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2335 vote 0 2022.07.06 (18:32:31)


    지금까지 룰이 전해지고 있는 세계 최초의 보드게임은 이집트의 '세네트'라고 하는데 윷놀이와 흡사하다. 윷놀이는 지름길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 세네트의 발전된 형태가 윷놀이다. 윷놀이는 쉽다. 3분 정도면 배울 수 있다. 윷판과 규칙과 전략을 배우면 된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만만치 않다. 윷판은 앞밭, 뒷밭, 날밭, 쨀밭으로 된 네 개의 밭과 29개의 눈이 있다. 각각 이름이 있다. 제대로 하려면 33개의 명칭을 배워야 한다. 도개걸윷모에 뒷도까지 39개의 용어가 있다. 지역마다 다른 각종 규칙을 알아야 하고 말을 업고 갈 것인지 잡고 갈 것인지 전략을 세워야 한다.


    근래 보드카페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룰을 배우기가 힘들어서라고. 구조론은 보드게임과 같다.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렵다. 기물을 배우고, 룰을 배우고, 전략을 익혀야 한다. 핵심은 3분 만에 배울 수 있는게 구조론이다. 30년이 걸려도 어려운게 구조론이다. 


    게임을 일방적으로 이기면 안 된다. 밸런스가 맞아야 긴장이 유지된다. 게임은 밸런스를 기본으로 하지만 밸런스를 깨뜨려야 승부가 난다. 쉽게 이기면 상대가 레이즈를 하지 않는다. 초반에 져주다가 판을 키워서 마지막에 먹어야 한다.


    지구가 커다란 보드게임의 판이라면 어떨까? 나라들은 위치를 잘 잡아야 한다. 변에서 살고 중앙으로 쳐들어가야 한다. 너무 일찍 중앙으로 뛰어들면 사방의 적들에게 치어죽고 너무 늦게까지 변에 머무르면 고립되어 말라죽는다.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것은 보드게임의 기물과 같다. 이건 타고나는 것이다. 누구는 장기판의 왕으로 태어나고 누구는 졸로 태어난다. 성별이나 피부색이나 신분이 그러하다. 규칙은 노력과 같다. 학습에 달렸다. 전략은 상대적이다. 규칙은 균형을 추구하지만 전략은 내가 우위에 서는 것이다.


    인생은 운명과 학습과 전략이 결정한다. 운명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학습은 팽팽하게 균형을 추구해야 하고, 전략은 적을 달고 가야 한다. 작은 것을 져주고 큰 것을 이긴다. 단기전을 져주고 장기전을 이긴다.


    게임을 이기려면 기물을 익혀야 한다. 먼저 도구를 알아야 한다. 전략을 사용하려면 권력을 알아야 한다. 룰은 공평하다. 도구를 선점하고 전략을 구사하는게 중요하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sort
공지 닭도리탕 닭볶음탕 논란 종결 2 김동렬 2024-05-27 55878
공지 신라 금관의 비밀 image 7 김동렬 2024-06-12 46404
6571 깔때기의 법칙 김동렬 2024-06-29 2401
6570 존재 김동렬 2024-04-05 2403
6569 사색정리와 한붓그리기 image 김동렬 2023-04-23 2404
6568 의사결정비용 김동렬 2022-05-10 2406
6567 연역과 귀납 1 김동렬 2022-12-20 2406
6566 타투를 해야 하는 이유 1 김동렬 2024-06-29 2408
6565 조국인싸 동훈아싸 image 김동렬 2024-03-22 2411
6564 강형욱 소동과 프레임 정치의 비극 김동렬 2024-05-25 2411
6563 열역학과 내시 균형 2 김동렬 2023-03-11 2413
6562 입자냐 파동이냐 김동렬 2022-02-16 2414
6561 인간은 권력지향적 존재다 김동렬 2022-04-25 2414
6560 서울의 봄 위대한 전진 2 김동렬 2023-12-12 2415
6559 카타고와 인공지능 혁명 1 김동렬 2023-02-24 2417
6558 굥락, 굥의 추락 김동렬 2022-07-06 2418
6557 이종섭이 무얼 잘못했지? 김동렬 2024-03-31 2418
6556 하나가 더 있다 김동렬 2023-07-17 2419
6555 구조와 원자 김동렬 2022-09-24 2421
6554 중국인들이 씻지 않는 이유는? 김동렬 2023-11-08 2421
6553 구조론과 창발주의 1 김동렬 2020-08-19 2423
6552 권력의 탄생 김동렬 2022-07-01 2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