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128 vote 0 2022.07.23 (20:49:02)

    우리나라 모든 사이비는 강증산과 천부경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접시계의 양대산맥이라 하겠다. 천공도사가 뭐 하는 작자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흔한 천부경팔이였다. 천부경의 무리는 길바닥에 널려 있다. 80~90년대에 개나 소나 다 천부경 삽질했잖아.


    천부경이 주작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이것을 3분 이상 진지하게 들여다보는 사람은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이다. 3초 안에 삼일신고, 삼위일체와 연결된다는 점을 포착해야 한다. 삼일신고 위서 쓴 자가 천부경도 썼을게 뻔하다. 유희열처럼 단서를 다 남겨놨다.  


    천부경의 문체는 고조선이든 고려시대든 당시에 유행하는 문체가 아니다. 판소리가 사사조로 가는 이유는 암기하기 쉽도록 하려는 것이다. 당시든 송사든 사륙변려문이든 암기하기 쉽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중세에는 종이가 많아서인지 극도로 장식적인 문체를 사용했다. 


    논어와 도덕경이 고도로 함축되어 있는 것과 다르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견훤과 왕건이 주고받은 편지나 최치원의 토황소격문을 봐도 극도로 장식적인 문체임을 알게 된다. 중세는 허세의 시대였다. 46자로 된 최충헌 벼슬이름만 봐도 알 수 있다. 태조 이성계 이름도 그렇다.


    태조강헌지인계운응천조통광훈영명성문신무정의광덕대왕인데 보통은 맨 앞에 두 글자를 따서 태조라고 하는 것이다. 물론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을 피하려는 의도다. 옛날 사람이 쓴 글이라고 우기려면 연대를 정하고 그 시대에 유행하는 문체로 써야 한다. 


    천부경의 도덕경 조금, 반야심경 조금, 유교의 천지인 삼부사상 조금 베낀 사실은 3분 안에 간파가 된다. 3분 이상을 투자하고도 실체를 못 알아보는 사람은 지능이 없는 사람이다. 똥오줌을 못 가리는 사람이다. 어떤 주장을 하려면 먼저 서론을 깔아야 한다. 그런데 없잖아. 


    왜 서론이 없을까? 필요 없기 때문이다. 왜 서론이 필요 없지? 반야심경을 베꼈기 때문에 이미 암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야심경이 260자로 진리의 핵심을 조졌으니 더 짧게 가야 한다. 81자로 조져보세. 반야심경이 천부경의 서론인 셈이다. 금강경이 반야심경 서론이다. 


    금강경의 서론은 법화경이고, 법화경의 서론은 석가모니의 연기법이다. 다 근거가 있고 자궁이 있다. 차례차례 연역되어 나온다. 그런 족보가 암시되어 있다. 아이디어는 절대 그냥 나오는 법이 없다. 반드시 족보가 있다.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3초 안에 족보를 꿰뚫어 본다. 


    이상문 박사가 도자기를 감정할 때 몇 초 걸릴까? 척 보면 안다. 돋보기를 들고 자세히 감정할 때도 있지만 보통은 그냥 색깔 보고 아는 거다. 헷갈리는 것도 물론 있다. 깨진 진품을 땜방해서 가격을 올려받는 수법을 쓰기 때문이다. 장비를 쓰면 땜방 자국을 금방 찾아낸다.


    천부경은 근대인의 뇌구조를 들킨다. 고조선 시대 사람이 천부경을 이해할 수 있을까? 배경 설명 없고 서론이 없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그 시대라면 하도와 낙서의 수준에 맞추어야 한다. 삼국시대라면 북두칠성 남두육성 나와줘야 한다. 별자리 보고 점을 치는 시대니까. 


    현대인은 반야심경, 도덕경, 천지인 사상 정도는 수박 겉핥기라도 알고 있으니까 골고루 짜깁기한 천부경 내용이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일원론과 다원론을 절충한 새로운 사고를 원하는 현대인이 천부경에 낚인다. 장사꾼답게 수요에 따라 공급하는 재주를 피우는 것이다. 



4.jpg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57914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48352
6964 벼랑끝 전술 new 김동렬 2024-08-17 261
6963 만남과 다르마 update 김동렬 2024-08-16 465
6962 신과 인간 1 김동렬 2024-08-13 472
6961 닭이 먼저다 김동렬 2024-08-16 472
6960 인공지능 5단계 김동렬 2024-08-14 488
6959 빠와 까의 법칙 김동렬 2024-08-13 573
6958 인간의 조건 update 1 김동렬 2024-08-16 586
6957 철학은 권력학이다 1 김동렬 2024-08-15 628
6956 다르마와 뽕짝 김동렬 2024-08-13 646
6955 진보와 진화 1 김동렬 2024-08-12 662
6954 소로스의 재귀성이론 image 김동렬 2024-08-13 688
6953 구조의 눈 2 김동렬 2024-08-02 699
6952 말씀 김동렬 2024-07-20 710
6951 결정론과 자유의지 update 2 김동렬 2024-08-14 728
6950 구조색 김동렬 2024-07-25 751
6949 근본적인 의문 1 김동렬 2024-08-04 757
6948 새로운 길 김동렬 2024-07-27 761
6947 복제 김동렬 2024-07-22 787
6946 되는 것은 왜 되는가? 김동렬 2024-08-05 787
6945 기득권 건드리면 죽는다. 김동렬 2024-08-14 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