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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6733 vote 0 2010.09.08 (20:12:57)

  미국식 경영과 일본식 경영

 

  구조로 보면 리소스의 조달이 상부구조, 그 조달된 자원을 가지고 실제로 생산을 하는 것이 하부구조로 볼 수 있다. 미국식 경영은 정해진 자원과 여건에 맞게 일을 추진한다. 이 경우 모든 면에서 여유롭다. 즉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은 ‘시장이 무엇을 요구하는가’를 먼저 파악하고 목표를 정한 다음 그 목표에 맞추어 자원을 조달한다. 이 경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격이 되어, 업무가 빡빡해지고 무리수를 두게 된다. 분위기가 험악해진다.

 

미국은 존재론적 - 상황 여건(자원)에 맞게 일을 추진한다.

일본은 인식론적 - 시장에서 요구하는 것에 맞추어 자원을 조달한다.

 

  구조론은 존재론적으로 일하는 모델을 제시한다. 이것이 우선순위에 맞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진국들은 어차피 자원이 없기 때문에, 그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첨단분야도 ‘맨땅에 해딩하기 식’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인식론적 경영을 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그것이 가능한가? 물론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머리와 손발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은 머리가 강하고, 독일은 몸통이 강하고, 일본은 손발이 강하다. 미국은 장군이 강하고, 독일은 장교가 강하고, 일본은 하사관이 강하다. 이는 자원의 크기, 시장의 크기에 비례한다. 미국이 나라가 크고, 시장이 크고, 자원이 널널하니까 그것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은 장군이 힘을 쓰는 것이다. 일단 영토가 넓어야 한다. 시골 마을이라면 장군이 와도 할 일이 없다.

 

  일본진영의 참모들이 모여서 온갖 신출귀몰한 기습작전, 우회작전, 돌파작전을 연구하고 있을 때 미국 장군은 전화기 돌려서 ‘야 여기 좀 때려줘. 쏟아부어.’ 한 마디로 끝낸다. 애초에 게임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 방식은 되려 일본식 경영에 가깝다. 분위기가 살벌하다는 거다. 어제 정몽구가 벌써 몇 번째 사장과 부사장을 잘랐다는 뉴스가 떴다. 몽구계열 현대그룹은 사장 수명이 2년이라는 말도 있다. 스티브 잡스=정몽구가 되었다. 스티브 잡스가 엘리베이터 안에서 'you are fired’를 외쳤다면 몽구도 그런 짓을 한 것이다. 그 밑에서 부하노릇 해먹기 힘들다. 하긴 아이폰의 수신결함이나 기아차 K5의 누더기 리콜사태를 보면 모가지 잘릴만 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즉 미국은 원래 존재론적인 경영, 널널한 경영을 하는데 왜 스티브 잡스는 또 일본식 경영이냐다. 그런데 에디슨도 일본식 경영을 했다. 그 과정에서 무수한 마찰을 일으켰고 독재자라는 비판도 따랐다. 에디슨 아니라도 미국의 자본주의 초창기에는 일본식 경영이 만연해 있었다. 물론 일본식이라는 표현은 이 글에서 강조하는 맥락에 맞추어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다 일본식이라는건 아니고 어느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아니 일본식이 아니라 아주 한국식이라고 해도 되겠다. 미국도 카네기, 포드, 하워드 휴즈, 록펠러 등 독재자 재벌이 악명을 드날리던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몽구와 스티브 잡스의 독재대결을 보고 있다. 삼성의 이건희가 새벽에 간부를 집합시켰다는 따위 전설적인 독재이야기도 얼마전에 있었고. 몽구가 이사회 결의도 없이 멋대로 사장과 부사장을 자른게 위법성의 소지가 있으므로 독재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미국은 머리가 강하다. 머리는 대학, 연구소, CIA, 군대, 외교 등이다. 국가 자체가 머리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거기에 맞추어 각 분야의 재능있는 사람을 불러모아 최고의 팀을 구성하기만 하면 된다. 7인의 사무라이처럼 고수들을 수배하여 팀을 형성하면 곧 집금에 성공할 수 있다. 일본은 국가가 약하다. 일본은 막강한 군대가 없다. 외교력이 약하다. CIA같은 정보기관이 없어서 상사 주재원이 스파이 노릇을 해야 했다. 대학이나 연구소도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 즉 일본은 뇌가 없는 것이다. 그러니 몸통 안에서 뇌가 나와야 한다. CEO가 강해야 한다. CEO의 능력이 부각되는 것은 요즘이라면 한국이다. 일본도 마쓰시다를 비롯해서 전설적인 CEO가 회자되었지만 옛날 이야기가 되고 있다.

