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 : 작계는 발동되는게 아니고 군사훈련용 작전수립일 뿐. 테프콘은 발동 작계는 참고
김종대
작계 5015같은 소리 하고 있네
좌절한다. 깊이 좌절한다. 전술핵 배치를 필두로 무장 평화론을 외치는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작계 5015가 발동되면 대통령으로서 제일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느냐?” 이에 윤석열은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했다. 이게 정답이냐, 아니냐로 <조선일보>를 필두로 왕왕 거린다. 전원책은 윤석열이 정답을 말했다고 거들고 나섰다. 아주 개그를 한다. 이런 자들이 국군통수권을 말한다. 이게 보수의 수준이자 품격이다.
살펴보자. “작계 5015(Oplan : operation plan 5015), 정확하게는 한반도 전쟁계획 5015”는 발동되지 않는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한반도에 전쟁 조짐이 있으면 먼저 데프콘3(DEFCON3) 비상사태가 발동되고, 계엄이 선포된다. 여기서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미군 장성인 한미연합사령관으로 전환된다. 더 심각해지면 어떻게 되나? 데프콘2가 발령되고 국민 총동원령이 선포된다. 전시 국회가 소집되며 국가는 전쟁준비를 넘어 전쟁 임박상태로 전환된다. 더 심각해지면 데프콘1이 발동되고 국가는 총력전에 돌입한다. 발동되는 건 국가 비상사태 밖에 없다. 우리 헌법과 전쟁법령에 명기된 발동되는 비상사태는 이게 전부다.
그럼 작전계획은 왜 존재하는가. 그건 일종의 선택지다. 예컨대 내가 중국 요리 집에 가서 짬뽕을 시키느냐 자장면을 시키느냐와 같은 것이다. 대통령에게는 여러 선택지가 있다. 우리 군의 역사에서 작성된 순서로 대로 말하자면 작계 5027, 5026, 5028, 5029, 그리고 마지막이 5015다. 그것도 군대의 훈련 목적에 따라 명칭이 붙여진 거다. 훈련 목적상 정해놓은 명칭에 불과하다. 뭐가 발동되고 말 것이 없다. 5027은 중국집에 가서 먹는 것이고, 5015는 갈 시간이 없으니 배달시켜 먹는 거다. 정답은 없다. 시간이 급하면 5015와 같이 전쟁하는 거고 시간이 많으면 5027처럼, 그러니까 재래식으로 하는 거다. 짬뽕을 먹든 자장면을 먹든 먹으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결심하고 선택할 문제이지, 발동되면 뭘 의무적으로 해야 할 일이 아니다.
국군통수권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심각해지면 “선제 타격해라”, “방어하라”고 말하지 “작계 5015 발동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수능 시험을 보는 수험생은 시험 문제를 푸는 것이지, 참고서에 불과한 <성문종합영어>를 발동하지 않으며, <수학의 정석>도 발동하지 않는다.
질문 같은 질문을 해라. 그런데 난감한 건 정말 말이 안되는 질문을 하고 벅벅 우기는 데는 장사가 없다. 이런 우문에 윤석열은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겠다”고 했다. 더 할 말이 없다. 토론을 하는 건 자유지만 제발 이런 자들이 국군통수권자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나라의 안보가 개그로 전락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