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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538 vote 1 2021.12.30 (13:11:39)

    나는 진작에 알아챘다. 세상을 이해하는 근원의 열쇠가 언어라는 사실을. 언어는 주어와 술어다. 주어는 어떤 대상을 지목하고 술어는 그 대상의 변화를 진술한다. 언어의 맞은 편에 관측자인 인간이 있다. 바람이 분다면 바람이 주어로 지목되고 분다가 술어로 진술된다. 나무가 자란다면 나무가 주어로 지목되고 자란다가 술어로 진술된다. 언어가 주어와 술어라면 세상은 물질과 성질이다. 관측자는 인간이다. 주어로는 물질이 지목되고 술어로는 성질이 진술된다.


    언어 - 주어와 술어가 있다.
    자연 - 물질과 성질이 있다.


    구조론은 세상이 구조로 되어 있다는 소식이다. 세상이 구조된 것이 아니라면? 창조된 것이다. 창조하다는 술어다. 주어는? 신이다. 신이 창조했다. 구조는 술어다. 주어는? 단위다. 신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 단위가 구조한 것이다. 창조설은 당연히 거짓이지만 주어와 술어의 형식을 갖춘 점에서 나름 진보한 사상이다. 그것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 영감을 주는 말이다. 신과 창조를 지워서 빈칸을 얻은 다음 그 자리에 다른 개념을 채워 넣으면 된다.


    언어 - 주어와 술어다.
    종교 - 신이 창조했다.
    구조론 - 단위가 구조했다.


    과학은 이 물음에 무엇이라고 답할까? 페르미온과 보존이라는 기본입자가 주어 포지션을 차지한다. 술어는? 기본 상호작용으로 알려진 4대 힘이다. 강력, 약력, 전자기력, 중력이 그것이다. 물질은 그렇고 생물은? 유전자와 진화다. 구조론으로 보면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하는 구조가 환경을 장악한 것이 진화로 나타난다. 열역학을 완성한 볼츠만은 원자와 확률로 설명했다.


    언어 - 주어와 술어
    과학 - 기본 입자와 기본 상호작용
    생물 - 유전자와 진화
    구조론 - 단위와 구조
    볼츠만 - 원자와 확률


    결론은 의미다. 언어는 주어와 술어가 연결되어 하나의 의미를 만든다. 자연은 단위와 구조가 연결되어 하나의 사건을 만든다. 주어는 외부 관측자와 연결하고 술어는 내부 매커니즘에서 또다른 연결을 찾아낸다. 링크를 계속 연결시켜 가는 것이다. 언어는 관측자인 인간이 주어를 연결하고 주어가 술어가 연결하고 술어가 목적어를 연결한다. 의미는 연결의 마디들이다. 존재는 사건의 연결이다. 우주는 연결이며 연결은 구조다. 세상이 곧 연결임을 알고 연결의 단위를 추적하는 것이 과학적 태도다.


    무책임하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우주는 무한하고 시공간은 영원불멸하며 신은 전지전능하다고 한다. 대개 얼버무리는 말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가? 똑부러지는 말을 해야 한다. 언어는 주어와 술어고 세상은 물질과 성질이고 생물은 유전자와 진화다. 주어는 관측자와 연결하고 술어는 목적어와 연결한다. 하나의 링크를 걸어 하나의 의미를 성립시킨다. 막연한 말은 관측자인 인간과 연결이 안 된다. 신이 창조했다 둘러대면 어쨌든 인간과 연결은 된다. 이제 공은 신에게로 넘어갔다. 신을 잡아와서 매우 취조하면 된다. 개소리지만 최소한 말은 되는 거다. 무한이니 영원이니 하는 말은 그런 창조론 수준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우주에 무한도 없고 영원도 없고 전지전능도 없다. 그런 말은 관측자인 인간이 관측대상을 지목하여 똑부러지게 링크를 걸지 못하므로 대충 범위를 키우면 아무거나 하나는 걸리지 않겠느냐 하는 희망이다. 낚시바늘로 정확히 물고기를 걸어야 한다. 막연히 바다를 다 털면 그래도 한 마리는 안 걸리겠는가 하는 식의 개소리를 하면 안 된다.


