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내가 잘해야만 게임을 이기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의 실수에 편승해서 이기는 수도 있다. 그런데 오래는 못 간다. 해는 스스로 빛나고 달은 남의 빛을 반사한다. 자체 동력이 없이 남의 힘을 빌어서 잠시 갈 수는 있지만 오래는 못 간다. 백래시의 한계다. 처세술과 줄타기와 정치도박과 배신과 꼼수로 대통령이 되겠다는 무대 위의 삐에로와 배후에서 음모와 여론조작으로 괴뢰 대통령을 만들어 보겠다는 자칭 킹메이커들이 난리를 치고 있다.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있다. 하긴 이명박근혜들도 그렇게 당선되었다. 나란히 그렇게 감옥을 갔으니 윤석열도 그렇게 대통령이 되고 그렇게 감옥에 가지 말라는 법은 없다. 후진국에 흔한 일이다. 그런데 말이다. 그것이 바로 역사의 수레바퀴에 인간이 치이는 방식이다. 인간은 언제나 잘못을 저지르고 그것을 수습하기를 반복한다. 차가운 이성의 힘으로 홀로 전진하는 일은 역사에 없다. 그게 있다면 위험하다. 역사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다. 인간이 환경을 앞서면 안 된다. 오만해지면 안 된다. 환경을 바꾸고 인간은 겸허하게 그 뒤를 슬금슬금 따라가야 한다. 시행착오 하면서 가는 것이다. 보수꼴통은 언제나 과거가 반복된다고 믿는다. 트럼프처럼 하겠다. 마크롱처럼 하겠다. 하고 과거를 복제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뜬금없이 새로운 힘이 등장한다. 완전히 판을 바꾼다. 20년 전에는 그것이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이 뜨자 갑자기 사람들이 변했다. 국민이 바뀐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의 치세 10년이다. 국민이 김대중 시절의 치적에 만족해서 노무현 찍은게 아니고 인터넷에 홀려서 찍은 것이다. 4년 전에는 스마트다. 인공지능이 뜨자 사람들 흥분했다. 그래서 문재인 찍었다. 그들이 옳았다. 바람이 바뀌었다.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 되었다. 인터넷 찍고, 인공지능 찍고, 그다음 타자는? 비트코인? 아니다. 이번에는 미국 민주당과 한국 민주당이 케미가 맞다. 국제무대에서 정치환경이 바뀐 것이다. 환경이 바뀌면 사람이 바뀐다. 사람이 바뀌어야 정권 재창출 되는 거다. 한국과 미국은 그동안 늘 엇박자였는데 백 년 만에 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왜? 한국은 지금까지 한 번도 남들 앞에서 이끌어본 경험이 없다. 늘 뒤에서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연구만 해왔다. 꼼수와 요령과 잔머리로 선진국을 따라잡았다. 남들이 연구할 때 우리는 복제했다. 모방대국 일본이 60년대에 그랬고, 표절대국 한국이 90년대에 그랬고, 짝퉁대국 중국이 지금 그러고 있다. 인생은 요령과 꼼수라니깐. 노력하지 말고 베껴. 먼저 해먹는 넘이 임자야. 이런 사상이 퍼져서 이명박근혜 10년이다. 그런데 5천 년 만에 처음으로 우리가 앞장을 서게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선발대다. 이제는 우리가 인류를 리드한다. 누구를 표절하랴? 맨 앞에 가는 사람은 짝퉁도 모방도 표절도 불가능하다. 오히려 다른 나라가 한국을 표절해야 할 판이다. 그런데 불안하다. 한국 혼자서는 안 되고 미국과 편을 먹어야 한다. 문재인과 바이든이 손을 잡았다. 미국이 뒷배를 봐준다면 겁날거 없지. 우리가 반도체를 쥐고 있는 한 미국은 일본 제끼고 한국 편에 설 수밖에. 안 그러면 중국에 다 넘어갈 판인데? 대만은 못 믿지. 중국인들인데. 그렇다. 이제는 한국이 선진국이다. 미국과 짜고 가야 한다. 이런 기회 자주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안다. 일본도 80년대에 기회를 잡았는데 스스로 그 기회를 반납해 버렸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통합되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거 못하는 나라다. 한국은 다르다. 소수이지만 공자의 제자들은 리더가 되는 훈련이 되어 있다. 가문 안에서 리더노릇 하는게 선비다. 리더노릇 해본 사람은 또 한다. 세계의 리더가 못 될 이유가 없다. 흥분되는 그림이다. 들떠버렸다. 눈길을 처음 가는 사람은 신중해져야만 한다. 뒷사람이 앞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걷기 때문이다. 한국이 처음으로 하얀 눈길 앞에 섰다. 인간은 그럴 때 변한다. 환경이 먼저 변하고 인간이 다음 변한다. 진짜는 유권자가 변한다. 좌파들은 사람을 변화시키려 하므로 실패한다. 환경이 먼저 변해야 따라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