자가 계속 작동하며 무리 크기를 키웠고 소부족에서 대부족으로 나아갔고
부족의 사이즈가 클수록 예쁜 여자가 유전자를 남길 확률이 증가한다.
아기가 귀엽고 여자가 예쁜 것은 부족의 규모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족이 작으면 권력이 없고 권력이 없으면 여자가 예쁜 것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예쁜 여자를 선호하는 현상은 인간이 집단생활을 하면서 권력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의 미인숭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뷰티라는 말의 어원은 복을 받는다는 뜻인데 비너스 신상의 발등에 키스하며 복을 빼먹으면 미인이 된다.
복을 쪽쪽 빨아먹으면 복의 기운이 내게로 전해져서 미녀가 되는 것이다.
고대 모계사회에서 여자족장이 되려면 미모는 필수다.
미녀가 권력을 장악하고 미모를 숭배하는 남자를 거느리며 부족을 지배한 것이다.
이런 것은 대부족에만 나타나는 현상이고 입술에 접시를 꿰는 무르시족은 관심이 없다.
무르시족은 성선택이 사라졌는가? 천만에.
대부분의 동물은 냄새로 동족을 결정한다.
수컷 두목의 오줌냄새가 묻어 있으면 같은 무리로 친다.
아기를 발견했는데 냄새가 다르면 즉시 죽여버린다.
인간도 냄새로 여자를 선택하고 냄새로 아기를 돌본다면? 그게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이유다.
예쁘고 귀엽다는 것은 다른 동물과 달리 냄새가 아닌 것으로 의사결정해서 입양될 확률을 높인 것이다.
성적 요소는 모계사회에서 부족을 결속시키는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
새는 공중에 날아다니므로 냄새로 의사결정할 수 없다.
새는 냄새가 안 되므로 색깔로 승부를 보는 것이다.
살아보니 99%는 그렇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