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read 19461 vote 0 2008.09.23 (20:19:02)

"한겨레의 노무현 죽이기"
'먹물들의 노무현 악몽은 끝나지 않는다'

한겨레가 사설을 통해 노무현의 '민주주의 2.0' 출범을 비난했다고 한다. 오마이뉴스도 시큰둥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슬픈 일이다. 진보진영의 태생적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작업은 위험하다. 확실히 그들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통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노무현 세력을 통제하려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한 그들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진보진영의 생명은 공론의 존중에 있다. 공론을 이끌어가는 세력은 시민단체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들이다. 그러나 노무현 그룹은 어떤가? 이들은 새로 떠오른 집단이다. 거기에 촛불 에너지가 가세했다.

노무현 그룹은 그야말로 막가는 집단이다. 진보진영의 공론과 동떨어진 주장을 하기 일쑤다. 하기사 노무현이 언제 진보인사들에게 물어보고 정책을 추진했던가 말이다. 견제구 날아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본질은 따로 있다. 그들은 노무현 1인의 일탈을 시비하고 있지만 그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은 노무현이 아니라 인터넷이다. 인터넷과 종이신문의 각개약진이 한겨레의 늙은 진보들에게는 두려운 것이다.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류의 두려움은 또 다르다. 그들 입장에서 노무현은 당장 페이지뷰를 뺏어가는 경쟁자다. 그들에게 골칫거리는 노무현이 아니라 다음 아고라 등으로 대표되는 신흥세력의 출현이다.

노무현 세력과 오마이뉴스는 지난 5년간 적당한 긴장과 협력의 관계를 잘 유지해 왔지만 촛불의 등장으로 달라졌다. 촛불은 젊고 행동지향적이다. 그들은 복잡한 오마이뉴스보다 단순한 노무현을 선택한다.

왜 촛불은 노무현을 원하는가? 노무현은 개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는 촛불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통제하려고 하지만 노무현은 촛불을 이용하지 않는다. 촛불은 노무현이 상징적인 구심점 역할만 해주기 바란다.

무엇인가? 오마이뉴스는 단일한 지도부 아래 잘 조직되어 있다. 촛불은? 실체가 불분명하다. 그들은 유령처럼 떠돈다. 그들은 파도처럼 몰아친다. 그들은 흩어졌다가 다시 모인다. 그들은 리더를 원하지만 지도부의 간섭을 거부한다.

촛불은 세력이다. 자체의 욕망을 감추고 있다.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통제가 안되므로 무서운 것이다. 촛불을 이용하려는 욕망을 가진 자에게는 촛불이 무서운 것이다. 촛불을 불러모으는 노무현이 싫은 것이다.

촛불과 노무현의 이심전심에 따른 환상적인 궁합이 무섭다. 배후에서 조종하지도 않은데도 너무나 잘 맞는 궁합이 두렵다. 촛불이 노무현을 이용해 역으로 오마이뉴스를 통제하려 드는 것이 더 무섭다.

왜 노무현이 무서운가? 과학이 있고, 철학이 있고, 사상이 있고, 이념이 있고, 미학이 있다. 그 중에서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다. 과학자의 포지션을 취하는 자는 편하다. 단지 진실만 규명하면 된다.

강단의 지식인들이 취하는 포지션이다. 그들은 현실의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제시에 관심이 없다. 단지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며 사실을 논할 뿐이다. 그 다음엔? 각자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나몰라라다.

그래서 잘못되면 타락한 정치인을 탓하고 우매한 민중을 탓한다. 그 뿐이다. 철학자들은 조금 더 현실에 개입한다. 철학은 총체적인 인식을 요하기 때문이다. 사상가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상가들은? 결단한다. 왜 노무현이 문제인가? 무려 사상가처럼 행동하기 때문이다. 사상은 이념을 낳고 이념은 행동으로 옮겨지며 그 과정에서 세력을 형성한다. 그 세력은 물리적 힘을 가지며 지식의 통제권 밖을 벗어난다.

그래서 사상이 무서운 것이다. 동서고금에 탄압받지 않았던 사상가가 있었던가?

과학은 밝히고, 철학은 종합하고, 사상은 결정하고, 이념은 행동한다. 그 이념의 행동은 집단화 된다. 왜냐하면 행동으로 옮길 때 물리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념은 힘을 가진다.

그 힘이 통제가 안 된다. 힘은 지식의 법칙에 복종하지 않고 물리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그 물리의 법칙이 강단의 지식인들을 좌절하게 한다. 입 밖에 없는 지식인 입장에서 이념적 세력의 출현은 참으로 두려운 것이다.  

● 과학-이것은 막걸리다.(막걸리 하나만 안다)
● 철학-막걸리도 있고 소주도 있다(과학의 성과를 종합한다)
● 사상-막걸리와 소주 중에서 막걸리를 선택한다.(하나를 선택하여 짝짓는다.)
● 이념-막걸리를 마신다.(행동은 집단적인 세력화 경향으로 나타난다)
● 미학-막걸리 안주로는 김치가 제격이다.(양식을 완성한다)

강단의 지식인들은 거침없이 진보적 발언을 하지만 안전하다. 왜?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은 과격하게 마르크스를 팔지만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제재받지 않는다. 그들은 안전한 동굴 속에 숨어서 입으로만 진보한다.

행동하려면? 결정해야 한다. 막걸리와 소주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때 반드시 적이 생긴다. 막걸리를 선택하면 소주가 울고 소주를 선택하면 막걸리가 운다. 그러므로 사상가에게는 반드시 적이 있다.

과학자는 아는 척만 하고, 철학자는 입으로만 떠들고, 사상가는 외롭게 결단한다. 이는 구체화 하는 과정이다. 사상이 구체적으로 실천될 때 이념을 형성하며 집단화 된다. 이때부터 통제불능의 괴물로 발전할 수 있다.

한 사람의 가슴 속에서 싹튼 사상이 만인의 이념으로 실천된다. 무리가 모이고 과격해진다. 누군가가 희생된다. 진보이념이든 수구이념이든 마찬가지다. 이념이 정당화 되는 것은 더 나쁜 이념과 싸울 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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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 현실정치에서 손을 떼고 봉하마을로 내려간 것은 최선의 선택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노무현이 봉하 오리쌀로 대박을 일구어 피폐해진 농촌을 구원할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왜 그들은 노무현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지?

‘에잇! 다 정리하고 고향에 내려가야지!’ 이런 말은 누구나 한다. 그런데 실천하는 사람은 적다. 노무현이 무서운 이유는 우리에게 ‘각자 제 자리에서 실천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간디의 물레질과 같다. 간디가 물레를 돌려서 영국의 자본주의 공세를 물리치고 인도식 자급자족 경제를 번영시켰을까? 천만에! 간디가 그 자리에서 물레를 돌렸기 때문에 비로소 모든 인도인들이 각자 제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시작했다.

기업가는 돈으로 인도의 독립을 도왔고, 지식인은 웅변으로 도왔고, 몸뚱이 밖에 없는 사람은 몸빵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그것이 세력을 키우는 사상가의 방식이기 때문에 그들이 두려워 하는 것이다.

덧글..

이 글은 필자의 글 “노무현이 그렇게도 무섭나?”와 관계 있습니다.

www.drkim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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