 

  ● 존재론적(미국적).. 상부구조에 하부구조를 종속.(각 분야 전문가 수배. 최고의 팀 구성, 많은 지원을 받아 널널하게 일함. 회사 분위기 양호, 톡톡 튀는 재능이 있어야 함. 구글의 경영방식이 대표적.)

 

  ● 인식론적(일본적).. 없는 상부구조를 건설함.(슈퍼맨 같은 만능 CEO 필요, 각 분야 전문가보다 혼자서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가 필요함, 시마과장 같은 만능인. 머리가 강해야 함. 몽구식 경영이 대표적.)

 

  일본은 대학과 연구소와 군대와 정보기관이 약하기 때문에 머리를 만들어야 한다. 머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인식론적 경영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그런데 애플도 비슷하다. 스티브 잡스와 직원 간에 마찰이 많은 것은 각 분야의 전문가보다 스티브 잡스의 아이디어를 실행할 말 들어먹는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애플에서 어떤 전문가가 스티브 잡스의 불평을 듣고, ‘당신이 아무리 CEO라지만 이건 내 분야고 내가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고 내 권한이니까 내 맘대로 하겠다’고 하면 당장 해고다. 그러니 아무도 스티브 잡스에게 이의제기를 못하고 그 때문에 아이폰 수신불량이 나오는 거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최근 기술자 우선주의가 만연해 있어서 신격화된 70세 할아버지 장인이 ‘NO’라고 해버리면 전문경영인 출신의 CEO도 꼼짝 못한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일본기업은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고 그 때문에 한국에 추월당하고 있다는 말이 있다. 옛날엔 안 그랬다. 어쨌든 최근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 대결을 보면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느낌이 있다. 미국 답지 않게 빠르다. 미국기업 의사결정 속도가 빨랐다면 포드와 GM이 저렇게 버벅대지는 않았을 것이다.

 

  구조론은 존재론적 경영을 강조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머리가 있어야 한다. 머리 역할은 보통 국가가 대신하거나 시장이 대신한다. 미국은 머리가 갖추어져 있다. 연구소도 역할을 하고 대학도 역할을 한다. 물자가 없으면 군대가 가서 뺏어오기도 한다. 한국은 머리가 없다. 국가의 지원이 약하다. 그러므로 스스로 머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므로 CEO에게 업무부하가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분위기가 빡세진다.

 

  미국도 에디슨 시대, 포드시대에는 빡빡했다. 그러다가 2차 대전 후 무적이 되어 느슨해졌다. 구글은 느슨하고 애플은 빡빡하다. 미국도 다시 빡빡해지고 있다. 현대도 정주영 초창기에는 빡빡했다. 정주영 말년에는 느슨해졌다. 몽구시대에 와서 다시 빡빡해지고 있다. 정주영 초창기에는 자원이 없었기 때문에 빡빡해졌고, 정주영 말년에는 삼성을 제압하고 한국 안에서 무적이 되어 대통령 출마를 결심할 정도가 되었기 때문에 인심 쓰느라 널널해졌고, 정주영 없는 지금은 세계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다시 빡빡해진 것이다. 어느 쪽이 옳으냐의 문제는 아니다. 필연적인 흐름이 있다.

 

  처음 길을 개척하는 상황에서는 일본식으로 가는게 맞다. 맨땅에 헤딩하는 식으로 되기 때문이다. 자원의 절대부족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김어준은 딴지일보를 널널하게 했지만 그러다가 망가졌다. 야후도 널널하게 가다가 뒤처지고 말았다. 네이버는 워낙 막강해서 여전히 널널한 편이다. 다음은 네이버에 뒤쳐져 있으므로 빡빡하다. 국영기업들은 국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널널하다. 공무원들은 원래 널널하다. 국가라는 머리가 있으니까 널널한 것이다. 포드도 원래 빡빡한 아저씨지만 자식죽고 말년에는 약간 느슨해졌다고 한다. 상황이 바뀐 것이다.