    무엇인가? 연결은 관측자와 관측대상의 일대일 대칭이다. 논리적 사유를 하려면 추적대상을 지목해야 한다. 똑부러지는 것이어야 한다. 유한이면 이 문제가 명백해진다. 유한은 제한이고 제한은 연결이다. 무한은 그 연결을 부정한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너는 죄가 있다.' '내게 무슨 죄가 있지?' '세상에 죄 없는 자는 없다. 너는 원죄설도 안 배웠느냐?' 이런 식의 어거지 논법이다. '넌 집이 어디냐?' '땅을 베개 삼고 하늘을 이불 삼으니 우주가 다 내집이어라.' 이런 식의 개소리를 하고 나자빠진 것이다.


    세상을 설명하는 말로는 고대의 사원소설과 동양의 음양설, 상생상극설 따위가 있다. 공통점은 성질로 설명한다는 거다. 성질이라는 말은 세상에 죄 없는 자는 없다는 식의 얼버무리는 말이다. 성질이 아니라 구조로 설명해야 바르다. 말을 똑바로 하자는 거다. 말을 똑바로 하면 답은 질문 속에서 스스로 드러난다.


    문제는 세계관이다. 적어도 창조설은 주어와 술어를 제시하고 있다. 아예 언어를 부정하고 언어를 파괴하는 자가 있다. 노자의 '도가도 비상도 명가명 비상명'이 그것이다. 인간의 언어를 믿을 수 없으니 말로는 진리에 접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언어를 모르겠다는 자와 언어로 대화할 이유가 있겠는가? 무한이니 영원이니 하는게 그런 식의 언어파괴다. 한의사들이 쓰는 기 개념도 그러하다. 기독교의 원죄설처럼 해당되지 않는 데가 없다. 기는 무한이다. 병에 걸려도 기 때문이요 병이 나아도 기 때문이다. 거시기 와 비슷하다. 이유가 뭐냐? 거시기가 거시기해서 거시기 된 거잖아. 그렇구나. 거시기를 조져야 한다. 이게 다 거시기 때문이다.


    서구는 연속적인 세계관이 문제다. 볼츠만이 원자설에 기초하여 열역학을 완성하기 전에는 원자설을 부정하는 연속적인 세계관이 과학계를 지배하고 있었다. 연속적인 세계관은 얼버무리는 말이다. 무한이니 영원불멸이니 전지전능이니 원죄니 기운이니 하는 말과 같다. 동양의 기 개념처럼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다. 여기서 뉴턴의 기계론, 결정론이 나왔다. 자유의지를 부정하는 운명론, 기독교의 예정설이 나왔다. 아인슈타인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의 정적우주론은 무한개념을 바탕에 깔고 들어간 것이다. 영원, 무궁, 무한, 전능, 기운, 운명 이런 말을 쓰는 사람은 인간의 언어를 부정하는 것이며 사람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언어가 주어와 술어의 연결인데 그 연결단위를 부정하는 것이다.


    왜 서구는 연속적인 세계관에 매몰되었는가? 원자든 분자든 소립자든 어떤 단위가 있으면 불연속이고 불연속이면 자투리가 남는데 그 부분이 처치곤란이기 때문이다. 신은 완전하다. 그런데 세상이 입자로 되어 있다면 자투리가 남는다. 빈틈이 생긴다. 그 빈틈에 사탄과 요괴와 귀신과 도깨비와 마녀가 자리잡고 수작을 부리면 누가 책임지겠냐? 그런 빈틈은 없어야 한다. 그래야 신이 만든 세상이 매끄럽고 아름답다. 그러므로 세상은 연속적이어야 한다. 볼츠만은 그 처치곤란을 메꾸려고 확률론을 제안했다. 그런데 볼츠만이 틀렸다. 원자는 단위다. 세상은 원자와 확률이 아니라 단위와 구조다.


    확률은 수학으로 얼버무리는 것이다. 둘 이상이 모여서 유체를 이루면 힘은 연속된다. 입자는 불연속이나 힘은 연속이므로 몰아준다. 51 대 49가 되면 49는 51에 흡수된다. 힘은 유체와 파동의 연속성에 의하여 수렴되므로 그 부분이 해결된다. 입자와 힘을 구분하는 방법으로 간단히 해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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