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은 할 말이 많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려는 것이 아니라 재벌, 정치인, 관료, 기득권들로부터 지구를 지키고 싶다. 여기서 삑사리다. 헤어질 결심과 유사하다.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사실은 감독 본인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를 모른다. 영화는 영화라야 한다. 설교가 들어가면 피곤하다. 아마추어 습작 중에 걸작 같은 이 영화가 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본질은 아마추어 특유의 허접함이다. 김기덕의 첫 작품 악어를 연상시킨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집어넣었다. 이걸 117분씩 찍어야만 했나? 첫째, 코미디인데 웃기지 않았다. 둘째, 미스터리 스릴러인데 정치적 메시지가 과하다. 사회비판이 너무 작위적이다. 셋째, SF인데 너무 조잡하다. 저예산이라지만 CG나 외계인 관련 장비가 너무 조잡하다. 감독이 불안해서 이것저것 다 집어넣어서 망한 것이다.
감독이 이 영화 망할 것 같다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관객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제발! 제발! 제발! 하는 기도 소리가 들린다. 자신감 있게 팍팍 잘라내야 하는데 아까워서 버리지 못한다. 영화는 코미디와 사회비판과 스릴러와 SF와 반전영화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걸작이라고 하는 사람은 코미디 빼고, 사회비판 빼고, 미스터리 스릴러 + SF + 반전영화라고 치는 것이다. 문제는 반전을 속이는데 너무 열중한 것이다. 철저하게 코미디로 위장했는데 거기에 속아서 온 관객은 멘붕. 멸망 원인은 배우 캐스팅이 잘못된 것이다. 너무 B급 행세다. 미스터리 스릴러 + SF + 반전에 방점을 찍으면 B급 코드로 가면 안 된다. 개코반장은 왜 대머리를 강조했어야 했는가? 웃기려고? 그런게 치졸한 것이다. 마지막 반전은 신선했는데 문제는 감독이 이 영화가 망할 것을 예감하고 억지를 쓴 거다. 반전이라도 건지라고 억지로 사족을 붙인 느낌을 준다. 게다가 CG가 조잡해서. 사회비판 코드 과잉 때문이다. 개코반장은 왜 죽었을까? 그냥 B급 코드로 죽은 것이다. 벌에 쏘여서 죽다니 웃기잖아. 킥킥킥. 근데 안 웃긴다. 반장의 죽음은 불필요한 장면이다. 백윤식은 왕자인데 벗겨놓으니 배불뚝이다. 이러면 왕자가 아니라 영감탱이지. 황정민은 그냥 못생기면 웃긴다는 식의 B급 코드로 캐스팅한 듯하다. 이주일을 캐스팅하지 그러셔. 심형래도 괜찮고. 그게 뇌가 썩은 거다. 웃겨야 웃기지 못생기면 다 웃어주는 거냐? 영화 처음 만드는 사람이 저지르는 전형적인 실수가 다 들어가 있다. 그것은 프로의식의 부재,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대충 만들어도 관객이 양해해 주겠지 하는 어리광 모드, 쓸데없이 진보인 척하며 사회비판 하는 자의식 과잉, 그게 바로 치기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 영화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아이디어가 좋아도 이 따위로 성의 없이 만들면 안 된다. 돈독이 올라야 진짜가 된다. 돈룩업을 연상시킨다. 넷플릭스로 개봉했으니 망정이지. 극장에 걸면 망한다. 두 시간 반짜리 SNL이라니. 안 웃기는 억지웃음 빼고, 억지 사회 비판 빼고, 진지하게 만들었으면 크게 흥행했을 것이다. 코미디, 반전, 미스터리 스릴러, 사회비판을 다 잡을 수는 없다. 감독이 영화 망할까 봐 불안해서 짜장면에 서비스로 짬뽕을 섞어준 것이다. 밑에 탕수육이 깔려 있었다. 결정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지키지 않았다. 일치의 법칙. 하나만 해라. 마지막에는 하나로 모여야 한다. 흩어지면 죽는다. 공간의 압박이 중요하다. 뭔가 공간이 헐렁하다. 헐리우드가 리메이크한다는 데 과연 성공할까? 망할 확률이 더 높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