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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260 vote 0 2021.05.12 (21:02:45)

    비열한 내로남불


    오늘 유튜브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툰베리가 숨을 쉬는 바람에 지구가 온난화되었다. 내로남불이다. 이게 진중권식 유머다. 메시지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라. 달을 가리키면 손가락을 공격하라. 검찰개혁을 반박할 수 없을 때는 조국을 공격하라.


    언론개혁을 반박할 수 없을 때는 김어준을 공격하라. 지구 온난화를 반박할 수 없을 때는 툰베리를 공격하라. 개혁가에게 내로남불의 모함은 피해 갈 수 없다. 툰베리가 기차를 타도 내로남불. 툰베리가 비행기를 타도 내로남불.


    여행을 하는데 온실가스가 생산되지 않을 리 없다. 툰베리가 원래 부자니까 태어날 때부터 내로남불. 말은 그럴듯하지만 비열하다. 개혁을 시도한다는 사실 자체로 내로남불이다. 메시지를 띄우는 즉, 메신저가 공격당하는 것이다.


    개혁을 말하는 즉, 노빠광신도로 몰린다. 마르틴 루터도 같은 딜레마에 봉착했다. 그를 지지하는 농민들은 성경도 버리고 하느님께 직통계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롤릭의 면죄부 장사나 개신교의 성경장사나 뭐가 다른가?


    하느님 팔아서 자기 배 채우는 본질은 같잖아. 카톨릭이 하면 불륜이고 개신교가 하면 로맨스냐? 종교개혁을 하려면 화끈하게 해야지. 교회도 때려부수고 성상도 파괴하고 성당 벽에 그려진 성화도 긁어내는 진정성을 보여줘야지.


    성경책도 불태우고 하느님께 직통계시를 받아야 진짜배기 성찰적인 개혁이지. 이런 중권서민들의 모함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하여간 툰베리와 일론 머스크라는 두 명의 아스퍼거인이 인류를 우습게 만들어 버린건 사실이다. 


    아스퍼거는 대인관계가 안 되므로 그 문제를 도와주는 사람에게 휘둘리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나름의 규칙을 세운다. 보통사람은 집단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상대방의 반응을 보고 자기 판단을 세운다.


    그러다 집단적 사고에 휩쓸린다. 아스퍼거는 다른 사람과 교류가 안 되므로 집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인 판단을 한다. 물론 다 그런게 아니고 그런 사람이 그렇다는 말이다. 강한 개인의 시대에 자기 규칙이 있어야 한다.


    인간이 진리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는 잘못된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편지를 보낼 때는 봉투에 주소를 쓴다. 우리의 언어는 주소와 같다. 언어가 전달하는 것은 의미다. 의미를 주소라는 상자에 담아서 전달하는 것이 언어다.


    그런데 헷갈리게 된다. 편지를 전달하는게 아니라 주소를 전달하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의 한 장면이다. '양 한 마리만 그려줘.' '양은 그 상자 안에 들어있어.' 양을 그려주지 않고 대신 상자 하나를 그려준 것이다.


    어린왕자는 만족한다.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 황새가 물어다 줬다고 말하는 방법과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둘러대는 방법이 있다. 편지는 봉투에 들어가고, 의미는 주소에 묻어가게 된다.


    양은 상자 속에 들어 있고, 아기는 황새의 부리에 물려 있다. 편지는 전달자다. 주소는 전달자다. 상자는 메신저다. 황새는 메신저다. 인간의 언어는 주어와 동사로 조직된다. 주어는 전달하는 메신저고 동사가 진짜 메시지다.


    우리는 착각한다. 주어가 의미라고 믿는다. 메시지를 보지 않고 메신저를 본다. 동사를 보지 않고 주어에 홀린다. 메시지는 어디에 있나? 순간변화율에 있다. 투수를 보지 말고 공도 보지 말고 궤적을 봐야 다음 위치가 보인다. 


    타자의 방망이에 맞는다. 메신저를 보지 말고 메시지를 보라. 주어를 보지 말고 동사를 보라. 인간의 언어는 9할이 주소고 1할이 메시지다. 마지막에 오는 동사가 메시지고 나머지는 그 동사를 수식하는 주소다. 전달자다. 


    인간은 주어에 집착한다. 대칭원리 때문이다. 인간은 대칭을 통해 대상을 붙잡아 어디로 도망가지 못하게 한다. 동사는 움직인다. 움직이면 도망친다. 도망치면 곤란하다. 주어에 매몰되어 동사를 놓치는게 사유의 실패다.


    사유의 실패는 관측자인 주체와 객체를 대칭시키기 때문이다. 초딩이 일기를 쓸 때는 맨 앞에 나는 오늘을 쓴다. 일기를 검열하는 선생님을 의식하는게 실패다. 선생님과의 대칭구조가 만들어졌다. 일기가 아니라 보고서다.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의 경지를 떠올려도 좋다. 나를 배제해야 객관화 된다. 그래야 동사가 포착된다. 의미는 동사에 있다. 메시지는 동사에 있다. 영천할매돌의 원리도 같다. 순간변화율을 0으로 만들면 돌이 들리지 않는다. 


    합기도에서 쓰는 합기원리다. 상대의 신체를 최대한 늘여서 공세종말점을 만든다. 일단 앉으라고 한다. 하체가 제압된다. 다음 상체를 내밀게 한다. 거기서 팔을 뻗어 힘싸움을 하면 공세종말점이 되어 순간변화율이 0이다.


    인간이 언어에 실어 전달하는 메시지는 순간변화율이다. 그것을 읽었을 때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을 정확히 쳐낼 수 있다. 타자도 보지 말고 공도 보지 말고 궤적을 보되 그 궤적의 변화까지 본다. 손흥민은 골대를 보지 않는다. 


    골키퍼도 보지 않는다. 안 보고 차도 손흥민 존에서는 공이 정확히 들어간다. 순간변화율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무협지에서는 과장하여 눈을 감고 검을 휘두른다. 너무 나갔다. 순간변화율을 읽으면 상대의 다음 동작이 보인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1]이금재.

2021.05.15 (16:30:40)

나의 일이면 로맨스 

남의 일이면 불륜

너는 내 편이냐, 아니냐의 문제.

들어가서 보느냐, 바깥에서 보느냐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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