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은 나왔지만 김건희가 대신 들어가겠다고 자원했으니 다행이다. 중요한 것은 왜 사면했는가다. 여론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사면했다면 최악이고, 몇 수 앞을 내다본 능동적 포석이라면 후속대응에 따라서 난국을 타개하는 묘수가 될 수 있다.
이재명은 유리해졌다. 경상도 가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경상도 사람은 한다리 건너서 아는 사람이 아니면 안 찍는다. 안동은 권씨, 예천은 황씨, 문경은 신씨, 영주는 박씨, 경주는 김씨 하는 식으로 정해져 있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예전에 그랬다. 예천은 지역구가 없어져서 황씨는 국회의원에 나올 수 없게 되었다. TK는 한 다리 건너면 이명박, 박근혜와 다 연결된다. 그런 고리가 갑자기 사라졌다.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서울사람 윤석열은 어색하다. 뭔가 흥이 안 난다. 박근혜도 풀려났고. 미쳐서 뛰어다니며 입에 거품 물고 선거운동 할 동기가 없다. 윤석열이 얻을 것은 없다. 우리편도 분열하게 되지만 덜 분열하는 쪽이 이긴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이 사면을 한 배경이다. 문재인은 우리를 믿고 사면한 것이다. 우리는 그 믿음에 보답해야 한다. 지휘관이 사석작전을 쓰면서 부하를 사지로 내몰았다면 받아들이는게 병사의 자세다. 양쪽 다 내전이 일어나면 주도권을 쥐고 카드를 한 장 더 가지고 있는 쪽이 이긴다. 선수를 둔 사람은 상대의 맞대응을 보고 후속대응을 할 수 있다. 여론에 끌려다니는 사람은 후수를 두므로 상대의 대응에 맞대응을 할 수 없다. 계속 불 끄러 다니다가 진다. 지지자를 못 믿으면 사면할 수 없다. 정치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것이다. 문재인이 우리의 단합을 믿고 사면했는데 우리가 믿음을 저버리면 안 된다. 촛불시민의 분노는 우리 내부에서 정치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적어도 다섯 사람이나 열 사람의 우두머리가 되어본 사람은 필자의 말을 이해할 것이다. 정치가 쉽겠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