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식의 어머니가 되는 근본 지식은 인과율이다. 인과율이 뭔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은 없다. 인과율은 일종의 경험칙이다. 여기에 관측자 문제가 있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시간 차가 있다. 그 시간은 뭘까? 왜 시간이 걸리지? 시간이라는게 정체가 뭐지? 누가 공간을 물으면 허공을 가리키면 된다. 시간을 질문하면? 시계나 달력을 보여주랴? 태양을 가리켜? 밤에는 어쩌지? 인류의 문명이 의외로 허술한 기반 위에 서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기본적이고 중대한 문제를 대충 넘어가는 안습함을 보이고 있다. 검색해도 나오는게 없다. 시간은 관측자 개입이다. 원인과 결과 사이에 시간차가 있는 이유는 그것을 관측자가 알아보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로또 당첨은 마지막 공의 배출과 동시에 확정되지만 발표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사회자는 괜히 시간을 끈다. 아카데미 수상자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 사건의 당사자는 구조로 연결되어 있다.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의사결정 자체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두 남자 중에 어느 남자를 신랑감으로 선택할지는 심중에 있다. 그것을 외부에 공표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인과율의 시간은 외부 관측자에 대한 정보전달 시간이며 의사결정 자체와 관계가 없다. 공과 배트가 충돌했다. 배트가 밀려 파울인가, 공이 밀려 홈런인가? 맞는 순간에 결정된다. 시청자가 알아채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관측자인 사람이 둔하면 시간이 더 걸린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도둑이 팥을 훔쳐 가면? 외부변수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시간이 뭐지? 바로 그것이 시간이다. 시간은 관측자에 정보를 전달하는 시간이다. 관측자 수 만큼 시간이 지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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