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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450 vote 0 2003.10.26 (21:16:41)

머리에 쥐가 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일부 표현에서 오독이나, 오해의 여지가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먼저 한나라당의 한 핵심당직자가 했다는 이야기를 대략 간추려 보면..

『수구들의 난리부르스는 계속되어야 한다.』

“2002년 대선은 질 수 없는 선거였다. 97년 DJ는 상당한 지지세를 유지해 왔고 선거전에서도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노무현은 다르다. 세력도 없던 사람이 ‘국민경선쇼’를 통해 급부상했고, 검증과정에서 10%대로 떨어졌지만 ‘단일화쇼’로 당선되었다. 사기극에 당했다는 분노가 저변에 깔려 있다. 재검표소동이나 최병렬대표의 국민투표 수용발언도 이 심리의 바탕 위에서 나온 것이다.”

정확하게 본 것이다. 이 모든 사태의 본질은 ‘대선불복’ 이 하나로 요약될 수 있다. 대선불복은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요, 대한민국의 공화정체에 대한 도발이다. 그렇다면 반역이다. 문제는 그들의 반역이 이후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었다는데 있다.

그들은 또다시 거역할 것이며, 반역이 계속되는 동안 한나라당은 승리하지 못할 것이다. 여기서의 요는 그들은 ‘이념을 보지 않고 사람만을 쳐다본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불복은 대선을 ‘사람과 이념’ 중에서 ‘사람’을 선택하는 절차로 본 데서 빚어졌으며, 이는 명백히 오판이며, 그러한 오판이 지속되는 한 그들의 반역 또한 계속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실이지 노무현이 얻은 표는 ‘이회창만은 절대로 안된다’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절대로 한 배를 탈 수 없는 이질적인 세력들에게서 얻은 것이다. 이 사회의 다양한 세력들이 이념으로 연대해서 노무현을 찍었지, 사람을 추종해서 노무현을 찍은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이 사실을 대선을 ‘이념이 아닌 사람을 고르는 절차’로 착각하고 있는 한나라당 쪽에서 보면, 노무현을 지지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두 번의 ‘경선쇼’에 홀려서 하나로 뭉치게 되었고, 이는 순전히 우연의 소산이며, 그 과정에서 노무현은 어부지리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이를 뒤집어보면, 이번 대선의 결론은 ‘사람의 시대’가 아닌 ‘이념의 시대’를 열었다는 데 있다. 왜냐하면 ‘경선쇼’는 결코 일과성이 아니며, 국민경선은 대선을 ‘사람이 아닌 이념’으로 환원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앞으로도 여전히 유효하게 사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국가나 정부가 개인에 의해 사유될 수 없다는 데 그 본질이 있으며, 국민경선에서 이념의 기여는 그 ‘공화주의적 속성’으로 하여, 민주주의의 본질에 더욱 근접한 것으로서, 이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일보전진이 된다는 말이다.  

민주주의가 이미 일보를 전진한 이상, 사람에 집착하는 과거의 패러다임은 모두 깨졌다. 즉 ‘사람’을 내세워서 노무현을 반대하는 논리는 모두 근거를 잃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금 ‘배신’ 운운하고 있는 동남쪽 식솔들도, 그 ‘배신’이 이념이 아닌 사람을 가리킨다는 면에서 볼 때 그 논리적 근거를 잃고 있다.  

지난 대선은 이념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제 세력이 더 큰 이념의 명분 하에 연합을 한 것이며, 노무현은 그 연합의 구심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반대하려거든 인간 노무현을 말하지 말고, 대선의 이념과 정신을 두고 말해야 한다.

노무현이 대선의 정신인 ‘반이회창’을 훼손시켰나? 노무현이 지난해 대선의 본질인 ‘반수구연대의 이념’을 훼손시켰나?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닌가? 지금 그들은 노무현이 이회창 한 사람만 반대하기를 기대했는데, 조중동수구에 서울대수구, 강남수구까지 몽창 반대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고 있지 않은가?

결론적으로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사람이 아닌 이념’을 선택한 즉, 민주주의가 일보전진한 결과로서의 승리이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정통성과 명분이 있다. 곧 ‘이념이 명분’이다.

사람에게 속았다면 말이 되지만 이념에 속았다면 말이 안된다. 필리핀의 에스트라다나, 인도네시아의 와히드나, 페루의 후지모리라면 명백히 이념이 아닌 ‘사람’에 속은 경우다. 그들이 임기 중에 축출된 것은 그 때문이다. 사람은 축출할 수 있어도 이념은 축출할 수 없다.

그들은 순전히 개인의 명성에 의해 당선되었고, 그 명성이 알고보니 ‘사기’였다는 본질이 폭로되어 축출된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의 경우 속았다면 사람이 아닌 이념에 속은 것이다. 이념은 개인의 작업이 아니라 인류의 공동작업이다. 이념이 잘못되었다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그 이념에 참여한 모두의 잘못이다.

그러므로 이념에 속는다는건 말이 안된다. 그렇다면 사람에 속은 것도 아니요 이념에 속은 것도 아니다. 결론적으로 노무현은 죄가 없다.

