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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047 vote 0 2021.10.19 (22:48:52)

    사건은 연속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루어진다. 의사결정은 상호작용을 쓰고 상호작용은 대칭을 쓴다. 대칭은 둘이지만 축은 하나다. 축이 하나이므로 사건은 한 방향으로 작동한다. 순방향과 역방향이 있다. 역방향 진행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모순되고 충돌하므로 구조손실을 일으킨다. 백래시를 일으키는 역방향 개입은 에너지를 낭비하므로 지속가능하지 않다.


    행군을 하는 부대가 선두와 후미 간의 간격을 조절하려면 선두가 멈추고 후미가 전진해야 한다. 후미가 멈추고 선두가 왔던 길을 되돌아 간다면 지금까지 온 것을 까먹는 만큼 손해다. 선두가 후미로 갈 수도 있지만 비효율적이다.


    회사가 흥하면 노동자의 임금을 올리는 방법으로 밸런스를 조정할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불가능하다. 임금을 올리면 남는 돈을 저축하거나 소비할 수 있다. 반대로 임금을 깎으면 노동자는 밥을 굶어야 한다. 집세와 학비와 세금을 깎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톱니가 맞물려 돌아가므로 하나를 건드리면 라인을 멈추고 죄다 조정해야 한다. 순방향 조절은 관성력을 이용하므로 추가비용이 없지만 역방향 조절은 많은 추가비용이 든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많은 손실을 일으킨다. 인플레이션은 가격표를 새로 붙이는 비용이 들지만 디플레이션은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이사를 가야 한다. 다니던 학교를 휴학해야 한다. 엄청난 손실이 일어난다.


    자전거는 페달을 뒤로 못 밟는다. 전진은 있어도 후진은 없다. 가속으로 속도를 조절할 뿐 감속으로는 조절할 수 없다. 브레이크를 잡으면 운동에너지를 손실하므로 손해다. 경주용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다.


    세상은 상호작용이고 상호작용은 밸런스다. 멈추어 있는 것은 두 방향으로 밸런스를 조절할 수 있지만 움직이는 것은 진행방향으로만 조절할 수 있다. 조절비용이 진행방향의 관성력에서 조달되기 때문이다. 돌아가는 팽이라면 가속조절은 가능해도 감속조절은 불가능하다.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모순되고 충돌하므로 제한적으로 쓰여야 한다. 대칭의 축이 하나이므로 한 방향으로만 조절이 가능한 것이 양의 피드백을 이루어 생물의 진화와 문명의 진보, 우주의 팽창으로 나타난다. 그 방향은 에너지를 수렴하는 마이너스다.


    방향을 아는 것이 아는 것이다. 큰 틀을 정해놓으면 세부적인 것은 신경쓸 이유가 없다는 것이 방향성의 의미다. 첫 단추를 잘 꿰면 나머지는 대충 해도 굴러간다. 초반에는 모순과 충돌이 일어나지만 일이 커지면 강체가 유체로 바뀌며 한 방향으로 에너지를 몰아주므로 상호작용 과정에 저절로 해소된다. 다만 더 이상 판을 키울 수 없는 고립된 곳에서는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섬나라 일본이 저러는 데는 이유가 있다.


    계에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하여 강체를 유체로 만들고, 사물을 사건으로 만들고, 부분의 변화를 전체로 확대하고, 국지전을 전면전으로 확대하면 계 내부의 밸런스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 반대로 방향이 틀리면 처음에 조금 되는듯 하다가 온갖 부작용이 일어나서 발목을 잡히게 된다. 얼핏 보기에는 운이 나쁜 것처럼 보이지만 주변에서 돕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흐름을 타는 순방향이면 주변에서 돕고 역방향이면 주변에서 튼다. 문명단위 천하단위의 더 큰 흐름 안에서 변화를 고찰하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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