 

  널널하게 가야 하지만 그래도 태스크 포스는 빡빡하게 가야 한다. 앞장서서 길을 개척해야 하기 때문이다. 길을 개척한 후에는 대량복제하면 된다. 이미 머리가 강하므로 머리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그것이 존재론적 경영이다. 구글은 가진 것을 복제만 해도 먹고 남아서 돈 쓸 곳이 없다고 한탄할 지경이다. MS는 혁신을 못하고 복제만 하다가 망가졌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첨단분야를 가기 때문에 국가의 지원을 잘 받지 못한다. 게다라 최악의 레드오션을 잡아 그것을 블루오션을 만드는 기적을 창조했다. 세계 최강국가에서 한물 갔다는 제조업을 시도하다니 다들 ‘미쳤다’고 말할만 하다. 그래서 빡빡하게 가는 거다. 그러나 구글은 경쟁자가 없다. 애플이나 구글이나 다 같은 첨단분야이지만 구글은 인터넷 자체를 머리로 삼고 있다. 애플은? 스스로 머리가 되고 있다. 시장이 머리인데 스스로 시장을 만들고 있다. 구글은 머리를 장악한 즉 블루 오션을 잡은 거다. 이 경우 저절로 모든 주위가 돕는다. 장남이 가문의 모든 지원을 독차지 하듯이. 구글은 가만 있어도 각계의 지원을 받는다. 구글이 잘 되어야 나도 잘 된다고 믿고 다투어 돕는다. 그 차이다. 과거 MS도 그래서 뜬 거고.

 

  결국 머리를 만들어야 한다. 김연아의 문제도 머리의 빈곤이다. 머리는 협회인데 빙연이라고 있지만, 협회가 김연아 한 사람보다 못한 상태다. 그러니 미셀 콴과 힘을 합쳐 머리를 구성하려는 것이다. 외곽에서 밀어줄 세력을 만드는 것이다. 한국 축구도 머리가 약하다. 축협이 골칫거리다. 이때는 외부의 머리를 빌려야 한다. 즉 유럽에 선수를 많이 진출시켜 배우게 하는 것이다. 이 경우는 유럽축구리그가 저절로 상부구조가 되어 바부팅이 축협을 밀어내고 머리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그러다가 너무 해외파에 의존한다는 말 나온다. 허정무는 스스로 몸을 낮춤으로써 유럽파 머리에 의존하여 겨우 생존했는데,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안은 조광래는 스스로 머리를 만들려고 한다. 위태롭다. 필자가 보기에는 과욕이 아닌가 싶다. 유럽파에 의존하면서 부족한 수비 부분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는게 맞지 싶다. 조광래 기준에 유럽파를 맞추려 하면 머리가 몸통을 뒤따라가는 격이어서 시행착오가 필연적이다. 그러나 국민은 월드컵 16강에 만족하지 못하고 8강을 넘어 4강을 기대하므로 조광래의 앞날이 험난하다.

 

   구조론은 머리의 역할을 강조한다. 오해되기 쉽다. 머리가 중요하지만 머리가 이미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다르기 때문이다. 머리처럼 보이지 않지만 실제로 기능하는 진짜 머리와 머리인 척 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가케무샤 머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구글의 경영방식이 환상적이지만 누구나 항상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최종적인 목표는 머리를 장악하고 거저먹는 구글식 경영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라고 부하직원 해고가 취미는 아닐테고 먹고 살려니 그러한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많은 혁신을 이루었지만 너무 CEO 한 사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오만해지고 긴장 풀리면 자칫 삼성에 잡아먹힐 위험도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역사는 항상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추월하는 패턴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고찰하면 항상 선행주자가 판을 다 짜놓으면 후발주자가 냉큼 자리를 잡고 들어앉아 날로 먹곤 한다. 스페인 약탈자들이 잉카의 금을 털어왔는데, 가만 두고 보니 어느 새 그 금으로 금융제도를 정교하게 만든 네덜란드인이 전 세계의 재물을 사들이더라. 그런줄 알았는데 조금 있다보니 특허제도, 왕립학회 등 온갖 지식표준화 시스템을 만든 영국이 그 사들인 것으로 자동기를 만들어 전 세계를 상대로 팔아치우고 있더라. 뒤에 온 놈이 항상 앞선 자의 뒤통수를 치고 골수까지 빼먹곤 한다. 결국 악으로 깡으로 덤비는 자가 이긴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휴대용이 아니라 소파용으로 만든 것은 아이폰과 시장의 겹침을 피하는 전략으로 보이는데 이게 오만해진 거다. 갤럭시 탭을 보고 잡스형님도 조금 충격을 받았을 듯. 이렇게 쓰면 삼성찬양처럼 보여 욕먹겠지만. 한국에서는 집단지능을 위축시키고 갈라파고스 신드롬을 유발시키는 독재자 삼성과 현대를 까야하는게 일단 정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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