필자가 ‘이념에 속았다’는 오해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쪽 동네 입장에서 ‘이회창 저지’가 이번 대선의 이념이었는데, 이회창 당선저지라는 목표를 이미 달성했으므로 이제는 노무현을 지지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말이다. 즉 일부 노무현지지자들에게 노무현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노무현이 지지자들을 버린 것이 아니라, 일부 지지자들이 목적을 달성하고 노무현을 용도폐기 한 것이다. 그들은 애초부터 인간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다. ‘몽’이야 말로 한때 그들의 구세주가 아니었던가?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가?
반노를 표방하고 있는 동남쪽 식솔들은 사람에 속았다고 말하지, 이념에 속았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념이야 말로 ‘반이회창’이었고 그것을 실현시켜준 사람은 바로 노무현이다. 바로 이 점이 그들 반노들의 도덕적 아킬레스건이다.

그들은 이번 대선이 '이념이 아닌 사람'을 선택한 선거라고 거짓되게 말하고 있다. 사람 노무현에 속았다고 거짓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대선은, 사람이 아닌 이념을 선택한 선거였으며, 그러므로 그들이 속았다면 이념에 속은 것이다.

그들이 참으로 속았다면 국민경선에 속은 것이다. 국민경선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일보전진이므로 그들이 속았다면 민주주의에 속았고, 공화정체에 속은 것이다. 그러므로 부인하려면 노무현을 부인할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부인하고 공화정체를 부인해야 논리가 선다.

이념은 사가 아닌 공에 속하므로 속일 수 없다. 고로 그들의 주장은 거짓이다. 그들이 반이회창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고 난 다음 예정된 수순에 따라 노무현을 팽하였다. 명백히 그들의 배신이고 그들의 유죄다. 그들의 배신은 노무현의 당선 이전부터 예정되어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 이미지 원본은 해외』

반수구동맹은 여전히 유효하다
두가지 관점이 있다. 인물대결과 이념대결이다. 인물대결로 가자면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보다 이회창을 지지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그 숫자는 대략 15 : 30이 된다. 그러므로 인물대결이 민주주의의 정답이라면 이회창이 대통령이다.

미안하지만 이번 대선은 이념대결이었고, 민주주의의 정답은 인물대결이 아니라 이념대결이다. 그 증거는 인물대결로 선거에 승리한 필리핀의 에스트라다, 페루의 후지모리, 인도네시아의 와히드가 임기 중에 헌정을 중단시켜 대통령을 갈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증거가 나왔으므로 인물대결은 민주주의의 후퇴로 볼 수 있으며, 이념대결이야말로 민주주의와 공화정체의 일보전진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2002년 한국의 대선에서 전선은 명백히 수구와 반수구동맹 사이에 그어졌다. 노무현은 반수구동맹의 대표로서 수구를 꺾은 것이다. 그 지지세는 대선에서의 득표수와 같다. 이념대결에서 수구를 용인할 수도 있다고 보는 45프로를, 수구만은 절대로 허용할 수 없다는 권영길포함 나머지 55프로가 꺾으므로서 승리한 것이다.

이는 이제 대한민국도 인물이 아닌 이념이 지배하는 시대가 왔다는 뜻이며, 대한민국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뜻이며, 수구 대 비수구의 대결로 간다면 앞으로 영원히 수구가 전패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런 식이라면 한나라당은 영원히 패배만을 되풀이하게 구조화되었다.  

사실이지 97년 DJ의 당선만 해도 김종필의 어시스트가 있었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인물의 승리다. 좌우이념을 떠나 인간 이회창을 지지하는 사람의 숫자보다, 인간 김대중을 지지하는 사람의 숫자가 산술적으로 더 많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7년의 대선이 이념적 측면에서도 역사적인 맥락에서 높이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는, 김대중에 의해 노무현이 예정되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노무현이 당선되지 못했다면 DJ의 업적 역시 상당부분 깎이는 구조였다.

인간 노무현을 지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선거는 인물대결에서 이념대결로 그 판도가 바뀌었으며 국민경선은 그 판도변화의 제도적 장치다. 국민경선이 제도화된 이상 이제 선거를 인물대결의 의미만으로 한정하는 선거전략으로 가서는 영원히 승리할 수 없다.

한국의 에스트라다라 할 몽이 국민경선에서 꺾어짐으로서 이는 명확해졌다. (역으로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페루라면 몽의 당선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 않은가?)

판구조가 바뀌었으므로 어쩔 수 없이 2002년 이후 모든 정당은 ‘이념적 연대’ 전략으로 가야만 한다. 2002년 이 시점에서 한국인의 '최대한의 이념적 공통분모'는 어떤 경우라도 조중동수구, 강남수구, 서울대수구만은 절대로 안된다는 것이다.  

덧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노무현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김영삼은 5프로까지 떨어졌는데 미국이라면 절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습니다. 이념과 정당이 받쳐주기 때문이지요. 인물만 보고 투표하면 반드시 폭락합니다.

왜 폭락하는가? 정당정치가 죽으면 구조적으로 폭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와히드, 에스트라다, 후지모리에 비하면 노무현은 양반입니다. 한국은 인물보고 투표하는 나라인데, 지난해는 국민경선 때문에 이념을 보고 투표하는 실수(?)를 저질러 놓고 감당을 못하고 있는 거지요.

DJ도 지지율이 떨어졌지만 그만하면 선방한 것입니다. '독재와의 투쟁'이 끝난 이상, 구조적으로 제 2의 DJ는 나오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정당정치를 발전시키므로서 지지율이 과도하게 오르내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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